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IDAY
떠오르는 그 곳,망원에서 만난 고양이?
합정, 상수를 아우르며 그 범위를 확장해 가는 홍대 문화. 비교적 한적하고 소박했던 망원동은 최근 이 영향권에 속하게 되면서 부쩍 부산스러워졌다. 늘어난 관심만큼 커다래진 설렘은 언제나 경쾌한 발걸음 소리로 드러나는 법. 망원동 곳곳에 숨어있을 고양이들과의 조우가 한층 더 기대되는 하루다.
[ 묘한, 나무의 시간 ]
‘내가 좋아하는 것을 당신도 좋아한다면 여기서 만나요 컴인.’ 큰 유리벽 너머로 나무 빛으로 가득 찬 공간이 보인다. 문을 열자 벨소리가 울렸고, 가게 안으로 한 발 내딛자 상쾌한 나무 냄새가 훅 끼쳐 들어왔다. 캣타워를 닮은 선반 위에 나무를 다듬어 만든 각종 소품들이 물끄러미 세워져 있는 게 눈에 띈다. 어서 나를 데려가라는 듯 윤기가 흐르는 자태다.?
‘묘한, 나무의 시간’은 친환경 원목 가구를 주문 제작하는 곳이다. 직접 만든 원목 소품을 판매하고 있기도 하다. 큰 원목 가구를 만들고 남은 자투리 나무는 버려지게 되는데, 민정씨는 그게 아까워서? 그 자투리 나무로 소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고양이 세 마리를 반려하고 있기에 그 작품들은 고양이를 닮아 있다. 고양이와 강아지를 위한 식기도 제작하고 있다.?
손수 원목을 사용해 소품을 만드는 데는 품이 많이 든다. 나무를 재단하고, 깎고, 다듬는 데는 인고의 시간이 필요하다. 다만 그 결과물은 더없이 소중하고 귀해서 나름의 쓸모를 찾아 손님 댁으로 업혀가는 걸 보면 소품 만드는 것을 포기할 수 없다고. 운이 좋으면 ‘묘한, 나무의 시간’에서 마음에 들어맞는 나무친구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INFO
묘한, 나무의 시간?
A. 서울 마포구 포은로8길 15 TEL. 02-332-5755OPEN. 12:00~20:00 CLOSED. Mon & Wed??
[ 레이식당 ]?
‘먹었을 때 행복이 찾아오는 식당’이라는 뜻을 담은 ‘레이식당’(來喜食堂)은 길고양이 급식소가 있는 일본 가정식 전문점이다. 실내는 중후한 느낌을 자아내는 검은색 소파와 유니크한 백열등, 군데군데 놓인 드라이플라워와 각종 서적들로 멋지게 꾸며져 있다. 시그니처 메뉴인 ‘그릴에 구운 닭다리 살을 올린 톳파스타’와 남녀노소 가리지 않고 인기인 ‘수제 함박스테이크’는 그 맛과 양이 단연 압도적인 감동을 불러온다.
음식을 주문하고 창밖을 내다보았는데 때마침 노랭이가 밥을 찾아 어슬렁어슬렁 나타났다. 눈이 마주치자 움찔 놀라는가 싶던 노랭이는 이내 마음 편히 들어가라고 설치해 놓은 스티로폼 박스 안에 쏙 들어가 몸을 숨기고 오독오독, 사료를 씹었다. 레이식당이 오픈한 이후로 네 마리의 길냥이가 이곳을 찾아 주린 배를 채웠다고 하니, 사람뿐 아니라 고양이에게도 배부름의 행복을 선물하고 있는 셈이다.?
INFO
레이식당
A. 서울 마포구 동교로 133 TEL. 02-326-0090
MON - SUN. 11:30~22:00 BREAK TIME. 15:00~17:30??
[ 콩달샘 ]
카페 유리창 앞에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는 코숏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콩달샘’의 마스코트 콩달이다. 유기묘였던 콩달이는 약 2년 전부터 ‘콩달샘’을 찾아와 머물다가 이제는 아예 이곳의 집고양이가 되었다. 손님들은 카운터 위에, 테이블 위자 위에 올라서 있는 콩달이의 모습이 이미 익숙한 듯 문을 열고 들어서며 자연스럽게 인사를 건넸다.
가게 안은 다양한 고양이 피겨와 사진, 그림들로 아기자기하게 구성돼 있다. 그 중에서도 동물보호와 후원에 관련된 포스터, 모금함 등이 놓여 있어 눈길을 끌었다. 테라스 한편에는 길고양이를 위해 설치한 급식소도 있었는데, 때마침 나타나 밥을 먹기 시작한 동네 회색 털의 길고양이에게 콩달이가 큰 관심을 보이며 살랑살랑 꼬리를 움직였다. 마르지 않고 솟아나는 옹달샘 물처럼 커피로 목을 축이고 갈 수 있는 장소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담은 콩달샘. 자몽, 레몬청을 비롯하여 로즈딸기, 시나몬애플과 같은 독특한 수체청이 특히 인기다. ?
INFO
콩달샘
CREDIT
글 장수연 김나연
사진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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