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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지가 가고 가을이가 오다, 다시 생기…

  • 승인 2017-02-02 10:3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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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WITH CATS

벤지가 가고 가을이가 오다

다시 생기가 도는 선주 씨의 집

운동 삼아 집 앞을 걷던 어머니는 독특하게 생긴 고양이 한 마리를 마주했다. 깔끔한 데다 아파트 근처만 배회하기에 집고양이라 생각했다. 그러기를 몇 번, 어느새 3주가 흘렀다. 그 사이 고양이는 몰라보게 말라 있었고 이대로는 큰일 나겠다 싶어 데리고 동물병원으로 향했다. 어머니는 고양이가 검사받는 동안 선주 씨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우리 고양이 키울까?” 선주 씨가 답했다. “고양이는 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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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

그날 선주 씨의 집은 가을이 차지가 되었다. 베란다 한구석엔 가을이 화장실이, 햇빛이 가장 잘 드는 창가 안마의자에는 가을이를 위한 이불이 깔렸다. 가을이의 유흥을 도맡을 스크래처는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는 TV 옆에 자리했다. 선주 씨는 옥타브를 넘나들며 가을이의 이름을 불렀다. 가을이는 정복자 특유의 여유로움으로 식빵을 구웠다.

가을이를 만나기 약 두 달 전 말티즈 벤지가 세상을 떠났다. 15년 살았던 노령견이었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가족들은 물론이고 함께 지내던 13살 말티즈 아롱이도 우울증에 걸렸다. 구석에 들어가 나오지 않았고 밥도 먹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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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미 울음소리가 잦아드는 가을

하지만 가을이의 등장으로 아롱이의 일상은 분주해졌다. 선주 씨의 입에서 가을이 이름이 나오면 질세라 졸졸 쫓아왔다. 의자 위에 올라가 있는 가을이를 보려 발돋움한 채 냄새를 맡았다. 혹여 가을이에게 간식을 주면, 평소 좋아하지 않던 음식도 달라고 떼를 쓰고 먹었다. 가을이의 뒤꽁무니를 쫓는 아롱이는 어딘가 모르게 신나 보였다. 벤지는 아쉽게 먼저 무지개다리를 건너갔지만, 마음을 달래주는 선선한 가을이 와 가족 모두의 공허를 채워주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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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벤지를 추모하다

작년 여름, 15년간 함께했던 벤지가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가족들은 벤지를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현관문 옆에 벤지의 사진을 두었다. 가족이 돌아오면 늘 꼬리를 흔들며 기다리고 있던 것처럼, 영원히 우리 곁에 있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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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마의자 위

가을이가 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공간인 안마 의자 위에 이불을 올려줬다. 하루 대부분을 이곳에서 보낸다. 따스한 햇볕이 들어 식빵 굽기에 적합하고, 아롱이가 귀찮게 하지 못한다는 장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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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장실 모래

오랫동안 강아지와 함께했던 선주 씨는 고양이의 배설물 처리 능력이 감탄스럽다. 사용하는 모래는 슈퍼 조이풀(super joyful)모래로 알갱이가 크고 레몬향이 난다. 용량 대비 가격이 저렴한 장점이 있는 제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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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난감

평소 움직이는 것을 싫어해 장난감에 관심 없는 가을에게 안성맞춤인 낚싯대 장난감. 누워서 이리저리 몸을 돌리며 성의 없는 듯 인형을 잡는다. 인형이 멀어진다고 해서 몸을 움직여 쫓아가진 않는다. 그저 누워서 하는 활동을 즐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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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크래처

초보 집사가 선택한 스크래처는 ‘인터넷에 후기가 가장 많은 상품’이었다. 사람들이 많이 쓰는 것엔 이유가 있을 거라 생각하며 가을이에게 선물했다. 다행히도 기꺼이 긁어줘 고마워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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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우스

가을이가 처음 집에 왔을 때 구매했던 화장실이 몸집이 크면서 작아졌다. 하지만 몸에 쏙 맞는 공간이라 들어가기를 즐기는 가을이를 위해 내부를 청소한 뒤 쿠션을 깔아 집으로 만들어줬다. 생활 속 아이디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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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 슬리퍼

가을이가 가장 좋아하는 장난감은 뭐냐는 질문에, 뜻밖에도 어머니 슬리퍼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슬리퍼에 얼굴을 비비기도 하고 몸을 대고 잠을 자기도 하며 어머니에 대한 애정을 과시한다는 가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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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레이스 목걸이

장난감을 사러 갔던 동물병원에서 함께 구매한 고양이용 레이스 목걸이. 처음엔 잘 맞았던 것이 털이 자라자 털 속에 파묻히게 됐다. 도도한 가을이 분위기에 걸맞은 패션 아이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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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IDDEN ITEM

포장지가 ‘바스락’ 하는 소리만 나도 우다다 달려오는 히든 아이템은 바로 크래미. 가방에 넣어둔 크래미 냄새를 맡고 가방 옆에 가만히 앉아있던 가을이에게 혹시나 하고 건넸더니 게 눈 감추듯 먹어치웠다. 염분기가 있어 많이 줄 순 없지만, 워낙 좋아해 가끔 간식으로 급여한다.

CREDIT

금교희

사진 박민성 ?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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