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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육묘 중 | 2화 오냐의 식스센…

  • 승인 2017-03-08 10:0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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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육묘 중

2화 오냐의 식스센스

오냐에게는 아주 특별한 감각이 하나 있다. 오냐가 아직 새끼고양이였을 때, 내가 지독한 감기몸살에 걸려 하루 종일 누워 있던 날이 있었다. 그날 나는 믿기 어려운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되었다. 평소와 다르게 오냐는 아픈 내 곁을 온종일 떠나지 않고 몸에 착 달라붙어, 끊임없이 ‘그르릉’ 울림소리를 내며 내 얼굴을 혀로 핥아주었다. 그런 일은 오냐와 살면서 처음 겪는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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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내 마음을 읽은 건지

그 뒤로도 오냐는 내가 아플 때마다 곁에 달라붙어 그르릉 소리를 냈다. 그 소리는 고양이가 심장근육을 진동시켜 목으로 내는 소리로 알려져 있다. 흡사 헬리콥터 소리 같다. 보통은 기분이 좋을 때 내는 소리이지만, 뼈가 부러진 고양이나 몸이 아픈 고양이도 이 진동을 발생시킨다. 이 소리가 뼈를 빨리 붙게 하고 고통을 경감시켜 주기 때문이란다. 오냐는 내가 아픈 날이면 나를 빨리 낫게 하기 위해 심장근육을 진동시켜 그 소리를 내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기분이 몹시 안 좋은 날에도 오냐는 내 마음을 귀신같이 읽어내고는, 마치 “아빠, 기분 좀 풀어. 응? 응?”하고 말하듯 그르릉거리며 내 몸 어딘가에 찰싹 달라붙어 떠나지 않는다. 평소에는 절대 이런 법이 없다. 이따금씩 무릎 위로 올라와 그 소리를 내더라도 그건 단지 오냐가 기분이 좋아 내는 거라, 오래지않아 다시 내려가서는 자기 할 일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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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의 아픔을 헤아리는 ‘식스센스’

제인이를 낳던 날, 아내의 진통이 시작되자 오냐는 곧바로 아내에게 다가가 그르릉거리며 병원으로 가기 전까지 곁을 지켰다. 아이들에게도 마찬가지다. 제인이가 40도를 넘나드는 고열로 응급실을 다녀온 밤, 오냐는 제인이 옆을 지키며 울림소리를 전달했다. 해일이가 장염으로 힘없이 침대에 누워있을 때도 역시 오냐는 해일이 곁을 지켰다. 제인이나 해일이가 어딘가에 걸려 넘어져 울기라도 하면 오냐는 자고 있다가도 한달음에 달려와 아이들이 괜찮은지 살펴본다. 화장실 안에서 유치를 빼느라 제인이가 대성통곡을 하고 있을 때 문 밖에서 오냐는 안절부절못하며 화장실 안을 향해 목이 쉬어라 울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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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는 건 오냐가 언제나 달려오는 게 아니란 사실이다. 제인이와 해일이가 서로 싸우거나 잘못을 저질러 아빠엄마에게 혼나서 울 때는, 오냐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이쯤 되니 분명 오냐에게 식스센스라는 것이 있어서 우리 가족의 통증과 불안함이 오냐의 눈에 오롯이 보이는 게 아닌가 싶다. 그럴 때면 오냐는 만사 제쳐두고 우리 옆을 묵묵히 지키며 ‘가족의 건강은 내가 지킨다’라는 사명감으로 심장근육을 진동시키는 수고를 해 준다.

그게 오냐의 자유의지인지 본능인지 알 수는 없다. 확실한 건, 오냐와의 만남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이고 어쩌면 우리에게 온 큰 선물이 아닐까 하는 것이다. 오냐가 매번 그르릉 소리를 들려 준 까닭인지 우리 가족은 많이 아프지 않고 금세 병세에서 회복한다. 오냐에게 늘 고마운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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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사진 우지욱 | 사진작가 (@janehayl)

편집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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