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ROM VET
부비부비, 귀염이의 느닷없는 친한 척?
온 몸이 간지러운 듯 달아오르는 듯, 조금 이상하다. 여느 때와 다른 몸 상태에 나도 그녀도 적잖이 당황하고 있다. 어딘가 아픈 것은 아니겠지? 근심 어린 눈동자의 그녀가 핸드폰을 들고 급하게 어딘가에 전화를 건다. 스피커 너머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는 분명 동물병원 수의사렷다. 대체 무슨 일이야. 나는 나도 모르는 새에 그녀의 몸에 다시 몸을 문대기 시작했다….
요즘 내 몸이 조금 이상하다. 어딘가 근질근질 가려운 듯해서 자꾸 여기저기 몸을 비비고 다니게 된다. 야옹야옹, 우렁차게 우는 횟수도 늘었다. 특별히 어디가 아픈 것도 아닌데 왜 이러는지 나도 잘 모르겠기에 조금 당황스럽다. 마치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것 같은 느낌. 처음 겪는 이 이상한 감각에 어쩐지 조금 흥분되는 것 같은데… 대체 뭐지? 아, 또 엉덩이를 긁고 싶어진다. 자리에서 일어나 소파에 앉아 있는 그녀의 무릎께에 부비부비를 시작했다. 나를 내려다보는 그녀의 표정이 심난하다.
“여보세요, 동물병원이죠? 귀염이가 발정이 온 것 같아요. 중성화 수술 예약하려고요. 아, 12시간이나 절식해야 해요? 물은요? 네, 오전 중으로 치울게요.“
전화를 끊은 그녀는 여전히 엉덩이를 씰룩이고 있는 나를 한참 바라보다 다가와 안아 주었다. 아아, 포근하다. 내 성격상 이렇게 진한 애정표현을 하는 걸 좋아하진 않지만 오늘은 어쩐지 기분이 나쁘지 않다. 가끔은 그녀와 이렇게 오붓하게 스킨십을 하며 지내는 것도 좋겠다. 응? 잠깐! 아니, 아니야. 나는 이런 고양이가 아니라고. 역시 내 몸에 무언가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게 맞는가 보다. 아니면 이럴 리가 없어.
다음 날, 전날 밤의 애정은 다 어디로 갔는지 매정하게 아침밥도 챙겨 주지 않은 그녀는 나를 데리고 그곳에 갔다. 그렇다, 고양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그 무시무시한 장소에 말이다. 그리고는 내 울음소리 때문에 이웃사람들에게 항의가 들어올까 봐 걱정된다는 하소연과 함께 수의사와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중성화 수술이 유선종양의 발생을 줄인다는 얘기, 수술 후 체중이 늘어날 수도 있다는 얘기. 수의사 양반, 나 아픈데 없으니 그냥 좋은 영양제나 한 대 놔 줘. 소싯적에 예방주사 여러 번 맞아봤겠다, 주사 그런 거 무서워하는 고양이는 아니거든.
내 말을 못 알아들었는지 수의사는 내 팔에 고무줄을 감고 피를 뽑았다. 따끔. 혈액 검사 결과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수치 등 모두 정상이다. 미미한 탈수라고? 우리 고양이들은 원래 약간의 탈수가 있는 경우가 많으니 너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수액을 맞은 지 얼마 안 되어 또 다른 주삿바늘이 다가왔다. 살짝 졸린가 싶다가 이내 눈꺼풀이 감겼다.
“우리 귀염이, 너무 고생했어.”
그녀가 대견하다는 표정으로 나를 내려다보고 있다. 정신이 아직 몽롱하다. 내가 잠들어 있던 사이 수술이란 것은 모두 끝난 모양이다. 수의사가 오늘 저녁은 맛있는 참치캔을 급여해 주라고 한다. 아, 3일 후에 다시 와서 수술 부위를 꼭 확인 받으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그녀는 수의사에게 몇 번이나 감사하다는 말을 하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몸이 조금 나른하지만 아프진 않다. 넥카라를 한 모습이 볼품없진 않을까 걱정이 잠시 들긴 했지만 이내 그녀의 따스한 체온에 스르르 다시 잠이 들었다.
TIP. 고양이의 발정과 중성화 수술
일반적으로 생후 5~6개월 정도가 되면 암고양이의 발정기가 시작된다. 주인의 신체에 몸을 비비는 등 자신의 냄새를 남기려 하고 우는 횟수가 늘어난다. 수컷은 따로 발정기가 없어 발정기의 암컷이 주변에 있다면 언제든 짝짓기가 가능하다. 발정 스트레스, 공격성 증가, 원하지 않는 임신을 방지하는 것 외에도 산부인과, 비뇨기 질환 발생을 예방하기 위해서 중성화 수술이 권장된다. 암컷은 난소와 자궁을 제거하고 수컷은 양쪽 고환을 적출하는데, 수술 후 회복은 빠른 편이다. 다만 중성화 수술은 고양이 신체의 대사율을 떨어뜨리기 때문에 운동과 식단관리로 비만해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CREDIT
글 용강동물병원 박원근 원장
그림 지오니
편집 장수연?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