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친구를 만나다
잡지 한 권은 한 사람의 힘으로 만들어지지 않는다. <매거진C> 개편을 맞아 오랫동안 잡지를 함께 만들어준 사람들을 소개하고 싶었다.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으나, 상이한 역할과 역량을 통해 그 마음을 실현하고 있는 사람들. 그들을 만나고 새삼 확인한 것은 다양한 생각과 의견을 품을 수 있어야 한다는 잡지의 본령이었다.?
② 고경원 작가?
- ?사진 작가, 기획자
자기소개를 부탁드려요.
길고양이 사진 찍는 일로 시작해 지금은 고양이에 관한 책을 쓰고 있어요. 작년부터 고양이 책 기획 일을 하면서 다른 분 책을 구상하고 편집하는 일도 하고 있고요. 올해 7월부터는 1인 출판을 시작할 예정이에요.
이쪽 길로 접어든 계기가 있었나요?
웹진 기자로 근무한 적이 있어요. 취재에 사진 기자가 따로 붙지 않아서 항상 카메라를 가지고 갔었는데 그땐 고양이랑 같이 살지 못했던 때라 사진이라도 건지고 싶다는 사심에서 틈틈이 찍기 시작했죠. 그렇게 5, 6년 찍은 사진을 모아서 첫 번째 길고양이 사진 에세이를 냈어요. 이후엔 해외 고양이를 취재하며 책을 만들었고요.
최근에 하신 작업은 뭔가요?
4월 초에 커플 고양이를 담은 사진집인 <둘이면서 하나인>이 나와요. 여기엔 고양이들의 다양한 관계가 담겨 있어요. 이 사진들을 통해 고양이도 사람과 다를 바 없이 희로애락을 느끼고 감정과 고통을 느끼는 존재라는 걸 사람들이 공감해 줬으면 해요. 계몽적인 방법보다 보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모든 분들이 길고양이의 빛나는 순간들을 현장에서 볼 수 없기 때문에 사진으로 그 순간을 포착해서 날아가지 않도록 책 안에 담고 있죠.
1인 출판에 뛰어든 이유는요? 더 큰 출판사에서 안정적으로 작업하실 수 있었을 텐데.
고양이에 대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참 많아요. 다만 제 역량 상, 시간 상 하지 못한 이야기를 더 잘할 수 있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그런 걸 발굴해서 고양이 책을 좀 더 다변화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고 싶었어요. 출판사에 있으면 여러 가지 상업적인 고려가 들어가요. 아무래도 귀엽고 예쁘고 팬시적인 사진을 추구하게 되는데, 그런 긍정적인 메시지가 나쁜 건 아니지만 어느 한 경향으로만 흐르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했어요. 직접 출판사를 차리면 그런 부분에서 조금은 자유로울 수 있죠.
그러면 작가님의 출판사에선 어떤 이야기를 다루게 되나요?
크게 세 가지로 기획하고 있어요. 첫 번째는 성묘 입양에 대한 얘기예요. 작년에 기획했던 <무심한 듯 다정한>이 그 일환이었고요. 두 번째는 육아 육묘. 고양이가 많이 버려지는 이유 중 하나가 임신이나 출산 경험으로 인한 거예요. 고양이를 파양하지 않고도 잘 반려하는 사람의 이야기를 담고 싶어요. 세 번째는 ‘아프지 마 괜찮아’라는 콘셉트인데, 고양이가 아프거나 장애가 있을 때 비용 문제로 많이 버려지잖아요. 하지만 그런 경우에도 행복하게 살고 있는 사례들이 충분히 있어요. 이런 사례를 묶어서 책을 만들고 싶은 게 현재 목표예요.
5월호부터 <매거진C>에서 새로운 코너 연재를 시작하시기로 했죠. 어떤 내용인가요.
매년 9월 9일 ‘고양이의 날’이라는 기획전을 열어요. 다양한 작가를 섭외해서 진행하는데 올해가 9회째예요. 아홉 분을 모아서 진행하려고 하는데 지면으로 먼저 소개를 하고 싶었어요. 숨은 작가들의 작품을 알려드리고, 작가 분의 작업실을 찾아가서 고양이와 관련된 작업과 같이 키우고 있는 고양이와 지내는 삶 얘기를 풀어낼 것 같아요. 예술을 통해서 고양이가 어떻게 전달이 되는지도 다각적으로 전달해드릴 예정이고요.
오랜 시간 저희 잡지와 함께해 주셨는데요. 바라는 점이 있다면요.
요즘에 화보 중심으로 편집이 되다보니 무거운 얘기를 싣기 힘든 것 같아요. 오랜 역사가 있는 고양이 잡지다 보니 마음이 아픈 얘기들도 같이 실어주는 공간이 되어줬으면 해요.
다음 친구의 이야기
CREDIT
인터뷰 김기웅
사진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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