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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에게 집을! 해비캣이 만든 ‘캣…

  • 승인 2016-12-22 10:5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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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에게 집을! 해비캣이 만든 ‘캣터’

길고양이도 집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음식물쓰레기 옆이나 더러운 바닥이 아니라 깨끗하고 편한 곳에서 쉬길 바랐다. 건축을 기반으로 길고양이와 사람이 공생하는 삶을 살았으면 했다. 사람이든 고양이든 지리멸렬하고 거친 생활 속에서 다시 돌아올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은 따뜻하고 소중한 일이니. 이는 건축학을 공부하며 고양이를 좋아하는 병관 씨의 생각이다. 길고양이의 집 ‘캣터’는 그렇게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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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존을 위해 세운 건축의 미학

캣터는 사람 혼자서 5분이면 뚝딱뚝딱 조립할 수 있는, 길고양이를 위한 집이다. 반투명한 흰색 단프라 박스와 동일한 재질로 만들어졌다. 방수에 용이하고 도시의 미관을 크게 해치지 않으면서 지저분해져도 쉽게 청소할 수 있고 스티커를 붙였다 떼기도 쉽다. 캣터의 외관은 ‘집의 기초는 삼각형’이라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그래서 정면에서 바라보면 움집, 텐트와 같은 삼각형 모양을 하고 있다. 동그란 출입구가 있는 앞면은 모서리 부분이 앞으로 튀어나온 모양새다. 빗물이 튀지 않게 하는 처마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캣터의 뒷면에도 동그란 출입구가 있다. 혹시 누군가가 고양이를 위협할 경우 쉽게, 도망칠 수 있도록 뒷면에도 통로를 뚫어놓았다. 사다리꼴 모양의 바닥이 텐트 모양 집을 지탱해주고 있어서 튼튼하고, 천장에 빗물이 고이지 않고, 눈이 쌓이지 않는 길고양이의 집. 미관과 기능을 알뜰살뜰 야무지게 챙긴 캣터는 만든 이들의 많은 배려가 담긴 노력의 소산이며, 건축으로 공생을 도모하는 이들의 꿈 그 자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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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은 고양이에게, 더 많은 집을

캣터를 지어준 사람들은 ‘해비캣’이라는 모임이다. 병관 씨를 중심으로 건축과 선배인 지은 씨, 영문과인 학영 씨, 의류학과인 유란 씨가 모였다. 다른 학문을 공부했지만 길고양이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마음은 같았으므로, 곧 그들은 디자인, 마케팅 등 전문 분야를 정해 캣터에 대한 상상의 파편을 조립해 나갔다. 스토리펀딩을 통해 ‘캣터’를 알리고, 길고양이들에게 집을 선물해 줄 것을 권유했다. 스토리펀딩은 456명의 후원자로부터 890만 원에 달하는 금액을 모으는 것으로 큰 성공을 거두었다. 모 인 돈은 온전히 캣터 제작과 배송, 리워드 상품인 엽서, 스티커, 뱃지 등 을 제작해 후원자들에게 보내는 데 쓰였다. 후원자들은 캣터를 전달받고 각자 돌봐주는 길고양이를 위해 캣터를 설치하며, 장점과 보완할 점 등을 피드백해 주기도 했다. 종종 “길고양이를 위해 활동해 줘서 고맙다”는 인사가 온기 이상의 것을 머금고 건너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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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모를 길고양이들의 쉼터

해비캣은 캣터를 완성하기 위해 샘플을 몇 개 제작했는데 그 중 하나는 병관 씨의 집 앞에, 몇 개는 재학 중인 고려대 이공계 캠퍼스에 설치됐다. 캠퍼스에서 마주한 캣터는 검은 색이거나 완성작보다 크기가 좀 작은 것으로, 인적이 드문 곳에 설치되어 있었다. “‘고고쉼’이라고 교내 고양이들을 돌봐주는 동아리가 있어요. 고양이에게 밥을 주는데 재워줄 집은 없어서요. 그 쪽이랑 연락해서 학교에 허가를 받고 캣터를 설치했어요. 고양이들 이름이요? 이름은 안 지어줬어요. 그냥 고양이예요. 검은 캣터에는 낮에도 삼색이가 와 있고, 저쪽 흰 캣터에는 주로 밤에 다른 애가 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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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비캣의 안내대로 흰 캣터에는 사료와 깨끗한 물이 채워진 그릇만 덩그러니 있었지만, 검은 캣터에는 삼색이 고양이가 슬그머니 나타났다. 좀 떨어진 거리에서 보기에도 윤기가 흐르는 털에 잘 먹어서 통통하게 살찐 모습. 고양이는 여유 있게 사료를 먹고, 물을 홀짝이다가 캣터에 두어 번 뺨을 비볐다. 교정을 바라보며 따뜻하게 일광욕을 하는 고양이는 나른하고 편해 보였다. 누군가에게는 삼색이로 불리고, 누군가에게는 나비로 불릴 고양이. 길 위의 삶은 춥고 위험하지만 그럼에도 적당한 여유를 누릴 수 있는 것은, 따뜻한 손길과 더불어 돌아올 수 있는 집이 있기 때문이리라.

해비캣을 돕고 싶다면

facebook/habicat.official

CREDIT

김나연

사진 신한슬 김나연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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