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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 | ‘장화신은 …

  • 승인 2017-01-24 10:5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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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

‘장화신은 고양이’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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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의 겨울바람

낙엽 위에서 ‘바스락’ 하던 발자국 소리가 ‘뽀드득’으로 변했다. 손발은 꽁꽁 얼어도 마음만은 따뜻해지는 겨울이다. 한라산도 어느새 알록달록한 옷을 벗어 던지고 하얀 모자만 꾹 눌러썼다. 제주도의 겨울은 온도가 영하로 내려가진 않지만, 뼛속까지 파고드는 제주바람 때문에 너무 춥다. 이런 날씨엔 제주의 수많은 오름 그리고 한라산을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손과 발이 꽁꽁 얼어붙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춥다고 이 아름다운 제주도에 꽁꽁 숨어 있을 수는 없어 선택하게 된 여행은 바로 마을길 탐방. ‘제주올레 19코스’와 ‘해안누리길(해안경관이 우수하고 역사·문화자원이 풍부해 걷기여행에 좋은 해안길 중 해양수산부 장관이 해양관광 진흥을 위해 선정한 길. 제주도에는 9개 노선이 있음)’을 함께 볼 수 있는 북촌마을을 찾았다. 북촌리는 아직까지 개발의 손길이 많이 닿지 않아 아름다운 해안마을의 모습을 고이 간직한 곳이다. 마을의 집 사이로 바람을 피할 수도 있고, 제주다운 모습을 가까이 볼 수 있어서 좋다. 그렇게 돌담이 가득 쌓여진 골목길을 천천히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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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에 사는 장화 신은 고양이

추운 날씨였지만 바다를 가까이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에 북촌포구로 향했다. 돌담이 양 옆으로 쌓인 좁은 골목을 지나던 중 우연히 하늘을 봤다. 높게 쌓은 돌담 위에 아주 큰 고양이 한 마리가 우아한 자태로 서 있는데 움직임이 느껴지지 않았다. 다시 정신을 차리고 쳐다보니 건물 2층에 그려진 벽화였다. 벽화가 있는 곳 가까이 갔다. 그곳은 ‘장화신은 고양이’라는 상호를 가진 카페&게스트하우스였다.

카페 외부에는 ‘여기는 고양이를 위한 곳입니다’라고 얘기하듯 고양이 얼굴 모양을 한 화분이 놓여 있고, 비어 있는 벽에는 모두 고양이 자화상(?)이 그려져 있었다. 조용히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니 사장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앉아 계셨다.

카페 안에는 아기자기한 고양이 모양의 소품이 있고 고양이 화장실도 보였다. 그런데 이리저리 둘러봐도 고양이가 보이지 않아 주인아주머니께 “혹시, 고양이를 키우시나요?”라고 조심스럽게 여쭈었다. 그랬더니 환하게 웃으며 “우리 아들이 키우는 고양인데, 정말 예뻐요”라고 말씀하시며 카페 구석진 곳으로 이끌더니 구석에 놓인 대각선 무늬로 된 나무상자 위의 바구니를 들어 올렸다. 그 나무상자 안에는 이 카페의 마스코트인 ‘다나’와 이제 막 눈을 뜨기 시작한 새끼 고양이 여덟 마리가 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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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화 신은 노르웨이 숲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음이 저절로 느껴지는 다나의 눈빛보다 더욱 놀라웠던 건 그 왜소한 몸으로 여덟 마리나 되는 새끼를 낳았다는 사실이었다.

현재 다나의 주인인 권익수 씨는 다나를 키우기 전에 기르던 고양이를 백혈병으로 먼저 떠나보내야 했고, 그 후론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던 중 우연히 고양이 품종 중에 가장 건강하다는 노르웨이 숲 ‘다나’를 만나게 됐고, 익수 씨는 다시 마음의 문을 열게 됐다. 그리고 지금은 다나와 닮은 캐릭터를 만들어 ‘장화신은 고양이 카페&게스트하우스’의 대표 이미지로 사용할 만큼 대단한 정성으로 함께 살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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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를 요물로 여기며 별로 좋아하지 않던 주인아주머니도 다나를 만난 후 애묘인이 되었다고 한다. 그녀는 “아들은 엄마 먹을 건 안 사줘도 고양이한테는 그렇게 사다 날라요”라며 우스갯소리를 했지만 사랑스런 눈빛으로 다나를 바라봤다. 그렇게 모자의 사랑을 독차지 한 다나는 5년이 지난 지금 세 번의 출산을 경험하고도 병원신세 한 번 진 적 없는 건강한 고양이로 자랐다.

지금 다나는 여덟 마리 새끼 고양이의 엄마다. 첫 번째와 두 번째에 여섯 마리의 새끼를 놓더니 이번엔 여덟 마리. 이렇게 새끼를 많이 낳은 고양이는 처음 보는 것이라서 조금 놀랍기도 했다. 거기다 새끼들 모두 배가 볼록한 게 건강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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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나를 휘어잡은 대장 고양이

이렇게 새끼들이 건강한 이유는 너무 뜨겁게 불타오른 사랑의 힘이 아닌가 생각할 정도로 다나와 북촌마을 대장고양이의 사랑은 각별했다고 한다.

카페를 종종 찾던 손님 중에 다나를 너무 예뻐해서 자기네 고양이와 한 번 맺어달라는 부탁을 받았던 익수 씨는 다나를 위해서도 좋을 것 같아 출장까지 갔다. 하지만 다나의 취향이 아니었는지 하악질을 하더니 때리기까지 해 아무런 성과 없이 돌아왔다. 그리고 며칠 후, 카페 주변을 어슬렁거리던 대장고양이와 다나가 눈이 맞아 버린 것.

보통 다른 고양이들이 카페 창가에 있으면 경계하며 하악거렸을 다나가 창밖의 대장고양이를 보고는 애가 타는 듯 발라당하며 울어댔다는 것이다. 며칠을 안타깝게 바라보던 아주머니는 결국 다나를 외출시켜줬고 그렇게 제주도에서 출산을 두 번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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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수 씨는 제주도에 오면 다나의 건강을 위해 중성화수술을 할 계획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 둘의 뜨거운 사랑을 차마 떼어놓을 수 없어 지켜봐 왔다고. 하지만 무려 14마리의 새끼를 낳고 조금 지친 기색을 보이는 다나를 보니 이제는 정말 해야 할 때가 온 것 같다고 익수 씨는 말한다. 새끼 고양이들도 좋아하지만 이 많은 고양이를 다 키울 수도 없고, 그렇다고 아무한테나 분양할 수도 없다는 게 요즘 익수 씨의 고민이다.

최근 제주도에도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지만 예뻐서 키우다가 버리는 사람도 많다. 다나와 열정적인 사랑을 나누던 대장고양이도 한때는 주인의 사랑을 받고 자란 고양이지만 하룻밤에 길거리를 헤매는 신세가 됐다. 사람들의 욕심이 부른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말도 못하고 하는 것 없는 짐승일지라도 그들을 받아들일 땐 진정한 가족의 일원으로 맞이해야 할 것이다.?


CREDIT

글 사진 조아라



본 기사는 <매거진C> 2015년 1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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