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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 | 고양이 급식…

  • 승인 2016-12-06 14: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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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

고양이 급식소 ‘고양이 정원’ 편

사람들의 손에서 이리저리 휘둘리며 하나의 생명체가 아닌 장난감 취급을 받으며 살아가는 고양이들이 있다. 오히려 길 위에서 사는 것이 더욱 자유롭고 편안할지도 모를…. 제주시 구좌읍 월정리에 위치한 ‘고양이 정원’ 게스트하우스에서 지금은 많은 사람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고 있는 ‘호야’가 그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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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하게 맞아줄게요


어느 해보다 유난히도 바삐 찾아온 겨울에 제주도는 온몸을 움츠리고 추위에 떨고 있다. 이상할 정도로 따뜻하던 가을이 갑자기 매서운 눈보라에 뒤덮이며 하루아침에 겨울이 되어 버려서, 따뜻한 햇살에 몸을 녹이며 마당을 뒹굴거리던 길냥이들도 모두 추위를 피해 어디론가 숨어 버렸다.

매서운 바람으로 창문이며 거리의 간판들까지 바람에 몸을 싣고 무섭게 흔들리던 날이었는데도, 월정리에 위치한 게스트하우스 ‘고양이 정원’은 유난히 따사로운 빛을 뿜어내며 들어오라 손짓하고 있었다. 차곡차곡 돌담이 곱게 둘러쳐진 마당에는 ‘고양이 정원’이라는 글자와 예쁜 고양이 한 마리가 하얀 벽에 그려져 있어 ‘이곳에는 고양이가 살고 있어요’라고 말하는 듯 보였다. 혹시나 바깥이 궁금한 고양이가 뛰어나올까 겁이 나 살그머니 문을 열고 들어서니, 부드러운 아이보리 색의 털을 가진 페르시안 친칠라 ‘호야’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처음 보는 사람인데도 전혀 낯가림이 없는 호야. ‘분명 태어날 때부터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고양이일 거야’라는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이곳에서 같이 살고 있는 세 마리의 고양이 중 가장 상처가 깊은 고양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괜히 가슴이 저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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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로서 살아가도록


이곳 게스트하우스 ‘고양이 정원’에는 길냥이 출신인 치츠태비 럭키와 턱시도 별양이, 그리고 애교 많은 호야가 함께 살고 있다. 첫째인 럭키는 2012년 2월, 태어난 지 두세 달 정도 됐을 때 동물사랑실천협회를 통해 구조된 고양이로 세 마리 중 가장 겁이 많은 녀석이다. 그리고 둘째인 별양이는 근처 쌀집 앞에 버려져 있었는데, 가게 아저씨가 태어난 지 두세 달 정도 됐을 때 발견해 2시간에 한 번씩 이유식을 먹이며 애지중지 보살피다 지금의 주인장에게로 오게 되었다고. 셋 중에 가장 성격이 까칠한 녀석이다.

주인장이 가장 마지막에 데려온 고양이가 바로 ‘호야’인데, 호야는 4살 정도 되었을 것이라 추측할 뿐 정확히 언제 태어났는지 알 수가 없었다. 호야는 첫 주인에게서 털이 많이 날린다는 이유로 사무실에서 방치되어 있다가 주인장의 친구가 데려왔는데, 그 친구는 고양이나 개를 자신의 컬렉션처럼 종류별로 데려오던 터라 수가 많아 한 마리씩 정성들여 보살필 수 있는 여건이 되지 못했다고 한다. 당시 호야를 가엾게 여겼던 주인장은 친구가 호야를 다른 곳으로 입양 보내야 할 것 같다고 하자 바로 데려왔고, 그렇게 지금의 고양이 삼남매가 탄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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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수록 베푸는 정원


처음 호야를 데려왔을 때에는 털도 잘 관리가 되지 않아 엉켜 있었고, 영양 상태도 좋지 않았는데 열심히 보살피다 보니 이렇게 사랑스러운 고양이가 되어있었다. 럭키, 별양, 호야 모두가 주인장의 따뜻한 마음을 잘 아는지 너무 잘 따랐고, 자신이 받는 사랑을 다시 게스트하우스를 찾는 손님들에게 베풀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사람이나 동물이나 같이 살다보면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어느 순간 다 닮아가게 되어있다고 하는데, 이 추운 겨울에도 건물 밖에서부터 아주 온순하고 따뜻한 기운이 느껴질 정도니 이 가족들의 마음이 얼마나 따뜻한지 가늠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의 애정만으로도 충분할 법한데 주인장은 또 다른 어려운 아이들을 구조할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요즘엔 매일 한쪽 다리를 잃은 고등어태비 아이의 사진을 보며 빨리 완쾌해 넷째로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다고. 앞으로도 이 ‘고양이 정원’에는 힘든 시간을 이겨내고 함께 행복하게 살아갈 고양이들이 더 많아질 듯하다. 작고 힘없는 고양이일지라도 이런 작은 마음들이 서서히 퍼져 나간다면, 제주도에서 행복하지 않을 고양이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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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사진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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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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