펫찌로고

게스트하우스의 프론트 캣

  • 승인 2017-06-26 11:01:58
  •  
  • 댓글 0

지금은 근무 중

게스트하우스의

프론트 캣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어떤 인연을 만날지 모른다. 그리고 그건 사람뿐 아니라 고양이에게 해당되는 말이기도 하다. 어느 샌가 나타나서 은근슬쩍 시야 안에 들어와 당신에게 인사를 건네는 고양이. 분명, 여행길을 끝마치고 나서도 잊지 못할 마성의 존재다.

716a858f0c3d688cd96b317d945f48fe_1498440

수수 in HA;US

수수는 이태원의 게스트하우스인 ‘HA;US’에 출퇴근하는 고양이다. 코리안 쇼트 헤어에게서 드문 회색 털 무늬, 선분홍빛코 옆에 새초롬하게 묻은 회색 점, 라임빛을 띄는 노란 눈동자, 커다랗고 뾰족한 귀. 수수를 보면 쉽게 잊을 수 없는 외형적인 특징들이 눈에 들어온다. 그래도 베스트 ‘심쿵’ 포인트는 수수의 뺨인사! 사람을 보면 냐- 냐- 하고 무어라 말하며 달려와 뺨과 이마를 내미는 수수. 주먹 쥔 손을 슬그머니 내밀면 뺨을 슥 문지르는 그 살가운 인사에 ‘하수수’라는 이름 세 글자가 마음속에 아로새겨진다. 내게 상냥한 고양이, 너를 절대 잊지 않으리라! 하고.

“수수는 겁도 없고 엄청 순해요. 저희 집이 요 앞인데, 옆구리에 껴서 집이랑 하우스랑 왔다 갔다 해도 그냥 가만히 있어요.” 길고양이 출신이라 그런 걸까, 수수는 다른 집고양이들과 달리 외출하는 것에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다. 오히려 밖으로 나가고 싶어 가영 씨를 채근하기도 한다. 덕분에 수수는 리드줄을 장착하고 집과 ‘HA;US’를 오가고 있다. 그리고 영업부장처럼 손님들에게 ‘넌 내 거’ 하고 뺨을 부비고 다니다, 피곤하면 제 자리로 가 달콤한 단잠을 잔다.

716a858f0c3d688cd96b317d945f48fe_1498441

716a858f0c3d688cd96b317d945f48fe_1498441

사실, 길고양이로 살다 스스로 가영 씨의 가게 안으로 들어와 집고양이가 되었다가 함께 출근을 하고 있는 것은 수수로서도 예상치 못한 삶의 전개였을 것이다. 가영 씨는 ‘수수가 1층에서 운영하던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고 만남을 회상했다. 수수를 데리고 병원으로 데려가 보니 배 속에 조그만 생명들이 태동하고 있었다. 간혹 출산을 앞두고 보살핌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고양이가 스스로 집사될 사람을 찾는다고 하는데, 수수와 가영 씨의 만남이 딱 그랬다. 얼마 후 수수는 몸을 풀었고 가영 씨를 비롯한 고양이 가족들과 공동육아 시스템에 돌입했다.

집에서의 수수는 게스트하우스에서와는 조금 다르다. 게스트 하우스에서는 엄청난 애교쟁이건만 집에서는 꽤 무게를 잡는다. 새끼들도 있고, 다른 고양이들도 있어서 그런 게 아닐까. 때문에 가영 씨와 함께하는 출근은 수수가 사랑하는 순간일 것이다. 가영 씨를 독점하면서, 잠시 육아의 긴장감에서도 벗어날 수도 있으니까. 어쩌면 ‘HA;US’가 수수에게 꿀같은 직장일지도 모르겠다. 게스트들을 환대하는 인사도 일 욕심에 더 철저히 하는 것일지도!

716a858f0c3d688cd96b317d945f48fe_1498441

보미ㆍ까미 in Studio 41st Hoste

보미와 까미는 까만색 코트를 입은 코리안 쇼트 헤어 남매다. 편하게 둘을 구별해보자면, 보미는 발 끄트머리에 흰 모색을 가지고 있다. 턱 아래부터 아랫배까지도 흰 모색이 빼곡하다. 그에 비해 까미는 온통 까만 털을 가진 고양이로 스카프를 멋들어지게 매고 있다. 두 남매는 게스트하우스인 ‘스튜디오 41st 호스텔’의 야외 로비를 거처로 정하고 그 동네를 누비고있다. 호스텔의 게스트들과 연남동 행인들의 마음을 넉살 좋게 빼앗으면서 말이다.

남매는 호스텔이 연남동에 들어서기 전부터 그 동네의 길고양이로 살고 있었다고 했다. 호스텔이 들어선 게 5년 전이고, 그 당시 동물병원에 데려가 보니 이미 남매는 1살 이상 된 성묘라고 했으니 어림잡아도 여섯 살 이상 된 셈이다. 길 생활을 오래 했다면 아프거나 지친 티가 날 법도 한데, 보미와 까미에게서는 그런 기색을 찾을 수 없다. 사람이 지나가는 둥 마는둥 별 관심 없는 척 하다가도 눈이 마주치면 ‘어, 우리 본 적있지 왔냥?’하고 철퍼덕 누워 손길을 즐기는 게 그들의 일상. 윤기가 흐르는 털이나 꽤나 탐스러운 뱃살은 남매가 꽤 평화롭고 배부른 나날을 보내왔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716a858f0c3d688cd96b317d945f48fe_1498441

716a858f0c3d688cd96b317d945f48fe_1498441

보미와 까미에게도 가장 좋아하는 인간 1호와 2호가 있다. 호스텔을 운영하는 시승 씨와 성광 씨다. 겨울이면 따뜻한 집을 만들어주고 여름이면 얼음물을 놓아주는 사람들. 늘 깨끗한 물과 신선한 사료를 사랑과 함께 건네는 손길에 보미는 이따금 까치를 사냥해 돌아오기도 한다. 나름대로 은혜를 갚는 셈이다.

보미와 까미는 호스텔 객실 내부로 들어가지는 않는다고 한다. 가끔은 사무실에 사람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슬그머니 들어와 시승 씨나 성광 씨가 컴퓨터를 하는 것을 방해한다고. 야외 로비에 마련된 집에서 단잠을 자고, 심심할 때는 연남동 산책을 나가고, 이따금 친애하는 사람들을 방해하는, 게스트들과 행인들의 따뜻한 관심을 받는 소소한 일상. 남매는 아마 오늘도 천연덕스럽게 그루밍을 하고 있지 않을까.?

CREDIT?

에디터 김나연

사진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

Tag #펫찌
저작권자 ⓒ 펫찌(Petzz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