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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육묘 중 | 3화 오냐의 눈물

  • 승인 2017-05-02 10: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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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육묘 중

3화 오냐의 눈물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의 가장 큰 관심사 중에 하나가 바로 동물의 건강일 것이다. 다치거나 아픈 날이면 설사 자식을 키워보지 않은 사람이라도 자식이 아플 때의 부모 마음을 어느 정도는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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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현듯 찾아온 사고

오냐가 생후 5개월쯤 되었을 무렵. 외출 후 집에 돌아오니 늘 달려와서 내 다리에 안기는 오냐는 보이지 않고 바닥에 이물질이 잔뜩 흩어져 있었다. 처음에는 오냐가 토한 것이나 배설물로 보였다. 물론 토사물과 배설물도 그렇게 사방에 널릴 만큼 많이 있을 수 없었지만, 그 정도로 당시 상황은 현실성이 없었다. 불을 켜고 다시 보니 그건 검붉은 피였다.

순간 하늘이 노래지면서 오냐부터 찾았다. 오냐는 화장실 모래 위에 웅크린 채 쉰 목소리로 울고 있었고 뒷다리는 피로 흥건했다. 나는 오냐를 안고서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고 그제서야 나도 정신을 차리고 오냐의 다리를 자세히 보게 되었다. 오냐의 왼쪽 뒷다리는 부러지고 찢어져 뼈가 다 드러나 있었다. 방충망을 타고 올라가다 떨어진 것 같았다. 나의 부주의함에 죄책감이 물밀듯 밀려왔고 자식이 아프면 부모의 심정이 이렇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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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 중에 이뤄진 수술은 다행히 성공적이었다. 마취에서 깨어나 회복 중인 오냐를 만나러 가니, 다친 뒷다리에는 자기 몸집만큼 두툼한 붕대가 감겨 있었고 앞다리에는 링거 주사가 꽂혀 있었다. 미안함과 죄책감으로 마음이 무겁고 혼란스러웠지만, 이 불안정한 감정을 오냐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했다. 오냐의 유일한 가족이자 안식처인 내가 안정되어야 오냐가 안정을 찾을 것 같았다.

나는 회복실의 케이지 문을 열고 “오냐야 괜찮다, 괜찮다” 말해주며 오냐를 쓰다듬었다. 오냐는 눈을 뜨고 나를 알아보자마자 주사가 꽂힌 앞다리를 힘들게 들어올리더니 내 손등 위로 앞발을 포개었다. 그 순간 오냐의 눈가가 반짝하고 빛났다. 오냐의 눈물이었다. 결국 나도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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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이름으로

병원의 환경은 어린 고양이 오냐에겐 너무 가혹했다. 다닥다닥 붙어있는 십수 개의 케이지에는 각각 아픈 동물들이 입원해 있었고, 대부분 대형견들이라 누구랄 것 없이 모두들 크게 짖고 있었다. 오냐의 사방에서 큰 개들이 짖고 있으니 오히려 정신적으로 더 큰 고통을 받는 것 같았다.

일주일 후 퇴원을 했지만 병원에서 받은 스트레스로 오냐는 낯선 존재와 병원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기고 말았다. 예민해지고 겁도 많아져 작은 소리에도 깜짝깜짝 놀라는가 하면 낯선 사람이 오면 극도로 경계하며 적대적으로 대한다. 병원에 가는 날이면 공격적인 맹수로 변해서 온몸에 보호장비를 완벽히 갖춰야 오냐를 만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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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행히 오냐는 마음을 열고 믿는 사람에게는 한없이 의지한다. 혼자 있기보다는 항상 우리 옆에 있으려고 한다. 우리가 불안하거나 아플 때 오냐가 우리를 간호하고 안정을 주듯이, 오냐 역시 우리로부터 마음의 안정을 찾는다. ‘반려’라는 물리적인 틀이 아니라 서로에게 마음의 안정을 주고받는 안식처이자 정서적 ‘가족’인 것이다.

낯선 존재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제인이와 해일이가 태어났을 때 걱정도 컸지만, 오히려 오냐에게는 마음의 안정을 찾을 수 있는 대상이자 가족이 더 늘어난 것이었다. 제인이와 해일이가 어느 정도 자라자 오냐는 아이들에게도 의지하기 시작했고, 지금은 우리 식구 중에서 제인이를 가장 신뢰하고 의지한다. 불의의 사고로 정서적 상처를 가진 오냐. 우리 가족 모두가 그 상처를 치유하고 마음의 안정을 줄 수 있다는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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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7살, 6살이 된 제인이와 해일이는 “엄마, 아빠, 오냐는 몇 살까지 살다가 별나라로 가요?” 라며 가족의 수명에 대해 관심을 갖는다. 그럴 때면 100살까지 살다가 별나라로 가서 우리 모두 다시 만날 거라고 얘기해 준다. 그 대답처럼 오냐가 부디 이제는 몸도 마음도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오래오래 곁에 머물러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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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사진 우지욱

편집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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