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 COMPANIONS?
꾸꾸, 진정한 사랑을 묻다?
여기 한 고양이가 있다. 이름은 꾸꾸. 한 살이 아직 안 된 코리안쇼트헤어 수컷 고양이. 치즈 태비 무늬의 코트를 예쁘게 입은 이 고양이는 턱 골절과 양쪽 턱 관절 탈구의 상해를 입은 채 병원에 도착했다. 꾸꾸를 데리고 온 사람은 활동가도 구조자도 아닌 꾸꾸의 가족이었다. 그녀는 꾸꾸를 맡기며 책임과 권리를 포기했다.
마음의 위안이 되어줄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던 한 학생이 있었다. 친구의 집에서 2개월 남짓 된 고양이를 본 학생은 가족에게 키우고 싶다 졸랐고, 혹시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고양이를 싫어하면서도 아버지는 허락했다. 여느 가정이 그렇듯, 이 어린 고양이를 돌보는 것은 아버지의 몫으로 남았다. 데려온 학생은 제 일로 바빴고, 큰 딸은 아르바이트로 바빴다. 가사와 생업만 으로도 버거웠지만, 아버지는 딸을 생각해 고양이가 일으키는 갖은 소란과 사고, 엄청난 양의 털과 모래먼지를 두 달 동안이나 견뎠다.
7월 말, 아버지는 꾸꾸를 베란다로 내보냈다. 그즈음 꾸꾸는 세탁물에 오줌을 싸기 시작했다. 원인은 다양했다. 갑작스런 환경 변화와 좁아진 영역에 대한 스트레스, 때 이른 발정, 불만 표출. 가족은 꾸꾸를 세탁물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가슴 줄을 채우고 1.25미터짜리 줄로 꾸꾸를 창문 인근에 못 박았다. 그 후로 집은 깔끔해졌으며, 밤은 조용하고 평화로워졌다. 세탁물에도 고양이 오줌 냄새는 나지 않았다. 그저 날씬하고 뛰놀기 좋아했던 꾸꾸가 창문 앞에서 살쪄 갈 따름이었다.?
실수, 사고…… 혹은 사건
그리고 12월, 다시 문자가 왔다. “턱 가죽이 떨어졌던 고양이”라는 표현을 보는 순간, 4개월 전의 그 사람임을 알았다. 고양이의 턱이 골절되고 탈구되었다며 병원 소개를 부탁했다. 지영 씨는 어쩌다 그리 되었냐고 물었다. 질문자는 둘 모두 사고라고 했다. 턱이 찢어졌던 것은 집에 왔던 관리소 직원의 실수였는데, 집에서 소독을 하려다 상처가 커져 덜렁거릴 정도가 되었지만, 그 후에 직접 소독해 다 나았다고 했다. 턱 골절과 양쪽 턱관절 탈구는 아버지가 혼자 발톱을 깎으려고 가슴줄을 풀었고, 꾸꾸가 흥분해서 날뛰자 겨우 제압해서 발톱을 깎았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고. 그런데 밥을 줘도 먹지 않고 제 집 안에만 있어서 봤더니 침을 많이 흘리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고. 짧은 기간 동안 두 번이나 발생한 ‘사고’에 대한 설명치고는 납득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럼에도 우선해야 할 것?은 진상 확인이 아닌 꾸꾸였다. 대략의 예상치료비를 알려주자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공백.
동물을 사랑하는 일이란
사랑의 증명
꾸꾸가 병원에 있는 동안 질문자는 자주 병문안을 왔다. 꾸꾸의 다친 정도를 들은 아버지는 자책하며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처음 꾸꾸를 데려왔던 학생은 한동안 소유권 포기에 동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시 데려오고 싶어 했다고. 만약 꾸꾸가 구조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물었다. 그런 일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대답이었다. 이것이 진정한 사랑인가? 누군가 책임과 부담을 대신해야만 하는 것이 사랑이 될 수 있을까? 지영 씨가 구조하지 않았다면, 꾸꾸는 베란다 창문 앞에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식음을 해결하지 못하고 죽어갈 수도 있었다. 몸줄을 한 채.
사랑한다면, 예뻐하고 놀아주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 때로는 싸워야 하고, 때로는 포기해야 하며, 때로는 견디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은 짐도 져야 한다. 사랑이란 예쁘고 아름다운 것만이 아닌, 흉하고 고통스러운 것도 함께 나누는 것이어야 한다. ?
CREDIT
글 김바다
사진 행복한야옹씨, (전)꾸꾸큰누나
구조 단체 동물보호연대 ( Navercafe |bandforanimal )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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