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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사는 보물섬
다다오브제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과 같은 영화는 연출자의 고집처럼 정성껏 진열된 취향들이 어우러져 하나의 미술품을 연상케 한다. 빈티지 쥬얼리, 독특한 소품 그리고 고양이. 콜렉터의 취향과 주관이 확고히 반영된 작은 보물섬, ‘다다오브제’도 그렇다.
콜렉터 이서경 & 호야와 모네
저는 프랍&세트 스타일리스트입니다. ‘다다오브제’는 콜렉트 숍이에요. 수집품을 바탕으로 한 빈티지 쥬얼 숍이고, 전 이 곳을 운영하는 콜렉터고요. 취미로 모으면서 판매하기 시작한 게 거의 10년 정도 된 거 같아요. ‘다다오브제’를 운영한 지는 올해로 8년이 됐어요. 고등어 태비 무늬를 가진 호야는 ‘겁 많은 뚱땡이’예요. 러시안 블루 친구 모네는 ‘곱게 자란 망나니’랄까.(웃음) 까다롭고 말도 많아요. 나이로는 호야가 첫째인데 데려온 게 모네가 먼저라 서열은 모네가 위예요. 서로 항상 틱틱거리죠. 평소엔 호야가 져주는 편인데 한 번 욱할 때 폭발해요. 그럴 땐 아무리 모네라도 꼼짝 못해요.
작업실에서 ‘다다오브제’까지
처음엔 제가 관심 있는 것들 위주로 모으기 시작했어요. 갖고 있는 것만으로는 재미가 없어서, 해체한 후 제가 다시 만들기 시작했죠. 저희들은 이걸 ‘크래프트 작업’이라고 불러요. 쥬얼리를 다시 재해석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하죠. 이렇게 작업하려니 더 많은 쥬얼리가 필요해졌어요. 외국에 나가서 수입해 온 후 재가공하고 프리 마켓에서 판매하고 하다 보니 작업실까지 마련하게 됐어요. 그게 ‘다다오브제’예요. 작업실이 나중엔 쇼룸이 되고, 지금은 고양이들과 함께하는 공간이 됐죠.
쥬얼리에 반하다
원래 패션에 관심이 많아서 옷이나 신발도 좋아했어요. 이런 것들을 모으다가 쥬얼리까지 오게 됐네요. 본격적으로 공부해 보니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쥬얼리엔 훨씬 다양한 종류가 있고, 하나하나에 시대 배경도 많이 묻어난 예술품이란 걸 깨달았어요. 옷은 착용함으로써 가치가 완성되지만 쥬얼리는 그 자체만으로도 소품이 된다는 점 역시 매력적으로 다가왔어요. 쥬얼리도 패션처럼 시대에 따라 유행이 항상 존재한답니다. 예를 들어 60년대에 융성한 히피 문화 속에선 그에 어울리는 플라워 모티프의 쥬얼리들이 유행하는 식으로요. 현대 쥬얼리는 특정한 모티브를 두고 작업되지 않지만, 빈티지 쥬얼리는 아주 사소한 디테일까지 살아 있죠. 꽃, 나뭇잎 같은 자연물, 동물이나 사람 같은 주변의 다양한 대상들에서 모티프를 따와 조형적으로 해석해내요.?
고양이와의 첫 만남
이 동네에 길고양이가 많아요. 찾아오는 고양이들에게 밥을 챙겨 주다가 정을 붙이게 됐죠. 딱히 살갑게 굴진 않는데 저를 알아보고 늘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너무 재밌었어요. 그러다 고양이를 한 마리 길러야겠다 싶어 모네를 분양받았고요. 그때만 해도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전혀 없는 상태였죠. 모네를 키운 후로도 길고양이들에게 계속 눈이 갔어요. 모네는 숍에서 분양받아 기르게 됐지만 매일 길에서 마주치는 아이들이 이렇게 많은데 한 마리는 데려와 보살펴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던 중에 호야를 만나게 됐죠. 호야는 울산 길거리를 헤매던 유기 고양이였어요. 보호소를 통해 입양을 가게 됐는데 사료를 너무 많이 먹는다는 이유로 파양까지 당했다고 해요. 왠지 모르게 자꾸 눈에 밟히고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울산에 본가가 있기도 해서 ‘한번 얼굴이나 보러 가보자’ 하고 내려가서 입양까지 하고 데리고 와버렸죠.
두 고양이의 집
이 친구들은 여기가 집이라고 생각해요. 입양 후 바로 여기로 데리고 와서 그런지, 오히려 저희 집으로 데려가면 긴장하고 주눅 들어 있죠. 집 밖에 나와 있을 동안 빈 집에서 하루 종일 저만 기다리게 하는 것보다 자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함께 생활할 수 있으니 아이들을 ‘다다오브제’에서 기르기로 했어요. 물건이 많은데 고양이들이 안 떨어뜨리냐고요? 떨어지죠.(웃음) 요즘엔 고맙게도 잘 안 올라가요. 몇 번 떨어뜨려서 혼을 냈더니 학습이 된 건지 올라가서 만지면 제가 싫어한다는 걸 다 알고 있어요. 하지만 어쩌다 한 번씩 있는 일이고 어차피 함께 지내기로 한 거니 치명적인 문제라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다만 촬영에 쓰려고 사둔 비싼 소품들을 깨트릴 땐 마음이 많이 아프죠.
‘다다오브제’가 원하는 것
고양이에 대한 호불호는 확실히 나뉘어요. 어떤 분은 굉장히 좋아하지만 어떤 분은 경악하면서 문도 못 여는 분들도 계세요. 만약 내부가 정말 궁금한데 알레르기나 트라우마가 있으신 분들에겐 쇼룸과 작업실 사이에 중간 문이 있으니 아이들이 밖으로 못 나오도록 배려는 해드릴 의향이 있어요. 하지만 그게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최선이고 고양이가 있어서 싫다는 분들에겐 ‘싫으면 뭐 어쩔 수 없지?라는 마음이에요.(웃음) 쇼룸 내에 아이들이 다닐 수 있는 길을 예쁘게 만들어 주고 싶어요. 분명 오랫동안 함께 지낼 테니까, 아이들과 이 공간이 더욱 어우러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겠죠. 가게가 더 커져서 인테리어가 변하더라도 아이들이 쾌적하게 지낼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저의 소망이에요.
INFO
다다오브제 dadaobjet
서울 강남구 논현로153길 33
TEL. 02-511-1959
CREDIT
인터뷰 우서진
사진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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