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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두드리세요 ‘통통 보닛’? 캠페…

  • 승인 2017-04-18 10: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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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

Take a look, Just a knock

통통, 두드리세요 ‘통통 보닛’? 캠페인?


‘따뜻한 당신의 집 안에서 편히 쉬다 갈게요.’ 그 겨울, 가혹한 추위를 피해 자동차 보닛 안에서 잠을 청한 고양이는 그렇게 인사하지 않았을까. 지금쯤 그 고양이는 따뜻한 봄볕 아래에서 이따금 겨울엔 추웠었다냥- 하며 능청스레 그루밍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그리고 아마 당연하겠지만, 그 고양이는 어느 선한 사람들이 길고양이의 아름다운 봄을 위해 열심히 목소리를 냈다는 것은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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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통, 나를 찾아주세요

노희정 씨는 합정동에서 카페 ‘노PD네 콩볶는 집’을 운영하며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고 있다. “야, 밥 먹고 가!” 하고 길 가는 고양이를 부르면 고양이가 ‘응, 알았어’ 하듯이 새침하게 와서는 밥을 먹고 간다고. 길고양이와의 관계에서는 캣맘보다는 같은 동네 주민, 반려묘 이브와의 관계에서는 동거인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리는 사람이다.

그러니 작년 10월, ‘학교 주변에 고양이 밥 주지 마세요’라는 전단지를 보고 화가 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었을 것이다. “차 밑에 놓인 사료를 먹던 새끼 고양이를 운전자가 보지 못하고 그대로 출발했던 거예요. 고양이는 못 피했고, 그 자리에서 바로 명을 달리 했대요. 등굣길에 학생들이 그걸 보고 난리가 났었고… 그래서 그 전단지가 붙은 거죠.” 분노는 심란함으로 바뀌어 희정 씨를 떠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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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들에게 무언가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스스로에게 던지는 질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 고민은 곧 카페의 단골손님이자 엔터테인먼트 대표인 이희정 씨와 공유하게 되었다. 때마침 이 대표도 새끼 고양이가 자동차 보닛 속에 들어간 사건을 겪은 터였다.

“결국 길고양이를 위한 캠페인을 하자고 이야기가 됐어요. 그런데 이 대표님 회사의 소속 뮤지션들이 노래를 만들겠다고 하고, 캣맘들도 함께 참여하겠다고 하고… 너무나도 좋은 사람들이, 굉장히 빨리 도움의 손길을 주더라구요.”

이왕 하게 된 일, 이 일을 캠페인으로 만들어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진행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차 밑, 차 보닛 속의 고양이를 의식하게 된다면 한 마리라도 더 많은 고양이들이 살아남게 되는 것일 테니까. 그렇게 ‘통통 보닛’ 프로젝트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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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통분모는 역시나 고양이


곧 ‘통통 보닛’ 프로젝트는 다음 스토리펀딩에서 연재되는 것으로 사람들에게 모습을 나타냈다. 평범한 캣맘, 고양이 잡화점을 운영하는 8묘 집사, 싱어송라이터, 카페를 운영하는 집사, 길고양이 사진작가, 방송작가…. 직업도, 삶의 방식도 다른 사람들이 길고양이와 희정 씨를 교집합 삼아 모여 저마다의 사연을 글로, 사진으로, 동영상으로 이야기했다. ‘길고양이를 위해 보닛을 통! 통! 두드려 주세요’. 이 한 문장을 알리기 위해서였다. 캠페인을 마무리하는 콘서트도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 대표가 운영하는 엔터테인먼트의 인디밴드 뮤지션들이 고양이를 위한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 “여울이가 그래요. 노래 준비하면서 몰랐던 걸 많이 알게 되었다고, 세상이 달라졌다고요. 고맙다고 말하는 게 너무 고맙더라구요.” 희정 씨는 ‘세상에 좋은 사람이 이렇게나 많다’고 덧붙였다.

고맙고 신기하게도, 작년 10월부터 올해 1월까지 진행된 스토리펀딩이 막을 내릴 당시에는 거의 구백만 원에 달하는 금액이 모였다. 예상을 뛰어넘는 관심이었다. 스토리펀딩을 시작할 당시 약속했던 대로 고양이 도어사인과 주차 번호판, 파우치를 제작하는 한편 캠페인 성공을 축하하며 프로젝트를 마무리하는 콘서트 날짜를 잡았다. 이름하여 ‘겨울엔 묘해’ 콘서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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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봄이 오면 다시 인사해요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혹시 알지도 모르겠다. 인디뮤지션 타루의 목소리는 고양이의 부드러운 털을 닮았다. 싱어송라이터 진현의 노래는 은근한 골골송을, 차여울밴드의 노래는 봄볕에 기지개를 켜는 고양이를 연상하게 한다.

콘서트의 오프닝은 희정 씨의 반려묘 이브가 인천의 을왕리 해수욕장으로부터 합정동까지 건너와 동네를 제패하게 된 짧은 애니메이션이 맡았다. 공연 중간에는 김하연 사진작가의 다큐멘터리로 길고양이들의 삶을 짧게나마 관람객들에게 보였다. 고양이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도, 이 콘서트로 인해 길고양이와 보닛을 두드리는 것에 대한 의미를 좀 알 수 있지 않았을까.

“길고양이에게 대해 바라는 건 없어요. 그냥 미안할 뿐이죠. 저희 앞으로 이것저것 많이 하려구요. 김하연 작가님이랑 팟캐스트도 진행하기도 했어요! 고양이에 대해 모르는 사람들이 차근차근 알 수 있도록요.”

희정 씨의 야심은 야무지다. 아무렴 그렇다. 세상에는 길고양이가 많고, 그들에게 다시 돌아올 겨울이 조금 더 따뜻하고 안전하기를 바라는 상냥하고 다정한 사람이 이렇게나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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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김나연

사진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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