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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된 고양이를 흙으로 빚다, 도예가…

  • 승인 2017-05-09 10:5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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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틀리에의 고양이

별이 된 고양이를 흙으로 빚다

도예가 최미정과 양근이


별이 된 고양이를 보았다. 푸른 밤하늘 속에 실루엣만 남은 고양이는 공기처럼 사뿐히 여인의 어깨 위에 올라와 있다. 여인은 공기가 된 고양이의 몸을 소중히 끌어안는다. 잡을 수 없지만, 기억 속에 남은 온기라도 더듬고 싶은 마음이 그 몸짓에 드러난다. 설명을 듣지 않아도 ‘사별한 고양이가 주인공이구나’ 짐작했다. 수소문 끝에 냉천동에서 도예공방을 운영하는 최미정 작가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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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고양이가 2002년 데려와서 지금 함께 사는 양근이에요. 대학에 입학해서 서울에서 자취를 시작하면서 고양이를 키우고 싶었는데 냥이네에 탁묘 글이 올라왔더라고요. 원래 까만색 고양이를 좋아했는데, 양근이는 약간 촌스럽게 생긴 데다 턱시도 얼룩인데도 눈에 들어왔어요. 그러고 나서 2010년쯤 3, 4개월 된 졸리를 데려왔는데 양근이가 엄마처럼 잘 보살피고 젖도 물려주고 그랬어요.”

첫째 고양이 양근이를 키우면서 혹시 외로울까 봐 데려온 샴 고양이 졸리는 2014년 불의의 사고를 당했다. 잠깐 문이 열린 사이 혼자 집을 나갔다 추락사했기에 충격도 컸다. 죄책감과 상실감을 견딜 수 없어 만든 작품이 <고양이별>이다. 대학생 시절 잠깐 하다 만 고양이 작품을 다시 시작한 것도 이 작품이 계기였다. “슬픈 모습보다는 아름답게 쉬고 있는 모습으로 만들고 싶었어요. 시골에서 자랄 때 별을 보면서 행복했던 기억이 갑자기 생각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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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리가 떠나고 양근이도 성격이 많이 바뀌었다. 애착 증세가 심해졌고, 애정을 갈구하는 듯한 소리를 지르기도 했다. 가끔 둘째를 들일까 고민하지만 올해 16살이 된 양근이가 어떻게 받아들일지 몰라 쉽지 않다. 그래서 최미정은 고양이를 데려오는 대신 흙으로 고양이를 빚는다. 흙을 선택한 건 가장 따뜻하고 자연스러운 느낌이 드는 재료이기 때문이란다. 채색할 때도 유약보다는 광택 없이 차분한 느낌의 화장토를 쓴다.

“고양이는 친해진 것 같으면서도 약간 거리감을 유지하잖아요. 그런 성격이 저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요. 저도 사람들과 100% 동화되지 못하고 항상 조심스럽게 행동하거든요. 양근이도 그런데, 제가 성격 면에서 고양이와 닮은 부분이 있더라고요.”

물론 고양이의 부드러운 느낌이나 생김새, 포즈가 매력적이라서 연구하게 되는 것도 있다. 고양이 크기를 확대해서 인간과 동등한 느낌을 표현해보기도 한다. <묘기> 3부작이 고양이에 대한 그런 상상을 발전시킨 끝에 나온 작품이다. 가만히 보면 불안했던 여성이 독립된 존재로 일어서는 과정을 묘사한 것 같기도 하다. “제가 시골집에 있는데 호랑이가 다가오는 꿈을 꿨어요. 서양에서는 호랑이를 ‘빅 캣’이라고 한다더라고요. 고양이가 커지면 올라타고 싶고, 안기고 싶고 그런 심리가 있잖아요. 그래서 처음엔 올라타는 모습을 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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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근이를 언니와 함께 키우다가 언니가 결혼하고 분가하면서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졌다. 예전에는 새벽까지도 작업하곤 했는데, 이제는 양근이 혼자 기다릴까 봐 자정 전에는 꼭 들어간다. 한번은 평소보다 빨리 오후 예닐곱 시쯤 들어갔더니 양근이가 무척 반가워하더란다. 그 모습을 보고 나서 일찍 들어가야지, 많이 안아 주어야지 결심했다.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작품은 많이 만들었지만 정작 양근이를 실제 모델로 한 작품은 없었다는 최미정 작가. 그래서 한 번은 양근이와 꼭 닮은 고양이를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이 있다. 그래서 평소에는 집에서만 지내는 양근이를 최근 작업실로 데려와 모델로 삼고 턱시도 무늬의 고양이를 만들어보았다. 소조로 흙을 빚을 때는 바로 형상을 만들지만, 큰 작품을 만들 때는 작은 작품을 먼저 만들고 그 형상을 보면서 흙가래를 돌돌 말아 올려 속을 비운 상태로 완성하는 코일링 작업을 한다. 조만간 양근이를 닮은 고양이가 가마 안에서 새 생명을 받아 태어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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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근이는 고기는 거의 먹지 않고 한 살 때부터 딸기를 좋아했어요. 딸기 냄새, 참외 냄새는 귀신같이 알고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면서 달라고 와요. 참치나 닭가슴 살은 안 먹어요. 근래 천하장사 소시지에 반응하는 걸 보고 초식남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네 했어요. 과일을 많이 먹어 그런지 기분 좋아지는 향기가 나요. 맡고 있으면 머리가 맑아져요. 털도 너무 부드럽고요. 어렸을 때 집에서 수십 마리 고양이가 살았는데 양근이를 따라올 고양이는 없었던 것 같아요.”

열여섯 살, 양근이의 나이를 생각하면 문득문득 걱정이 된다. 언젠가는 양근이와 이별할 날이 올 텐데 그때는 어떡하나. 갑작스레 졸리를 잃었을 때처럼 상실감에 힘겹지는 않을까. 하지만 남은 날 동안 최선을 다해 사랑해주는 것만이 최선인 걸 알기에, 많이 안아주고 함께 시간을 보내려 한다. 그게 최미정 작가가 노묘와 함께 추억을 만들어가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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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고경원

사진 엄기태

자료협조 최미정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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