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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롱이 구조기 ② 구조에서 방사까지

  • 승인 2017-02-13 10:3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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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롱이 구조기 ②

: 구조에서 방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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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운을 잃어가는 아롱이

고양이는 애니동물병원 목동점으로 이송됐다. 김명섭 원장님은 통덫에 손을 집어넣어 웅크리고 있는 고양이 목덜미에 애드보킷을 발랐다. 그 속에서 잔뜩 긴장하고 있는 고양이 옆으로 동물병원의 고양이 케이가 다가왔다. 원장님이 냄새를 킁킁 맡는 케이에게 “저리 가”라고 말하는 순간, 통덫 속의 고양이가 삽시간에 뛰어나왔다. 그리고 병원은 아수라장이 됐다.

고양이는 진료대 위의 소독 솜을 다 엎지르고 진료실을 가로질러 유리문에 몸을 날렸다. 문 닫아요! 원장님이 소리를 질렀다. 문을 닫으면서도 천장으로 점프를 하는 고양이가 눈에 들어왔다. 병원을 한 차례 들었다 놓은 고양이를 간신히 붙잡아 동물병원 내 케이지 안에 집어넣었다. 갸아아앙! 고양이가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소리를 내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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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수한 취재진에게 비보가 날아들었다. 고양이가 사료나 물을 제대로 먹지 않고 구석에서 힘없이 누워 있다는 것이다. 어느 정도 경계가 풀릴 시간이 지났을 법한데 고양이의 상태는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사람의 주거지에서 구조됐지만 야생 고양이에 가까운 성격이었고, 아주 어린 고양이가 아닌 이상 이런 경우 아무리 살가운 임시보호자나 반려인을 만나도 교화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어떻게든 사람에게 익숙해지게 해야 하는 것일까? 아직 구조하지 않은 남은 아이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이 겹쳐지고 깊어졌다. 그러다 재개발 지역의 고양이 구조 작업을 지속적으로 펼쳐온 동물보호단체 카라 측을 취재할 기회가 생겼고, 오래된 노하우를 전해들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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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롱이를 돌려보내며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는 고양이를 다시, 제자리에 방사하는 것이었다. 아무리 날이 추워도, 집이 무너질 예정이어도 이미 성묘가 된 야생의 고양이를 인간의 품에 맡기는 것보다 낫다는 얘기였다. 철거가 시작되어 진동과 소음이 심해지면 대부분의 고양이들은 알아서 다른 거처를 찾아 이주하기 때문이다.

물론 근처에 그들이 정처로 삼을 만한 적당한 곳이 있어야 하며, 미리 그 곳을 영역화한 고양이들과 다툼을 벌여야하는 것도 피할 수 없는 일이다. 철거 지역에 높은 펜스가 드리울 테니 업체 측이 펜스 아래 ‘고양이 대피 구멍’을 뚫어주는 업계의 선례를 잊지 않고 따라주기도 바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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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신 없는 바람의 연속이다. 그래도 이게 고양이들과, 고통을 감내하며 그들을 품어야할 사람들을 위해 더 나은 판단이라는 것이 카라 측의 조언이었다. 고민 끝에 그 의견을 따르기로 했다. 그렇게 턱시도 아롱이는 구조되고 일주일이 지나 다시 형제들의 품으로 돌아갔다. 동시에 여전히 춥고 배고픈 현실로 말이다. 형제들은 신월동 2층 폐가에서 잠시 여행을 다녀온 아롱이를 맞아주었다.

머지않아 고양이들의 하늘이 무너진다. 솟아날 구멍을 만들어주려는 노력은 무위로 돌아갔다. 이들의 하늘이 무너지는 건 분명 자연의 법칙은 아닐 것이다. ‘알아서’ 제 하늘에 구멍을 내어 살아가기를, 진짜 하늘에 빌어야 하는 역설. 헛심으로 끝나고 만 이 구조기의 쓸쓸한 결말이다.

CREDIT

김기웅, 김나연

사진 엄기태

구조협조 애니동물병원, 팅커벨프로젝트?

아롱이 구조기

① 신월동 재개발 지역에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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