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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고양이도 따뜻할게요
대전 안도르
코코는 카페 ‘안도르’의 마당에 들러 밥을 먹는 할머니 고양이의 새끼다. 할머니 고양이는 코코와 그 형제를 안도르에 맡겼는데, 형제는 독립해서 카페를 떠났고 코코만 카페 고양이로 살고 있다. 손님들이 건드려도 발톱 한 번 내밀지 않는다는 순한 코코를 보러 오는 사람들도 꽤 있지만, 마당에도 카페 내에도 고양이가 있는 걸 보고 되레 나가버리는 손님들도 있다고. 손님들의 발걸음을 돌리게도 한다지만, ‘들어온 생명인데 내보낼 수 없어서’ 함께 지내고 있다는 코코는 따뜻한 난로 앞에 정말 따끈히 누워 있었다.
닿을수록 살아나는 것들
안도르는 오래되고 낡은 건물들, 지붕 낮은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동네에 위치했다. 카페가 있을 것이라고는 짐작되지 않는 동네이기에, 안도르의 입구에 서 있자면 마치 마법의 공간을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더구나 카페는 새로 지어진 것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 때 부윤 관사로 쓰이던 것을 개조한 건물이라 더 묘한 느낌을 주고 있다. “건물이 한 20년 정도 비어 있었어요. 건물 안이고 마당이고 쓰레기로 가득 차 있었거든요. 처음에는 쓰레기 때문에 대문 문을 못 열 정도였어요. 그래도 건물이랑 구조물을 보니 참 괜찮은 데다 생각했어요. 그래서 공사를 시작했죠.” 쓰레기를 치우고 건물 내부를 보수하는 데만 몇 개월이 걸렸다. 오래된 건물이 무너지지 않도록 신경 쓰면서도 벽이나 문을 모두 허물고 하나의 통일된 공간을 만들고, 훼손된 벽을 가리기 위해 자재 하나하나 신경 써서 구해오는 것. 건물은 그런 정성을 타면서 점차 따뜻하고 포근한 분위기를 품으며 되살아났다.
젊음은 벽에, 고양이는 발치에
“저는 늘 ‘안’이라는 이름을 갖고 싶었어요. 처음 만났던 설치미술 작가 안도현 씨의 활동명이 ‘안도르’였거든요. 그 이름이 참 매력적이었어요. 그 청년의 모습, 그 열렬하고 활동적인 모습이 대전의 모습을 닮기도 했고요. 그런 모습을 닮으라는 뜻에서 카페 이름을 안도르라고 지었어요. 도현 씨께 말씀드리니 기뻐하셨고요.”
안도르의 2층은 청년들을 위한 징검다리 역할을 수행하는 사무실로 쓰이고 있고, 카페로 사용하는 1층 실내에는 젊은 예술가들의 작품이 전시된다. 혹여나 작품이 인테리어처럼 보이지는 않을까 염려되어, 일정 기간 동안 벽을 비우는 시간은 꼭 갖는다. 그리고 새로운 작품이 전시되면 안도르가 가지고 있는 손님들의 전화번호로 문자메시지를 발송한다. 노란 전구 빛을 닮은 마음으로 쓴 초대장을 받는 마음은 어떨까. 누군가가 그 메시지를 핑계 삼아 사랑하고픈 이에게 함께 가자고 말할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이 살그머니 고개를 들 때 발치에 녹아있던 고양이 코코가 비몽사몽 고개를 들었다. 데이트 신청의 또 다른 핑계거리, 고양이가 있는 카페에서의 전시회라니! 겨울날 이것보다 더 풋풋하고 따뜻한 데이트 신청이 있을 리 없을 테다.
안녕한 삶은 고양이와 함께
길냥이들이 마당을 찾고 코코가 잘 지내고 있어서일까. 이따금 “우리 고양이인데, 안도르 마당에서 지내게 하면 안 되냐”고 묻는 이들이 있다. 말없이 고양이를 유기하는 사람들도 간혹 있다. “키울 거면 제대로 키웠으면 좋겠어요. 함께 살면 재밌고, 애들이 예쁘기도 하지만 그 뒷면도 알았으면 해요. 키운다는 책임감이요. TV 프로그램 같은 데서는 예쁘고 귀여운 모습만 보여주잖아요. 애들은 애완용이 아니라 생명체라서 정말 많은 책임감이 필요한데, 사람들이 그걸 잘 모르는 것 같아요.”
안도르의 마당에 들어온 고양이들이 모두 잘 사는 것은 아니다. 적응을 못하고 어디론가 떠나기도 하고, 죽는 일도 더러 있다. 죽은 고양이를 묻는 마음은 참혹하다. 안타깝고 슬프지만, 길고양이를 위해 사료를 싣고 오는 사람들도 더러 있다. 그런 따뜻함이 모여서 안도르의 마당에서는 길고양이들이 오늘도 마음 놓고 식사를 할 수 있는 것일 테다. 그 모습을 보면서 모쪼록 앞으로 안도르의 마당에도 그 외의 땅 위에도 버려지는 생명이 없기를 바라게 되는 것은, 같은 생명으로서의 자연스러운 마음일 테고.
INFO
고양이가 있는 카페 '안도르'
대전광역시 중구 선화로 148
TEL. 042-222-3101
CREDIT
글 김나연
사진 손한솔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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