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LTURE?
초보 집사의 길로 들어선
당신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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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 집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일단 기본 물품이 구비되어 있어야 한다. 깨끗한 식기, 스크래쳐, 화장실, 모래, 장난감, 빗, 간식 등. 하지만 고양이와의 행복한 삶에는 그 이상의 것이 필요하다. 이제 막 초보 집사가 된 당신에게, 그리고 다시 초심을 잡고자 하는 당신에게 추천한다. 고양이를 존중할 수 있는 방법을 되짚게 하는 네 가지 지침을.
?사랑의 기술 The Art of Loving
??에리히 프롬, 1956
“아무것도 모르는 자는 아무 것도 사랑하지 못한다”?
처음 고양이를 우리 집에 데려왔을 때 고양이는 어두컴컴한 옷장 안으로 숨어 들어갔다. 그런 고양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나는 ‘처음 집에 온 고양이는 그냥 내버려둬’라는 조언에도 옷장 안에 얼굴을 들이밀고 계속 말을 걸었다. 우리는 언제쯤 친해질까? 너는 어쩜 이리 귀엽니? 그런 나를 두고 고양이는 하악질하며 냥냥펀치를 날렸고 나는 뺨을 맞았다. 결국 3일쯤 후, 내가 고양이의 존재에 신경 쓰지 않는 척할 때에야 고양이는 옷장 밖으로 나왔다.?
고양이에게 홀딱 반한 나는 오로지 내 감정만 앞세우고 무작정 들이대다가 고양이에게 ‘꺼져!’라는 대답을 들었다. 그제야 이 아이도 나를 사랑해야 우리가 진정으로 행복할 수 있겠다는 것을 깨달았다. 시행착오를 겪으며 고양이 또한 나를 사랑하게 만들게 되기까지는 약 두어 달. 고양이의 사랑이 고프다면 사랑의 기술을 배워보자. 에리히 프롬의 조언을 따라본다면 고양이와의 간극이 좀 좁아질지도 모르니.?
글 김나연
뚜껑 열린 통조림?
??바이 준(By Jun), 정규앨범 <Deepest Love>
보라, 선율을 따라 통통 딛는 우아함을
나는 세상의 모든 고양이들은 다 도도한 귀족인 줄로만 알았다. 사뿐사뿐한 걸음걸이, 슬쩍 흘겨보는 투명한 눈동자, 유연한 듯 요염한 듯 보드라운 곡선을 그리는 몸매. 한 치의 더러움도 용납하지 않는 깔끔한 성격은 또 어떤가. 까다로움이 보통이 아닐 텐데 그런 고양이를 어떻게 모시고 사냐면서 바로 곁에 있는 집사들을 멀찌감치 떨어져서 구경했다. 얼마나 시달릴지 안 봐도 비디오였다.
앞으로 고양이를 입양할 계획이 있나? 혹은 이제 막 고양이를 데려온 초보집사인가? 그렇다면 꼭 한 번 이 곡을 들어보기를 추천한다. 당신이 상상하는 것 이상으로 고양이는 심장에 해롭다는 걸 다시 한 번 명심할 수 있을 테니까. 이미 고양이에게 푹 빠져 콩깍지가 단단히 쓰인 상태일지라도 괜찮다. ‘뚜껑 열린 통조림’은 한층 더 그 콩깍지가 단층 더 단단하게 여물 수 있도록 만들어줄 것이다. 나 역시 그렇게 고양이와 폴인 러브, 나무랄 데 없는 해피엔딩이다.?
글 장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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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타로의 일기 ぴくぴく仙太?
누노우라 츠바사, 1992?
나와 다른 생명을 데리고 왔을 때
어릴 적 나는 만화방에 무척 자주 드나들었다. 부모님이 일을 나가셔서 집에 어른이 없기도 했고 다른 형제, 자매도 없는 나는 반려동물을 무척 키우고 싶어 했다. 혼자 있는 시간을 같이 보내줄 동료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부모님은 허락해주지 않았다. 대리만족일까, 그 당시 유독 동물 만화를 즐겨봤는데 유치원 때도 초등학교 때도, 심지어 머리가 큰 중학교 때도 여러 번 읽게 된 만화책이 바로 <센타로의 일기>다. 국내에는 <당근있어요?>라는 다른 제목으로도 발매됐다. 동물 만화 중에선 꽤나 유명한 작품으로 전국의 만화방마다 입점해 있던 클래식 만화이기도 하다.
동물 만화로 얼마나 에피소드를 짜낼 수 있겠냐 싶지만 <센타로의 일기> 혼자 사는 싱글 남성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스토리만으로 동물과 사람을 향한 깊고 풍부한 시선을 담는다. 그저 토끼라는 귀여운 동물을 소개하는 만화가 아니다. 다른 생명을 데리고 왔을 때 우리가 취해야 할 태도를 간접적으로 제시하기 때문이다. 이 책을 펼쳤을 때, 책 속의 바쿠가 당신이고 센타로가 당신의 고양이라고 생각해 본다면 재미는 몇 배가 될 것이다.?
글 우서진?
케빈에 대하여 We Need to Talk About Kevin
린 램지, 2012
“저도 이유를 알고 있는지 알았는데 아니었어요.”?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질 줄 알았다. 그 생각만으로 벌써 2년. 우리 집 고양이는 여전히 혹시 살쾡이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야생미(?)를 잃지 않고 있다. 이제 막 반려를 시작하는 분께 죄송하지만 첫날 파악된 고양이의 성격이 어쩌면 끝까지 갈지도 모른다. 작고 어리다며 너무 희망을 갖지는 말자. 차라리 어떻게 이 녀석에게 적응할지 일찌감치 고민에 돌입하는 것이 낫다. <케빈에 대하여>의 에바 같은 고초를 겪고 싶지 않다면….
에바와 그의 아들 케빈은 앙숙을 넘어 원수지간에 가깝다. 에바는 케빈이 뱃속에 있을 때부터 그 존재에 대해 어색해하고, 케빈은 유독 에바에게만 표독스럽게 반항한다. 그리고 그 이유는 영화 내내 드러나지 않는다. 에바는 ‘엄마’를 연기하고 케빈은 ‘아들’을 시늉하지만, 에바의 남편 혹은 케빈의 아빠조차 둘 사이의 부조화를 감지하지 못한다. 에바는 케빈이 장성한 후에도 “도대체 왜 그런 거냐”며 묻고, 케빈은 “내가 (이유를) 알고 있는지 알았는데 아니었다”며 무심히 답한다. 심지어 자신들조차(!) 관계의 어긋남이 무엇 때문인지 알지 못한다.
처음 시작하는 반려인이라면 ‘반려인과 반려 동물의 바람직한 관계’에 대한 달콤한 이상을 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모습을 연기하거나 요구하다 보면 영화의 모자처럼 영원히 서로의 진심에 가닿지 못할지도 모르니, 평화의 적정선을 열심히 찾아보자. 덧붙이자면, 원작 소설 뒷 페이지에 주인공을 ‘소시오패스’이자 ‘괴물’로 소개한 이 작품으로 우리 집 동물 얘기를 하게 될 줄 몰랐다. 가끔 피를 보긴 하지만 어쨌거나 잘 지내고 있다. 살쾡이와는.
글 김기웅?
CREDIT
에디터 김나연
사진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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