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DREAMS
봄에 태어난 하루가
꿈결에 전해준 메시지
지난여름 어느 날, 하루는 한 배에서 태어난 오빠 유키와 함께 우리 집에 왔다. 녀석들은 4월에 태어났다. 입양을 결심한 후로 나와 동생은 한동안 아이들의 이름을 정하느라 꽤 골머리를 앓았다. 유키는 하얀 털이 마치 눈을 연상케 해서 지은 이름이다. 하루는 일본어에서 봄이라는 뜻으로 붙여주게 되었는데 아마 당시에 일본 애니메이션 <늑대아이>를 인상적으로 본 영향이 크지 않았나 싶다. 지인들은 두 아이를 각각 (백)설기와 (인)절미라고 부르는데 그것도 썩 나쁘지 않은 것 같다.
식탐이 많고 덩치는 산만한데 성격이 무던한 오빠 유키에 비해 하루는 예민하고 체구도 아담하다. 그런 하루를 데리고 중성화 수술을 하러 병원에 갔을 때의 기억이 난다. - 그런 일은 잘 일어나진 않지만 수술을 위해 마취를 하다가 쇼크로 사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수컷의 중성화 수술에 비해 위험부담이 컸기에 수술 전 의사 선생님의 설명을 듣는 순간 가슴이 철컹 내려앉는 것만 같았다. 수술이 끝나고 연락이 올 때까지 기다리는 동안 아무 것도 손에 잡히질 않았다. 수술이 무사히 끝났으니 하루를 데리러 오라는 연락을 받고 병원으로 갔을 때 하루는 아직 마취가 덜 풀린 채 날 보며 힘없이 냥냥거렸다. 그 사랑스럽고도 측은한 모습이라니. 이후 하루는 건강하게 잘 자라 어느덧 첫 생일을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다.
지난겨울에 일이 있어 두 달간 제주에 있다가 돌아왔을 때 하루는 며칠 동안이나 날 무서워하고, 다가가려고 하면 후다닥 도망만 갔었다. 긴 시간 자리를 비운 것이 미안하면서도 또 내심 서운하기도 했었는데 어느 날 밤에 하루가 자고 있는 내 가슴 위로 올라와 한참을 있다가 갔다. 뭐랄까, 용서를 받은 것 같았달까. 잠결에 참 기뻤더랬다. 녀석의 온기가 가슴으로 전해져왔다. 그르렁그르렁거리는 소리가 기분 좋은 자장가 같았다.
(박상환 님의 사연입니다??.)
CREDIT
그림 HONA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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