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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미, 혐오를 넘어

  • 승인 2017-01-09 11:1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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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타이미,

혐오를 넘어

“인터뷰를 해보니 우린 그를 오해하고 있었다.” 이런 얘긴 이제 좀 빤하다. 그래서 다행이다. 19금의 수위 높은 가사와 등골 서늘한 디스로 각인된 타이미는 인터뷰 내내 그 이미지를 뒤집지 않았다. 여전히 뚜렷한 메시지를 담아, 다만 동물에 대한 관심과 애정을 얘기했을 뿐이다. 고양이를 사랑하는 일이 혐오되는 시대에서 타이미는 시선을 의식하면서도 기꺼이 동물 보호의 메시지를 외친다. 그가 살아오고 버텨온 그 방식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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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쿠키가 너보다 예쁜데”

길고양이를 돌보는 모습을 SNS를 통해 접했어요. 계기가 있었나요?

예전 회사랑 안 좋은 일이 있으면서 조금 힘들었던 시기가 있었어요. 어느 날 마음을 좀 가라앉히려고 산책을 나갔는데 그 주변에 길고양이 한 마리가 있더라고요. 그 고양이를 보기 위해 계속 산책을 나오게 됐고, 그렇게 자주 밖으로 나오다보니 건강도 좋아지고 마음도 안정됐어요. 그게 2011년쯤일 거예요. 거의 이틀, 늦어도 사흘에 한 번씩은 꼭 만나러 갔던 것 같아요. 그러면서 애들 이름도 하나 둘씩 지어주게 됐고, 자주 오는 다섯 마리는 사진도 많이 찍어줬어요. 반려중인 고양이가 입이 까다로워서 비싼 사료나 좋은 간식을 모아둔 게 꽤 있었거든요. 처음엔 이런 것들을 나눠주다가 이제는 길고양이들 주려고 따로 더 사게 되더라고요.

반려묘를 소개해 주세요. 어떻게 처음 만나게 되었나요?

이름은 쿠키고요. 페르시안 남아예요. 3개월 때 제가 데리고 왔어요. 그땐 고양이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였는데, 고양이가 너무 키우고 싶어서 인터넷으로 혼자 알아보면서 공부했어요. 가족들의 반대가 컸지만 “한 마리만 정말 열심히 키우겠다”고 다짐하고 데리고 온 거였죠. 가정 분양을 받았는데 다른 남매는 다 입양 갔고 결막염이 있었던 쿠키만 남아있었어요. 벌써 8살이니까 사람으로 치면 아저씨 같은 느낌이죠. 되게 성격이 까칠해요. 낯도 많이 가리고 입도 까다로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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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동물의 성격은 주인을 닮는다는 속설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맞는 거 같아요.(웃음) 저도 이렇게 봐서는 잘 모르시겠지만 되게 까다롭거든요. 밖에서 일을 할 때는 안 그런데 낯을 좀 가려서 친구들을 새로 사귀거나 할 때는 조금 깐깐한 부분이 있어요. 표현할 때도 분명한 게 좋아요. 쿠키도 화를 굉장히 잘 내거든요. 그런 걸 보면 확실히 닮은 거 같네요.


많은 사람들이 온전히 건강한 아이를 데려오고 싶어 하죠. 아픈 아이여서 고민이 되진 않으셨나요?

결막염은 치료가 그리 어렵지 않은 편이에요. 이 아이랑 첫눈에 반해서 더 아팠더라도 어떻게든 데리고 왔을 거 같아요. ‘아, 얘다’ 하는 느낌이 정말 있더라고요. 그렇게 데리고 와서 지금까지 함께 살고 있어요. 이제는 얘 없으면 어떻게 사나 싶을 정도로 애지중지 키우고 있어요.

고양이에게 영감을 받거나, 가사에 등장시킨 경우가 있나요?

디스곡이긴 한데…(웃음) 졸리브이가 발표했던 디스곡 ‘Bad Bitches’에 대한 맞디스 곡 ‘FROM. YOUR BITCH’란 곡이에요. 여기서 ‘우리 집 쿠키가 너보다 예쁜데’라는 가사가 나와요. 최근엔 모조라는 피아니스트 분의 ‘like a star’란 곡에 피쳐링을 했는데요. 아끼는 팬 분의 반려견이 하늘나라로 가게 돼서, 메시지를 주고받으며 위로해드린 적이 있거든요. 그 기억을 떠올리면서 ‘언젠가 우리 쿠키도 별이 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으로 가사를 썼어요. 우리 쿠키도 이제 마냥 어린 나이는 아니라 여태 산 만큼 더 살 수 있을지 몰라요. 더 챙겨주려는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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혐오와 싸우며 한 발짝

타이미 씨에 대해 조금 찾아 보았는데, 동물권 문제에 관심이 많아 보였어요.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듣고 싶은데요.

일단 선거 출마자들 공약에 동물 관련 사항이 있는지 꼭 확인하고요. 앞으로 동물보호법을 어떻게 개정을 하고 어떻게 강화를 시킬 건지 계획을 들어본 후 지지해요. 이 나라는 동물권이 너무 약하고, 동물법 역시 제대로 되어 있지 않잖아요. 고양이 연쇄 살해사건 같은 황당한 일도 버젓이 일어나고, 반려 동물을 죽이더라도 벌금 100만원 내고 마무리되는 식이죠. 동물을 사유 재산 취급하고 쉽게 넘어가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한 생명을 법적으로 물건 취급하고 있잖아요. 이게 인식을 전환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어요.

인식을 바꾸는 첫걸음이 법 강화라 생각하시는군요.

작은 학대가 나중에는 범죄로 이어진다고 하더라고요. 동물 학대에 대한 처벌이 인간 학대만큼이나 강력하게 이뤄져야 해요. 100만원도 안 되는 벌금이 전부이니 우습게 알고 ‘몇 십 만원 내고 말지’ 하는 사람들이 많잖아요. 목소리를 더 높여서 동물보호법을 확실히 강화하는 게 시작인 것 같아요. 길고양이 TNR 사업도 어떤 관공서에서는 적극적으로 실시하는데 다른데서는 나 몰라라 하는 구청도 있다고 들었어요. 나라에서 시스템을 일률적으로 관리해 주고 자금 지원도 부족함 없이 해야 할 텐데그런 부분이 미약한 거죠.

대신 요즘엔 캣맘이나 지역 단체들이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죠.

그런 분들이 혐오와 싸우고 있어요. 용인 캣맘 살인 사건 때처럼 혐오 범죄로 불거지는 경우도 있었고, 길고양이 밥만 주려고 해도 주위 눈치를 봐야하는 상황이니까요. 저도 길고양이 밥을 챙겨주다 보니까 캣맘 소리를 듣기도 해요. 아무래도 캣맘에 대한 인식이 좋지 않다 보니 저도 밥을 줄 때 시선을 의식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길고양이 급식소가 필요한 것 같아요. 적정한 여러 위치에 급식소를 지정을 해준다면 많은 문제들이 어느 정도 해결될 테니까요. 그렇다면 굳이 고양이들도 쓰레기를 뒤지거나 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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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음악을 사랑하신다면

생각이 꽤 구체적이라 놀랐어요.

유독 고양이한테 더 애착이 가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동물이 행복한 나라여야 사람도 행복해질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서 최대한 받은 것들을 환원해서 더 좋은 사회를 만들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여기에 많은 분들이 함께했으면 좋겠고요.

반려동물 문화 개선 콘서트나 유기동물 프로젝트에 여러 번 참여하신 걸 봤어요.

드러내며 활동하기엔 아직 민망해서 지금은 숨어서 하려는 편이에요. 더 적극적으로 해야 되는데 정신없이 살다 보니 생각하는 만큼 잘 되진 않더라고요. 올해부터는 작정하고 보호소도 찾아야겠다 싶어요. 그래도 영향력이 조금이라도 있는 사람이니까, 팬들이랑 같이 가서 봉사활동도 하거나 하면 적잖은 도움이 될 수 있을 거라 믿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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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들의 동의는 구한 건가요?(웃음)

그럼요. 싫어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어요. 저 때문에 일부러 자기들끼리 다녀오기도 하더라고요. 팬 분들이 제 음악을 사랑해주시는 것만큼, 동물들에게도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으면 좋겠어요.

앞으로의 활동 계획은 어떠신지요.

내년 초에 싱글 활동이 예정돼 있어요. 하고 싶은 게 굉장히 많아요. 나중엔 고양이나 동물에 관한 앨범도 내고 싶어요. 작게라도요. 일단 곡 작업을 꾸준히 해서 좋은 곡이 많이 나오도록 하는게 가까운 목표구요. 제일 큰 꿈은 고양이 마을을 만드는 거예요. 외국에 그런 마을이 있더라고요. 고양이들만 있는 마을이 아니라, 마을 사람들과 어우러져 해코지당하는 고양이 없이 다함께 평화롭게 지내는 거죠. 일반인들에겐 관광지가 되기도 하고 고양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자연스럽게 힐링이 되는 장소이기도 해요. 길고양이들이 편하게 돌아다니면서, 많은 사람들이 챙겨주러 다녀가는 마을을 꿈꾸고 있어요. 돈도 더 많이 벌어야 하고 넓은 땅도필요하겠지만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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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우서진

사진 손한솔

편집 김기웅

모델묘 용이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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