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햇살과 고양이 그 이상의 눈부심에 대하…

  • 승인 2017-03-07 10:13:51
  •  
  • 댓글 0

LIVING WITH CATS

햇살과 고양이

그 이상의 눈부심에 대하여

“저희 집은 햇볕이 참 예쁘게 들어와요, 그러니 조금 일찍 오시면 좋답니다.”취재일정을 잡으면서 성숙 씨가 건넨 말에 오랜만에 가슴이 콩닥콩닥 뛰었다. 볕 좋은 날 도시락 싸들고 뒷동산에 올라갔던 어릴 적 기분과 비슷했다. 거실 유리창 앞, 찬란한 빛을 받으며 고릉고릉 잠을 청하는 고양이와 어서 만나고 싶었다. 상상만으로도 이미 그 이상의 눈부심은 없을 듯 했다.

c2afe5890cc12d2dc3643fc8835850e9_1488848

들어선 곳은 빛으로 가득차서

현관문을 열자 옅은 오렌지 빛으로 가득 찬 공간이 나타났다. 인사를 나누기도 전에 탄성이 먼저 흘렀다. 차분한 회색 벽지, 크림색 패브릭 소파, 익숙한 안정감을 주는 우드 가구들. 거실의 커다란 유리창으로는 잠시 눈앞이 새까매질 정도로 많은 빛이 쏟아지듯 들어오고 있었다. 오렌지 빛 집 안에서 따뜻한 느낌을 받았던 것은 아마도 집 안 가득 떠도는 이 햇살 때문일 것이다. 천장까지 닿을 듯 높은 캣타워 위에서 눈을 크게 뜨고 방문객을 응시하고 있는 고양이 한 마리와 눈이 마주쳤다. 이 집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는 노르웨이숲 고양이‘수리’였다.

평소 고양이를 좋아하던 남편 동욱 씨의 영향으로 수리를 데려오게 된 부부는 수리가 보다 넒은 곳에서 자유롭게 지낼 수 있도록 지금의 2층 집을 선택했다. 사실 부부 둘이서만 생활하기에는 조금 큰 집이었지만 계단을 오르락내리락 활보하며 수리가 기뻐할 것을 생각하니 더는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서울을 떠나 지금의 경기도 광주로 거처를 옮기고 나자, 성숙 씨가 앓고 있던 천식도 좋아졌다. CF감독인 동욱 씨의 탁월한 안목과 성숙 씨의 부드러운 감성이 만나 집은 조금씩, 그러나 완연하게 건강한 색채를 띠기 시작했다.

c2afe5890cc12d2dc3643fc8835850e9_1488849

c2afe5890cc12d2dc3643fc8835850e9_1488848

찬란하게 빛나는 부부의 순간들

부부의 이 아늑한 보금자리는 햇살을 빼놓고 논할 수 없다. 분명 모두 다른 성격의 가구들인데도 빛에 버무리면 똑같이 부드럽고 따스해진다. 포인트가 되는 검은색 쿠션, 푸른 잎사귀가 그려진 액자, 화분 옆에 장식되어 있는 작은 새 오브제들. 자칫 차갑게 느껴질 수 있는 투명한 플라스틱 소재의 의자도 원목 테이블에 접목시킴으로써 한없이 편안해진다. 언뜻 아무렇게나 놓여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군데군데 성숙 씨의 마음 씀씀이와 취향이 배어 있어 그것들을 찾아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놀라운 건 집 안의 가구들 대부분이 6년 이상 된 것들이라는 점이다. 유행하는 디자인을 따라가지 않아도, 이것저것 사다가 꾸며놓지 않아도 햇볕드는 우리 집은 이미 충분히 아름답다는 사실을 부부는 알고 있다.

수리의 고양이 용품들은 같은 붓으로 여러 번 덧칠해 번져든 수채화 물감처럼 부부가 좋아하는 가구들 옆에 마치 처음부터 하나였다는 듯 자연스럽게 동화되어 있다. 밥그릇과 물그릇, 스크래쳐, 캣타워 등 모두 다른회사의 제품들인데도 그 색채와 뿜어내는 분위기가 서로 꼭 닮아 있다.“계절이 바뀌어서 침대 커버를 교체할 때 집 안의 가구들도 조금씩 위치를 옮겨요. 수리의 물품들도 그때 배치를 바꿔주는 편이죠. 캣타워가 안방에 있을 땐 시큰둥하다가 거실로 내오니 너무나 좋아하더라고요. 덕분에 거실 채광이 좀 줄긴 했지만요.”

c2afe5890cc12d2dc3643fc8835850e9_1488848

수리는 햇볕 잘 드는 오전에는 캣타워 최고층에 올라가 늘어지게 잠을 자다가 문득 생각났다는 듯이 자리를 박차고 뛰어 내려와 거실 1인용 의자 위에서 의기양양 몸을 부빈다. 드문드문 하얀 털이 붙어 있는 의자의 상태에서 이미 예상했지만, 부부는 아예 수리에게 이 의자를 내어준 상태란다. 수리는 식탁 위에도 사뿐, 부부의 침대 위에도 사뿐, 집안 어디든지 나비처럼 자유롭게 돌아다닌다. 요 녀석, 부부에게 어리광을 피워도 단단히 피우고 있다.

c2afe5890cc12d2dc3643fc8835850e9_1488848

c2afe5890cc12d2dc3643fc8835850e9_1488849

집 안쪽에서 퍼져 나오는 햇살들

“고양이를 위한 인테리어를 생각하기 전에 먼저 아이들의 성격이나 특성을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미국에서 힘들게 구매한 캣워커에 수리가 좀처럼 올라서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하면서 성숙 씨는 아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수리에 대한 애정으로 흘러넘치는 2층에는 손수 페인트칠을 한 고양이 화장실, 선물로 받은 수리의 캐릭터 초상화, 수리의 이름이 새겨진 황금색 도자기 물그릇이 놓여 있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데 수리가 다가와 놀랍도록 그럴듯하게 러그 위에 포즈를 잡았다. 그 모습을 본 성숙 씨가 예쁘다, 예쁘다 환하게 웃었다. 이곳에 이토록 따뜻한 기운이 가득한 이유는 사실 햇볕 때문이 아니라, 수리를 향한 부부의 태양 같은 마음 덕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c2afe5890cc12d2dc3643fc8835850e9_1488849

c2afe5890cc12d2dc3643fc8835850e9_1488849

CREDIT

장수연

사진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Tag #펫찌
저작권자 ⓒ 펫찌(Petzz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