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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육묘 중 | 1화 오냐가 오다

  • 승인 2016-12-28 11:0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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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는 육묘 중
1화 오냐가 오다?

7년 전 어느 날이었다. 회사 근처 중국집에서 동료들과 짜장면을 먹고 있는데 중국집 사장님이 갑자기 손님들에게 “저희 가게 고양이가 새끼들을 낳았는데 혹시 새끼고양이 입양해 가실 분 계세요?”라고 큰소리로 물었다. 나는 1초도 고민하지 않고 바로 손을 번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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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엔 고양이가 묘약

당시 나는 여러 가지 스트레스로 불면증을 앓고 있었다. 마침 여자 친구가 고양이를 키워 보라고 권유해 며칠째 고민을 거듭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워 본 경험이 없거니와 어떤 고양이를 어디서 어떻게 입양하는지도 몰라 막막했기에 적극적으로 입양을 고려한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우연히 밥 먹으러 들른 중국집에서 운명적으로 고양이를 만난 것이다. 그렇게 해서 중국집의 6마리 새끼들 중 첫눈에 반한 초콜릿 색 줄무늬를 가진 아기고양이를 데려오게 되었다. 어떤 이름을 지어줄까 궁리하다 오냐오냐 키우겠다고 ‘오냐’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나를 괴롭히던 불면증은 거짓말 같이 없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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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냐와 아이들의 첫 만남

그 다음 해 나는 결혼을 했고, 다시 이듬해에 우리는 첫째 딸 제인이를 가졌다. 오냐와 함께 살면 서 나는 동물에 대해 남다른 시각과 애정을 가지게 되었고, 엄마 뱃속의 제인이 역시 앞으로 오냐와 깊은 교감을 나누면서 동물을 사랑하는 사람으로 자라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걱정이 됐다. 오냐가 어렸을 적 병원에 입원하여 두 번의 큰 수술을 치르면서 생긴 트라우마 때문에 경계심이 많고, 사람이든 다른 동물이든 낯선 존재에 대해 굉장히 적대적이라서 과연 엄마아빠의 사람 아기와 잘 지낼 수 있을까 염려되었기 때문이다. 그런 설렘 반 걱정 반으로 제인이가 태어났고 오냐와 대망의 첫 만남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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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우리 애를 울리고 그래요?

오냐의 반응은 예상 밖이었다. 제인이가 엄마와 아빠의 아기라는 것을, 오냐는 본능적으로 알았다. 그 흔한 하악질조차 단 한 번을 하지 않았고 제인이가 누워있는 곳은 슬금슬금 피해 다니며, 오히려 엄마 아빠보다 더 신줏단지 모시듯 조심스레 제인이를 대했다. 한 번씩 집안을 우다다 정신없이 뛰어다닐 때에도 제인이 근처로는 얼씬도 하지 않았다. 오냐의 반응은 둘째 아들 해일이가 태어났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오냐는 아이들이 기어 다닐 정도로 성장하니 가는 곳마다 졸졸 따라다니며 마치 ‘아무것도 모르는 연약한 아기라서 내가 꼭 지켜줘야 해’라는 듯 옆을 가만히 지켰다. 아이들이 울면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 달려왔다. 그리고는 ‘도대체 왜 애를 울려요?’라고 꾸짖는 것처럼 우리를 향해 오냐도 같이 울었다. 어쩌면 오냐는 자기 자신 역시 (당연히) 사람이고, 엄마 아빠의 친자식이라 여기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맏이가 가지게 되는 특별한 형제애가 오냐의 마음 속에 생겨 엄마 아빠로의 사랑을 뺏어간, 어찌 보면 경쟁상대임에도 불구하고, 제인이와 해일이를 친동생처럼 대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 오냐가 정말 한없이 고맙고 기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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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사진 우지욱 | 사진 작가 (@janehayl)

편집 김기웅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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