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T LOSS : 남겨진 사람들
다시 만나기를, 반달아
2014년 1월. 그 날은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린 겨울 아침이었다. 사무실 뒤뜰에서 우연히 보게 된 고양이 발자국에, 마트에서 고양이 사료와 캔을 사서 내다 놓았다. 그 후로 동네 고양이들이 가끔 들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달 뒤, 바둑무늬 털을 가진 얼룩 새끼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한쪽 눈은 썩어 보일 정도로 고름에 가득 차 있었다. 추위에 떨고 있는 작은 생명체. 측은지심으로 건넨 영양제가 섞인 참치 한 숟갈에 이 아이는 앞발 대신 주둥이를 내밀었다. 삶에 대한 의지와 나에 대한 믿음이었을 것이다. 색깔이 반반씩 섞여 있어서 반달이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 뒤 2년 동안 이 녀석을 가끔씩 혹은 자주 봤다. 웃기도 하고 허탈해 하기도 하는 나날이었다. 반달이는 겨울에는 아예 사무실에서 살다시피 했다. 다시 봄이 왔을 때 반달이는 아프기 시작했다. 수컷이여서 그런 걸까? 짝짓기 시기에 자주 싸워서 그런지 상처가 덧나는 경우도 많았고, 며칠씩 보이지 않는 경우도 잦았다. 그러나 만날 때 마다 보여주는 재롱은 여전했고 우리의 정은 더 돈독해졌다.
반달이와 함께 보내는 두 번째 겨울, 가장 추웠던 한 주가 지나고 어느 날. 갑자기 나타난 녀석은 몸이 들썩일 정도로 숨을 몰아쉬며 나타났다. 심상치 않은 느낌에 지인에게 이동장을 빌려 병원으로 데려갔다. 전염성 복막염을 진단받았다. 증상 완화만 가능한- 근본치료법이 없는 불치병. 식구들의 허락을 받고 데리고 온 우리 집에서의 2주 동안 반달이의 상태는 정말 거짓말처럼 좋아졌다. 퇴근하면 마중도 나오고, ‘야옹’도 해 주고, 발라당도 해 줬다. 나와 우리 가족들, 반달이 모두 행복했던 시간이었다.
반달이의 배는 복수 때문에 점점 불러왔다. 밥도 물도 거의 먹지 못하게 되었다. 주사기로 물과 고양이 분유, 약 등을 계속 투여했지만 좀처럼 잘 먹으려 하지 않았다. 하늘로 가기 바로 전날 낮에 나를 바라보며 입을 맞추던 행동이 작별인사가 될 줄은 몰랐다. 그 날 새벽, 내 베개 옆에서 던 녀석의 울음소리에 잠을 깼더니 반달이는 구토를 하기 시작했다. 황급히 녀석을 안았을 때, 마치 기다리기라도 했다는 듯 고개를 떨궜다. 2016년 3월 19일 새벽 6시. 반달이는 2년이 조금 넘는 생을 마감했다.
반달이가 가던 날 하루 종일 눈물이 멈추질 않았다. 2년여의 생 중에 2달의 동거가 이 아이에게 좋은 기억이었기를 기도하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이제 조금 있으면 반달이가 떠난 지 만으로 일 년이 된다. 반달이가 떠나고 6개월 후, 떠난 그 날짜와 엇비슷한 시기에 태어난 6개월 된 고양이 한 마리를 입양해 집에서 키우고 있다. 정식 집사가 된 것이다. 반달이가 떠나며 나에게 일러준 무형의 언어가 이 아이를 내게 보내줬다고 생각하며 마지막까지 키울 것이다.
반달아, 내 나중에 저승 가면 꼭 마중 나와다오. 그 때는 우리 서로 아파하지 말고 더 잘 지낼 수 있을 거야. 다음 생엔 무엇이든 모두에게 사랑받는 아름다운 생명으로 태어나기를…….
* 반려동물의 죽음에 관한 사연을 받고 있습니다. edit@petzzi.com로 보내 주세요.
CREDIT
글 박지원
그림 지오니
편집 김나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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