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LIDAY
상수동에서 ② 고양이삼촌 + 르 뾔이따쥬?
삼촌이 고양이를 좋아하는 덕에
상수역 4번 출구 바로 앞에 고양이 덕후를 위한 가게가 있다. 고양이와 디자인을 사랑하여 고양이 소품을 9년째 만들고 있다는 유재선 씨가 김한길 씨와 함께 운영하는 편집샵 ‘고양이삼촌’이다. 고양이 삼촌은 입구부터 범상치 않은 감성으로 닦여 있다. 목재로 꾸며진 계단부터 낡은 듯 정갈하게 신경 쓴 출입문까지. 문 너머로 보이는 가게 안은 얼핏 봐도 아기자기한 빛깔로 풍성하다.
고양이삼촌은 원단, 종이, 디자인문구, 부자재, DIY 패키지 등을 취급하고 있다. 고양이를 위한 용품이 아니라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소품들이다. 디자인은 재선 씨가, 기획과 제작은 한길 씨가 맡아 탄생시킨 수줍고 사랑스러운 작품들이다. 찬찬히 둘러보니 향수를 자극하는 빈티지한 소품들이 많았다. 인형 놀이용 종이, 도대체 이걸 어디서 구했을까 싶은 오너먼트, 사물함 안을 작은 피겨들로 꾸며놓은 모습. 옛날 잡지와 동화책, 컵 등도 잠들었던 동심을 쏠쏠히 깨워준다.
소품을 전시해 놓는 공간 너머에는 작업실이 있다. 한 작업실은 흰 가벽으로 막혀서 보이지 않지만 다른 한 쪽은 유리창 너머로 엿볼 수 있다. 커다란 테이블 위에 아직 완성되지 않은 정성스러운 작업물이 놓여 있다. 그 작업물의 모습에 피노키오를 만든 제페토 할아버지가 생각난다. 고양이삼촌이 그리는 고양이들도 언젠가 두 발로 걸을 수 있지 않을까. 사랑은 그만큼 담뿍 담겨 있으니.
고양이삼촌
서울시 마포구 독막로 78, 2F
TUE - SUN. 14:00~20:00
Instagram / jaesunshop
삼색 모녀가 기다리는 빵집
‘고양이 삼촌’에서 도보로 5분. 한적한 주택가 안으로 몇 번 길을 꺾어 들어가면 마법처럼 베이커리 하나가 등장한다. 프랑스 정통 크루와상을 전문으로 하고 있는 ‘르 뾔이따쥬’다. 내부는 꽤 넓다. 테이블이 넓은 간격을 두고 놓여 있어서, 그리고 빵 진열대가 생각보다 작아서 더 그렇게 느껴진다. 유리벽으로 둘러싸인 베이킹룸 옆으로는 프랑스 밀가루가 포대 째로 잔뜩 쌓여 있다. 나무 색감의 따뜻한 인테리어와 더불어 포근한 인상을 준다.
그리고 기다란 카운터 옆, 의자 위에 삼색 고양이가 앉아서 레몬색 눈으로 크루와상에 홀린 방문객을 똘망하게 바라보고 있다. 베이커리에 살고 있는 고양이 ‘봄이’다. 가까이 다가가 주먹을 슬며시 내밀어보니, 두 뺨을 야무지게 주먹에 비비고서는 야옹! 한 마디 해 준다. 반가운 인사에 신이 나서 옆에 있던 장난감을 흔들까 하는데, 유리문 밖으로 또 다른 삼색 고양이가 나타났다. 새끼였던 봄이를 이곳에 맡긴 길냥이 ‘하루’다. 다가가서 문을 열어주자, 하루는 라임색 눈을 빛내며 자연스럽게 들어왔다.
삼색 모녀를 지켜보며 주문한 크로와상은 훌륭한 식감을 가지고 있었다. 입 가득히 퍼지는 버터의 향은 고양이의 털만큼이나 부드러운 느낌. 좋아하는 사람과 다시 와서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드는 맛. 햇살은 따뜻하게 매장을 비추고 고양이들은 이따금 신발을 톡- 건들이고서는 모른 척 새침하게 제 자리로 올라가는 평화로운 오후는, 봄이와 하루의사탕 같은 눈과 함께 달콤하게 흐르고 있었다.
르 뾔이따쥬
서울 마포구 토정로5길 30
EVERYDAY. 08:00~22:00
T. 070-5022-1142
상수동을 더 즐기고 싶다면
CREDIT
글 김나연
사진 엄기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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