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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고양이보호협회 대표 박선미

  • 승인 2017-03-06 15:2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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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함께 행복해져야죠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대표 박선미

깨달으니 그 곳에 있었다. 길고양이는 옆집의 앞마당에, 건너편 빌딩의 지하실에 간간히 제 얼굴을 드러내며 사람들에게 제 존재를 잊지 않고 내비쳤다. 그 모습을 모른 척하고 있던 것은 어쩌면 우리들 쪽인지도 모른다. 더는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박선미 대표는 살아가는 지금 이 순간 바로 곁에 움터 있는 크고 작은 생명들을, 우리가 어서 깨닫기를 원한다. 지금 여기, 우리만 살고 있는 것이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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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도 지금을 살아간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란 어떤 곳인가요?
한국고양이보호협회는 2005년에 ‘길고양이 밥 주는 사람들’이라는 카페로 시작된 동물보호시민단체예요. 길고양이 구조 및 치료지원 활동, 인도적이고 안전한 TNR 사업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동물보호의 홍보와 체계적인 실천을 전개해 왔습니다. 이미 길고양이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는 생태계의 일원으로서, 공존하며 살아가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야 해요. 저희는 우리의 삶 속에서 길고양이를 배제하지 않는 아름다운 동행을 꿈꾸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길고양이 실태는 어떤가요?
무척 척박하지요. 예전에 비하면 인식 개선이 되었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길고양이는 더럽고 유해한 존재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그 때문에 끔찍한 혐오범죄의 대상이 되거나 길고양이가 AI에 감염되었으니 위험하다는 등 불확실한 정보가 퍼지기도 하고요. 그래서 요새 들어 고양이를 유행처럼 귀여워하는 분위기가 마냥 반갑지만은 않아요. 연예인들이 키우는 비싸고 예쁜 품종 고양이들만 생각하고 덜컥 고양이를 데려왔다가 중성화 수술이 비싸다고 버리는 경우도 부지기수거든요. 이러한 상황을 만들어낸 것은 사회의 책임도 커요. 그 뒤처리를 지금 캣맘, 캣대디 분들이 하고 계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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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켜 주어야 할 작은 생명

캣맘, 캣대디의 역할이 큰가요?
그럼요, 길고양이들 가장 가까이에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고 계신 분들이에요. 저희 같은 단체들의 손이 닿지 않는 다양한 현장에서 직접 접하며 활동하고 계시니까요. 이 분들을 보고 있으면 정말 대단하다는 감탄이 절로 나와요. 모른 척 그냥 지나칠 수 있는데도 길거리를 헤매는 안타까운 생명들을 위해 비 오나 눈 오나 아이들 밥을 챙겨주면서, 핍박 속에서도 꿋꿋하게 아이들을 놓지 않으시죠. 동네 주민들과 경비원 아저씨들에게 박카스를 돌리면서 고양이들 밥 좀 줄 수 있게 잘 좀 부탁드린다고 인사하러 다니시기까지 해요. 저희는 이분들께 간단히 상담과 교육을 해드리고, 구충제, 감기약, 항생제 등을 무상으로 제공해 드리고 있어요. 지역 주민들과의 마찰을 해결하기 위해 공문 발송 작업도 하고 있고요.

길고양이 문제는 어떻게 해결해 나가야 할까요?
길고양이와 인간이 공존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로 저희는 TNR을 추진하고 있어요. 인도적이고 안전한 방법으로요. TNR을 하지 않으면 새끼들이 늘어나고 발정으로 인한 소음, 영역 싸움 등이 잦아져 사람들의 불쾌함을 유발하고요. 길고양이들에게도 안전하지 못한 상황을 불러오기 때문에 그들의 삶의 질 역시 떨어지게 되거든요. 다만 현재 지자체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TNR은 아직 안전성이 높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TNR 수술을 하는 병원의 위생상태, 신뢰도, 수의사의 실력, 길고양이에 대한 인식 등 요목조목 따져 봐야 해요. 저희를 통하시면 자체적으로 검증한 협력 병원에서 안심하고 TNR을 실행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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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떠난 곳에 남은 고양이들

최근 재개발 지역의 길고양이에 대해 논란이 많아요. 이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희가 가장 안타깝고 힘들게 여기고 있는 부분이에요. 재개발은 그 지역에 살고 있던 길고양이들에게는 정말 큰 재앙인데, 나라의 정책이다 보니 저희 힘으로는 막을 수가 없거든요. 어느 날 잡자기 자신이 살던 집이 부서지고 밥을 주던 사람이 사라지고… 길고양이들에겐 마른하늘에 날벼락인 셈이죠. 빈 집에 숨어드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 우선적으로 계단부터 부수는데 그 과정에서 2, 3층에 숨어 있다가 미처 빠져나오지 못하고 갇히게 되는 경우도 다반사고요. 실제로 3층에 고립됐다가 빠져나오지 못하던 아이가 탈출을 위해 뛰어내려 다리가 부러지는 일도 있었고, 벽을 부수다 머리가 깨진 아이를 구조하기도 했어요.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들을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장 좋은 방법은 ‘이주 방사’를 하는 거예요. 구조한 아이들을 안전한 장소로 이동시킨 뒤 방사하기 전에 철장 등에서 일정기간 동안 먹이를 주고 돌보며 새로운 환경에 적응시키는 것을 말해요. 갑자기 낯선 환경에 노출되면 길고양이들은 어딘가로 숨어들거나 모처럼 풀어놓은 안전한 장소를 이탈해서 위험한 곳으로 이동할 수 있거든요. 그걸 방지하는 거죠. 얼마 전에 영등포 신길동 재개발 지역 길고양이 구조 활동에 참여한 적이 있었는데, 다행히 지역의 한 캣맘 분께서 집 마당을 빌려주셔서 그곳에 컨테이너를 설치하고 구조한 아이들을 보호할 수 있었어요. 이후 컨테이너 주변에 철조망이나 망을 쳐서 점차 밖으로 나올 수 있게 해 주면서 환경에 익숙해지도록 했고요. 그렇게 점점 영역을 확장해 나가면 대부분의 아이들이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요.

끝으로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저희가 길고양이의 모든 문제를 해결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시민들의 보다 적극적인 참여가 중요합니다. 한 생명을 살리는 데에 우리 모두에게 책임이 있다고 여겨 주시고 그 과정에 나도 무언가 할 수 있다는 의지를 가져 주시길 바라요. 그런 분들께 저희는 언제든지 마음을 다하여 최선의 도움을 드릴 준비가 되어 있으니, 저희 홈페이지의 묻고 답하기 게시판을 찾아 주세요. 사람과 길고양이가 공존하는 사회가 도래하기를 언제나 바라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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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장수연

사진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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