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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 | 써니하우스 …

  • 승인 2017-04-28 11:3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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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I STRANGER

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

써니하우스 편

따뜻한 바람에 꽃들이 하늘하늘 춤추는 계절인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며, 제주도는 연분홍의 벚꽃과 밝은 노랑의 유채꽃이 한가득 피어 어디에서나 봄을 느낄 수 있는 날들이 지속되고 있다. 겨우내 꽁꽁 숨어 차가운 바닥에 배를 깔고 힘겹게 살아가던 길냥이들에게도 봄은 아주 반가운 손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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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지 신경 쓰이는 그곳


봄비로 대지가 촉촉하게 적셔지던 지난 주말, 더욱 빨리 봄을 맞이하기 위해 산방산이 있는 곳으로 향했다. 이미 유채꽃이 만발해 곳곳이 노랗게 물들어 진정한 봄임을 실감하게 해주었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며 구경하던 중 잠시 쉴 곳을 찾아 주변에 있던 카페로 들어갔다. 사실 카페 바깥쪽에 놓여있던 주황색의 개밥그릇이 이상하게도 계속 신경이 쓰였던 것이다. 왠지 저곳으로 가면, 아주 애교가 많은 고양이를 발견할 수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카페 이름은 써니하우스로 아주 고풍스러운 느낌이었다. 카페 한쪽 구석에 커다란 개 사진이 놓여 있고 그 위에는 ‘써니’라고 쓰여 있었다. 이 카페 이름이 왜 써니하우스가 되었는지 바로 짐작할 수 있었다. 그리고 가게 앞에 놓은 밥그릇이 정말 강아지 것이었구나, 하고 내심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도 일단 들어왔으니 주문을 하고,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주인아주머니께 “혹시, 이곳에서 고양이도 키우고 있나요?”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화들짝 놀라며 “혹시 고양이 알러지가 있으세요? 아니면 고양이를 싫어하나요?”라고 다급하게 되물었다. 그 물음에 “고양이를 좋아해요”라고 대답하니 방긋 미소를 지으며 “이 동네에 돌아다니는 고양이 9마리에게 밥을 주고 있어요.”라고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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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건너면 위험하니까


원래부터 동물을 너무나도 좋아하는 이 부부는 3년 전 이곳에 터를 잡고 유기견이었던 써니의 이름을 따서 ‘써니하우스’를 오픈했다. 오픈 후 며칠이 지나자 카페 앞에 유난히 고양이들이 많이 지나다니는 것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주인아주머니는 처음에는 별 관심 없이 지나다니는 고양이들을 바라보기만 했었는데, 어느 날 먹을 것을 찾기 위해 큰 도로를 왔다 갔다 하던 고양이 한 마리가 사고를 당한 것을 목격하게 됐다. 그런 사고는 그날뿐만이 아니었다. 배를 채울 만한 걸 찾으려는 고양이들이 도로가를 뛰어다니며 자주 사고를 당하게 되고, 그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주인아주머니는 고양이들이 길을 건너지 않아도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카페 앞에 작은 공간을 마련해 먹이를 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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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처음에는 한 마리가 와서 먹더니 조금 지나니 두 마리가 되고, 나중엔 15마리 정도가 와서 먹이를 먹게 되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러던 중 고양이 한 마리가 먹이를 입에 한가득 물고서 먹지는 않고 카페 옆 작은 골목길로 들어가는 것을 목격하게 됐다. 알고 보니 그 골목의 돌멩이 사이에서 새끼들이 희미한 목소리로 울고 있었고, 어미는 새끼들을 살리기 위해 열심히 음식을 가져다주고 있었던 것이다.

너무나도 추운 날이었고, 위험한 것들이 많은 바깥세상에서 힘겹게 살아가는 아깽이들이 안타까워 주인아주머니는 카페 안쪽 공간에 박스를 만들어 어미가 젖을 먹일 때만 아깽이들을 내보내고, 그렇지 않을 때에는 카페 안에 두고 따뜻하게 지낼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게 지낸지 3년이 지난 지금, 많았던 고양이들 중에도 자기들끼리 경쟁하다 다치는 아이들도 있고, 먹이를 주어도 여전히 도로를 지나다니다 사고가 나는 아이들도 있어 총 9마리가 남아 밥을 먹기 위해 이곳을 찾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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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마음은 이미 활짝


그중에서도 거의 하루 종일 카페에 머물다시피 하는 고양이가 두 마리 있는데, 이 고양이들은 배가 불룩하게 나온 걸 보니 곧 귀여운 아깽이들을 출산하게 될 것 같았다. 둘 중 한 마리는 온몸이 치즈색이며 꼬리가 말려 기형인 ‘할머리’라는 이름의 고양이였는데, 몇 개월 전까지만 해도 이상한 병에 걸려 입가에 침을 질질 흘리고 밥도 제대로 못 먹어 거의 죽어갔더란다.

매일 카페로 찾아와 밥을 먹는 고양이들이긴 하지만, 아직까지 주인아주머니의 스킨십까진 허락하지 않았던 터라 아파도 손을 쓸 방법이 없었다. 그러다 사진을 찍어 병원에 보여줬더니 먹는 약을 처방해줬고, 먹이에다 조금씩 섞어 먹였더니 점차 증세가 나아지며 지금은 언제 아팠냐는 듯 아주 건강해졌다.

아직 주인아주머니 팔 안에 가득 안을 수 있을 만큼 경계를 완전히 푼 고양이들은 아니지만, 카페 안을 유유히 걸어 다니며 의자에 앉아 낮잠을 청하는 녀석들을 보면 이미 마음은 완전하게 주인아주머니를 향해 열고 있는 것이 아닐까. 아직은 아니지만, 언젠가 고양이를 안고 환하게 웃는 주인아주머니를 볼 수 있지 않을까 내심 기대된다.?

CREDIT

?글·사진 조아라?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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