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ITH MY CAT
초보 집사에서 한 걸음씩
고양이 세계에 입문하다
고양이라는 존재는 20대 중반까지도 그저 무섭고 보기 싫은 존재였다. 그런데 어느 순간 사회에서 애완동물이 아니라 반려견, 반려묘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했고 나에게도 우연히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삶이 찾아왔다. 그렇게 나는 책임감을 배우고 아이들의 감정을 알아가고 있었다.
엄마가 되다
희동이를 처음 만난 건 충무로 길거리에서였다. 걸어가는데 어린 고양이들이 놀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세 마리 중 다른 두 마리와 어울리지 못하고 구석에 있던 고양이를 난생 처음으로 품에 안아봤다. 금방 결정내릴 문제는 아니었기 때문에 그 길로 다시 집에 돌아왔지만, 어느새 나는 그 고양이의 이름을 생각하고 있었다.
예비 신랑과 수많은 이름을 함께 논의하다가 ‘희동! 희동이가 좋겠어’ 하고 결정했다. 그때가 벌써 새벽으로 넘어간 시간이었다. 작고 예쁘고 빛나던 그 아이 때문에 우리는 잠을 이루지도 못하고 있었다. 다음날 퇴근하자마자 희동이를 데려왔고, 페르시안 친칠라라는 종이라고 했다. 나는 문득 엄마가 되었다.
어떻게 된 거지?
우릴 너무나 잘 따르던 아깽이 희동이. 높은 침대도 스파이더냥이처럼 발톱을 세워 오르고, 책상 위에서 선반으로 점프를 하며 뛰어 놀고, 창밖을 보며 사색도 즐기던 희동이가 어느 날 집에 와 보니 분홍색 토를 해놓은 적이 있었다.
초보 집사이자 엄마인 나는 너무 놀라 바로 병원으로 달려갔다. 예전에 접종을 하러 병원에 갔을 때, 이전에 밥을 너무 적게 먹였는지 몸무게가 500g밖에 안 나간다고 했었는데 내가 집에서 밥을 너무 많이 준 모양이었다. 아깽이가 벌써 뱃살이 늘어지고 너무 많이 먹어 위에 상처가 생겼다는 것이었다. 이때 희동이 몸이 흡사 호리병처럼 배만 옆으로 볼록하게 나와 있었다. 너무 놀랐던 사건이지만 희동이는 여전히 기분이 좋으면 잘 먹는다. 흐뭇한 한편 걱정스러워 늘 식사량을 고민하고 있다.
둘째를 결심하다
내가 출근하면 하루를 꼬박 혼자 있어야 하는 희동이는 내가 집에 오자마자 왜 이제 왔냐며 그리움을 표현한다. 처음엔 고양이는 다 시크한 줄만 알았는데, 유독 외로워보이는 희동이를 보고 동구를 데려오기로 결심했다. 얼굴도 보기 전에 동구라는 이름을 지어놓고 둘째를 맞이했다. 희동이 친구니까 동구, 합쳐서 희동구! 참으로 재미난 이름 아닌가.
동구는 엄마와 오래 같이 있었고 형제들도 있었던 덕분인지 희동이와 성격이 전혀 달랐다. 아깽이인데도 사냥 습성이 뛰어났고 골골송도 더 크게 내주고, 우리에게 부비부비하며 더 많이 비비고 통 겁도 없었다. 좀 더 본능에 충실한 고양이라서 희동이가 동구 행동을 보고 따라하고 배워가는 것을 보며, 동구를 만나 참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동구를 몰랐으면 우린 희동에게 완벽한 냥이가 되는 법을 알려주지 못했을 것이다.
밥그릇도 캣타워도, 엄마도 다 내 거!
동구는 욕심도 참 많다. 희동이가 뭘 하려고만 하면 가서 뺏고, 먹고, 심지어 화장실에 따라가 문을 툭툭 건드려 보기도 한다. 서열이 그런 건지 희동이가 귀찮아서 피하는 건지 초보 집사는 아직도 모르는 게 많지만 항상 똑같이 사랑을 주려고 노력한다. 이렇게 우리는 가족이 되었다.
벌써 우리 아이들은 8개월이 되었다. 앞으로도 어마어마하게 많은 행복한 일들이 있겠지? 희동이, 동구리. 사랑한다.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
CREDIT
?글?사진 김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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