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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할 땐 코숏, 버릴 땐 도둑고양이

  • 승인 2016-10-24 11:40: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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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할 땐 코숏, 버릴 땐 도둑고양이

다시 유기된 별이와 막둥이

2012년 4월, 보호소 봉사자이자 구조자이기도 한 지영 씨에게 날벼락이 떨어졌다. 그 전 해에 입양 보냈던 별이와 막둥이가 사라졌다는 소식이 들렸다. 고양이 분유를 타 먹이고 배변 유도를 해가며 돌봐줬던 지인의 노력, 이유식을 챙겨 먹이면서 피부병과 고양이 감기와 싸웠던 자신의 시간, 마음에 맺히고 눈에 밟혀도 평생 사랑해줄 가족을 만나라고 잘라내듯 내려놓았던 결심이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었다. 피가 거꾸로 솟는 듯한 감각이 온몸에 휘몰아쳤다. 어쩌면……, 어떻게……, 어째서……? 문장이 완성되지 못한 의문으로 지영 씨의 세상이 가득 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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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호소의 아깽이들


보호소에서 처음 잡았던 손


'아깽이 대란'이라는 말이 있다. 겨울이 물러나고 봄이 기지개를 켤 무렵이면 생명이 약동하고 거리의 고양이들도 생명을 품기 시작한다. 생명의 탄생은 늦은 가을까지 이어진다. 이렇게 피어난 생명은 태어난 곳에 생을 이어가기도 하지만, 사람의 손과 만나 보호소나 사람의 집으로 옮겨지기도 한다. 아직 혼자서 살기에는 너무 여리고 어린 생명들, 그중에는 사람의 손으로 고양이 분유를 먹이고 배변을 도와줘야 하는 개체도 섞여 있다. 그러나 보호소는 그런 어린 생명을 돌볼 여력이 없다. 다수의 개체가 쏟아내는 분변 냄새와 절망과 슬픔의 울부짖음이 가득한 곳, 많은 수가 머무는 곳이다 보니 아픈 개체는 늘 있고, 아파도 치료해줄 수 없어 병이 공기처럼 떠다니고 있는 곳이 대다수 보호소의 현실이다. 예산과 인원은 제한되어 있는데, 유기동물은 하루가 다르게 발생하기 때문이다.그런 곳에서 어떻게 시간마다 밥을 주고 배변을 유도해야 하는 어린 고양이를 제대로 돌볼 수 있을까. 그래서 보호소에 입소한 어린 고양이들은 대부분 '자연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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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깽이 시절의 막둥이

보호소 봉사자들은 그대로 두면 죽을 것이 불 보듯 뻔한 어린 생명을 하나둘 안아들고 집으로 향한다. 시 보호소가 생기고, 보호소 봉사자들이 봉사를 다니면서부터 쭉 있어왔던 풍경이다. 그 많은 어린 고양이 중에 막둥이와 별이가 있었다. 탯줄도 채 떨어지지 않았던 막둥이와 피부병과 호흡기 질환을 가지고 있었던 별이는 지영 씨의 집에서 돌봄을 받으며 평생 함께 할 가족을 기다렸다. 가지고 있던 병도 털어내고, 새끼고양이용 사료를 먹을 정도로 건강해졌을 쯤 별이는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성격의 고양이로, 막둥이는 사람을 졸졸 따라다니는 애교쟁이 고양이로 자라났다. 지영 씨는 이별을 준비할 때가 되었음을 알았다. 입양을 준비해야 할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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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가족을 찾아서


예상했던 대로 입양 문의와 신청이 꽤 있었다. 혹시나 잘못된 집으로 보내지는 않을지 고민하며 고르던 중, 가족과 함께 페르시안 고양이를 오래 키웠고 얼마 전 하늘로 떠나보냈다는 한 신청자의 글이 눈에 들어왔다. 입양 신청을 하면 많은 구조자가 동물을 키운 경험과 가족의 동의 여부를 묻는다. 사진이나 동영상, 책으로 간접 경험하는 동물과 실제 동물의 간극은 크기 때문이다. 동물의 냄새?털?소음?활동량?성격?건강 상태 등은 반려인의 삶 모든 부분에 영향을 끼친다. 동물은 사랑스러운 만큼 불편하고 불쾌할 수도 있다. 가족 구성원의 동의와 동물 반려 경험 여부는 그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이 신청자는 제일 중요한 그 두 요건을 충족시켰다. 꽤 먼 곳이었지만, 지영 씨는 이 사람을 믿고 두 어린 고양이를 보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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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와 막둥이를 데리고 직접 가서 신청자를 만나 대화도 하고 거주 환경도 둘러보았다. 문제될 부분은 없어 보였다. 마지막으로 잘 키우겠다, 혹시 못 키울 상황이 되면 연락해서 돌려보내겠다는 내용이 포함된 입양 계약서를 작성했다. 지영 씨가 할 수 있는 마지막 안전 장치였다. 그 후로는 입양자가 이 생명을 책임감과 사랑으로 잘 돌보고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 할 것이라고 '믿는' 수밖에 없다. 그 믿음은 틀리지 않은 것 같았다. 입양자는 두 고양이의 모습을 인터넷 커뮤니티 게시판에 올리거나, 이메일로 사진을 보내주며 꾸준히 소식을 전했다. 회사 일만으로도 벅찬 일상에 열 손가락으로 꼽고도 넘치는 수의 고양이, 늘 사람 손을 그리워하는 보호소의 동물들, 개인 구조로 집에 들어오는 약한 생명들, 반복되는 입양과 파양으로 빡빡하게 들어차 있는 삶 속에서도 지영 씨는 입양자가 주는 소식에 감사하며 안심했다. 그렇게 몇 달이 흘렀다. 언젠가부터 연락이 뜸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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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려갈 때는 코리안 쇼트헤어, 버릴 때는 도둑고양이


입양 후에도 꾸준히 정보 요청을 하는 구조자를 불편해하는 입양자가 간혹 있다. 간섭이라고 생각하거나 의심받는 것 같다며 불쾌해하기도 한다. 하지만 입양자를 불편하게 하더라도 입양 보낸 생명의 안녕을 확인할 필요와 의무가 구조자에게는 있다. 지영 씨 역시 그런 생각으로 용기를 내서 별이와 막둥이의 최근 소식과 사진을 부탁한다며 먼저 연락했다. 그러나 사진 없이 두 고양이 모두 잘 지내니 걱정 말라는 입양자의 답변만 돌아왔다. 불안해진 지영 씨가 재차 사진을 요청하자, 그제야 사진이 도착했다. 하지만 사진 속 두 고양이는 별이와 막둥이가 아니었다. 무늬의 형태와 크기, 위치가 달랐다. 의심과 불안은 확신으로 변했다.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때부터는 전형적인 고양이 유기 사건의 형태로 흘러갔다. 구조자의 연락을 피하고, 어쩌다 연락이 닿으면 유기 사실을 부인하며 화를 냈다. 유기죄 여부를 밝혀 달라고 진정서를 내는 한편, 여러 커뮤니티에 두 고양이의 사진과 함께 글을 올려, 혹시 보호 중이거나 목격한 사람이 있는지 알아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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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후, 입양 보낸 곳 근처에서 사람을 무척 따르는 길고양이를 발견해 보호 중이라는 사람의 글을 보았다는 지인의 연락을 받았다. 별이와 막둥이의 입양자를 직접 만나 거짓으로 가득한 진술을 듣고 올라가는 기차 안에서였다. 발견자가 올려놓은 게시물 속 사진을 보는 순간, 지영 씨는 그 고양이가 막둥이임을 알았다. 그 자리에서 지금 찾으러 가겠다고 연락하고, 다음 역에서 내려 길을 되짚어갔다. 한걸음에 달려간 그곳에는 "우리 집에 멀쩡히 잘 있다니까요!"라고 입양자가 주장했던 막둥이가 있었다. 보호한 지 수개월이 되었다는 그 사람에게 혹시 다른 고양이는 보지 못했는지 물었지만, 상대는 고개를 저었다. 그 이후로도 별이의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별이를 찾기 위해 몇 번이나 버린 시점과 지역만이라도 알려달라고 했지만, 전 입양자는 끝까지 유기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오히려 도둑고양이 하나 가지고 왜 난리냐고 폭언을 했고, 업무를 방해한다며 역정까지 냈다. 그렇게 지영 씨는 별이의 손을 놓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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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의 막둥이


사랑과 책임은 한 몸이다


생명을 키우는 것은 한 생명을 책임지는 일이기도 하다. 그 책임의 가장 좋은 모습은 '평생 반려'일 것이다. 그러나 만약 사정이 생긴다면, 그래서 포기해야 할 것 같다면, 그렇다면 처음 생명을 품을 때 했던 그 약속을 떠올리고 이행하는 책임이라도 져야 한다. 설령 그 과정에 마음과 몸이 지치고 힘들어지더라도 말이다.

어렵사리 돌아온 막둥이는 현재 지영 씨의 집에서 건장한 아저씨 고양이로 잘 살고 있다. 여전히 사람을 믿고, 사람을 좋아해서 졸졸 따라다니는 친화력 좋은 고양이다. 그러나 소심하고 조심성 많았던 별이는 그 후로도 다시는 만날 수 없었다.

CREDIT?

김바다| <이 많은 고양이는 어디에서 왔을까?> 저자 ?

사진 강지영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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