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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령화 가족 | 엄마는 엄마다

  • 승인 2017-05-09 10: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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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령화 가족

엄마는 엄마다


나는 작년 연말 건강검진에서 이상이 발견되어 지난 2월 수술을 받게 되었다. 간단한 수술이었지만 엄마는 눈물을 보이며 걱정하셨고, 수술 직후 무사히 끝났다는 남편의 전화를 받고도 많이 우셨다고 한다.

내가 제대로 챙겨먹는지 걱정했던 엄마는 차도 없이 버스를 타고 두 손 가득 밥과 국을 매일 가져다 주셨다. 한꺼번에 두고 가시면 챙겨 먹겠다고 아무리 말씀을 드려도 막무가내로 매일 새로 지은 밥과 국을 나르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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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돌이는 처음 만났을 때부터 다리를 절었고, 결국 수술을 받고 며칠간 입원하게 되었다. 엄마는 대중교통으로 한 시간 거리에 있는 동물병원을 매일 찾았다. 수술 후 한껏 예민해진 순돌이는 동물병원 사람들에게 으르렁대다가도 엄마가 이름을 부르면 알아듣고 얼른 데려가 달라는 듯 야옹야옹 울고는 했다. 퇴원하고 집에 온 순돌이는 한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았다.

애가 탄 엄마는 멀쩡하던 순돌이를 병원에서 다 죽게 만들어 놓았다며 눈물을 보였고, 수술을 결정한 나를 원망하기도 했다. 다행히 순돌이는 건강하게 회복했다. 무릎 앞에 누운 순돌이에게 이제 잘 먹으니까 되었다고, 아프지 말고 할머니랑 오래오래 살자며 말을 건네던 엄마의 모습이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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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옆에 누웠다가도 늘 정해진 제 자리에서 잠이 드는 독립적인 순돌이와는 달리, 애교 많은 꽃비는 엄마 등에 제 몸을 붙이거나 엄마 베개를 나누어 베고 잠이 든다. 엄마 곁에 꼭 붙어 팔을 베거나 베개를 빼앗아 잠드는 꽃비 때문에 분명 잠자리가 불편할 법도 한데, 엄마가 전하는 꽃비 이야기에는 불편함 대신 흐뭇함과 애틋함이 담겨 있다.

얼마 전, <매거진C> 3월호 기사들을 살펴본 엄마는 책 속 고양이들 중 순돌이와 꽃비의 인물이 최고라는 소감을 밝히기도 했다. 아픈 것에 애가 타고 몸짓 하나에 흐뭇하며 고슴도치처럼 그저 제 자식이 가장 예뻐 보이는 건 내게나 고양이들에게나 마찬가지인 엄마의 마음. 세상에 무엇이 이런 엄마의 존재를 대신할 수 있을까.

내게도 고양이들에게도 엄마는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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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 사진 정서윤? | 작가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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