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꾸꾸, 진정한 사랑을 묻다

  • 승인 2017-03-06 11:3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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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COMPANIONS?

꾸꾸, 진정한 사랑을 묻다?

여기 한 고양이가 있다. 이름은 꾸꾸. 한 살이 아직 안 된 코리안쇼트헤어 수컷 고양이. 치즈 태비 무늬의 코트를 예쁘게 입은 이 고양이는 턱 골절과 양쪽 턱 관절 탈구의 상해를 입은 채 병원에 도착했다. 꾸꾸를 데리고 온 사람은 활동가도 구조자도 아닌 꾸꾸의 가족이었다. 그녀는 꾸꾸를 맡기며 책임과 권리를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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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위안이 되어줄래?


학교에 적응하지 못하고 겉돌던 한 학생이 있었다. 친구의 집에서 2개월 남짓 된 고양이를 본 학생은 가족에게 키우고 싶다 졸랐고, 혹시 도움이 될까 하는 마음에 고양이를 싫어하면서도 아버지는 허락했다. 여느 가정이 그렇듯, 이 어린 고양이를 돌보는 것은 아버지의 몫으로 남았다. 데려온 학생은 제 일로 바빴고, 큰 딸은 아르바이트로 바빴다. 가사와 생업만 으로도 버거웠지만, 아버지는 딸을 생각해 고양이가 일으키는 갖은 소란과 사고, 엄청난 양의 털과 모래먼지를 두 달 동안이나 견뎠다.

7월 말, 아버지는 꾸꾸를 베란다로 내보냈다. 그즈음 꾸꾸는 세탁물에 오줌을 싸기 시작했다. 원인은 다양했다. 갑작스런 환경 변화와 좁아진 영역에 대한 스트레스, 때 이른 발정, 불만 표출. 가족은 꾸꾸를 세탁물에 접근하지 못하도록 했다. 가슴 줄을 채우고 1.25미터짜리 줄로 꾸꾸를 창문 인근에 못 박았다. 그 후로 집은 깔끔해졌으며, 밤은 조용하고 평화로워졌다. 세탁물에도 고양이 오줌 냄새는 나지 않았다. 그저 날씬하고 뛰놀기 좋아했던 꾸꾸가 창문 앞에서 살쪄 갈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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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 사고…… 혹은 사건

8월 말, 지영 씨에게 쪽지 하나가 도착했다. 턱의 가죽이 찢어져 덜렁거리는 고양이 구조 사례를 봤다며, 어떻게 치료했는지 물었다. 입원 치료 후 입양 보냈던 그 고양이를 지영 씨는 기억하고 있었다. 병원을 소개해주겠다고 답하니, 그럴 여유는 없다며 소식을 끊었다. 강제할 권리도 무엇도 없었던 지영 씨는 걱정과 함께 이 사례를 마음에 담았다.

그리고 12월, 다시 문자가 왔다. “턱 가죽이 떨어졌던 고양이”라는 표현을 보는 순간, 4개월 전의 그 사람임을 알았다. 고양이의 턱이 골절되고 탈구되었다며 병원 소개를 부탁했다. 지영 씨는 어쩌다 그리 되었냐고 물었다. 질문자는 둘 모두 사고라고 했다. 턱이 찢어졌던 것은 집에 왔던 관리소 직원의 실수였는데, 집에서 소독을 하려다 상처가 커져 덜렁거릴 정도가 되었지만, 그 후에 직접 소독해 다 나았다고 했다. 턱 골절과 양쪽 턱관절 탈구는 아버지가 혼자 발톱을 깎으려고 가슴줄을 풀었고, 꾸꾸가 흥분해서 날뛰자 겨우 제압해서 발톱을 깎았다고 했다. 그 과정에서는 문제가 없어 보였다고. 그런데 밥을 줘도 먹지 않고 제 집 안에만 있어서 봤더니 침을 많이 흘리며 고통스러워하고 있었다고. 짧은 기간 동안 두 번이나 발생한 ‘사고’에 대한 설명치고는 납득하기 힘든 것이었다. 그럼에도 우선해야 할 것?은 진상 확인이 아닌 꾸꾸였다. 대략의 예상치료비를 알려주자 어렵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리고 공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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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면 8월의 일이 반복될 수도 있었다. 지영 씨는 치료 후에 꾸꾸가 어떻게 살게 될지 물었고, 대답은 절망적이었다. 다시 몸줄에 묶인 채 베란다 창문 앞에서 살게 될 것이라 했다. 해결책은 없었다. 아니, 오히려 명확하게 하나뿐이었는지도 모른다. 지영 씨는 병원을 알려주며, 꾸꾸를 입원시켜달라고 했다. 나머지는 알아서 하겠다고. 그리고 이것은 ‘구조’이며, 그 가족이 소유권을 포기하는 것임을 명확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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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사랑하는 일이란


질문자는 가족이 꾸꾸를 예뻐했다고 했다. 꾸꾸가 오던 날, 지하철역까지 온 가족이 마중을 나갔다고. 아버지는 장난감으로 놀아주고 돌봐주었다고. 아버지가 안 계실 때면 가끔 줄을 풀고 집 안에서 놀게 해주기도 했다고 했다. 그것은 고양이를 ‘사랑’하는 것이었을까?

꾸꾸의 상처는 위중한 것이었다. 서울대 수의과에서나 할 수 있을 거라며 포기하는 곳도 있었다. <(사)나비야사랑해>의 유주연 씨 소개로 찾은 병원에서는 탈구된 턱뼈 한쪽을 잘라내어 턱을 제자리로 돌려보내는 치료를 해보자고 했다. 남은 삶 동안 제 힘으로는 밥을 못 먹겠지만, 치료하지 않으면 너무 고통스러울 거라고 했다. 안락사를 해주는 게 나을 정도일 거라고. 고통으로 동공이 확장된 채 입을 닫지도 열지도 못하고 침을 흘리는 꾸꾸를 보며 수술을 결정했다. 다행스럽게도 실제 환부를 본 외부 초빙 외과전문의는 다시 탈구될 가능성도 있지만 교정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덕분에 꾸꾸는 교정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병원 인근에 있는 지영 씨 지인의 집이 임시 보호처가 되었다. 그곳에서도 꾸꾸는 쉽게 안정을 찾지 못했다. 한동안 식사를 거부했고, 공격성을 보이기도 했다. 안정을 찾고 보호자에게 친근감을 느끼게 된 후로도 갑작스러운 움직임에는 경기를 하고, 낯선 사람 앞에서는 얼어붙어 도망도 못 갈 정도로 공포심을 느낀다고 한다. 꾸꾸에게 사람은 완전히 믿고 의지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아직은. 어쩌면 영원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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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증명

꾸꾸가 병원에 있는 동안 질문자는 자주 병문안을 왔다. 꾸꾸의 다친 정도를 들은 아버지는 자책하며 눈물을 보였다고 한다. 처음 꾸꾸를 데려왔던 학생은 한동안 소유권 포기에 동의하지 못했다고 한다. 다시 데려오고 싶어 했다고. 만약 꾸꾸가 구조되지 않았더라면 어떻게 되었을지 물었다. 그런 일은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다고 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하는 대답이었다. 이것이 진정한 사랑인가? 누군가 책임과 부담을 대신해야만 하는 것이 사랑이 될 수 있을까? 지영 씨가 구조하지 않았다면, 꾸꾸는 베란다 창문 앞에서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며 식음을 해결하지 못하고 죽어갈 수도 있었다. 몸줄을 한 채.

사랑한다면, 예뻐하고 놀아주는 것 이상이 필요하다. 때로는 싸워야 하고, 때로는 포기해야 하며, 때로는 견디는 것이 불가능할 것 같은 짐도 져야 한다. 사랑이란 예쁘고 아름다운 것만이 아닌, 흉하고 고통스러운 것도 함께 나누는 것이어야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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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김바다

사진 행복한야옹씨, (전)꾸꾸큰누나

구조 단체 동물보호연대 ( Navercafe |bandforanimal )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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