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캣티시 | Cat patterns 당신…

  • 승인 2016-10-17 16: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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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ATURE ③

Cat patterns

당신이 사랑한 뒤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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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드 화이트 solid white


솔리드는 말 그대로 털색이 단색으로 이뤄진 것인데 그중 흰색 털은 정확히는 ‘무색’, 다시 말해 색소가 없는 경우다. 청결하고 순한 인상을 주는데도 개체 수가 드물기 때문인지 나라마다 흰 고양이에 대한 좋지 않은 풍문이 많았다. 미국에서는 밤에 흰 고양이를 보면 나쁜 징조로 여겼고, 영국 사람들은 아침에 흰 고양이를 보면 그날엔 불운이 따른다고 생각해 곧바로 침을 뱉거나 십자성호를 그렸다고. 그래도 동양에선 꽤 좋은 대접을 받고 있다. 중국에선 흰 고양이가 달과 연관이 있다고 여기며 신묘하게 추앙했고, 근래 한국에서는 가장 인기 있는 고양이 중 하나다. 솔리드 화이트 중 터키시 앙고라의 수요가 단연 높은데, 자연 발생종의 태생적 건강함과 순백의 털에서 흐르는 윤기, 곧잘 태어나는 오드아이의 신비로움은 고양이 반려를 시작하려는 입문자의 마음을 단숨에 현혹시켜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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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리드 블랙 solid black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검은 고양이만큼 미신과 전설에 가장 많이 등장한 동물이 있을까. 의뭉스런 행동에 눈을 제외하면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미스터리한 생김새가 더해져 정체를 간파할 수 없는 영물로 인식된 것이다. 가장 억울한 일은 역시 마녀의 공범자로 몰렸던 수모다. 당시 유럽에서는 고양이에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로 으레 가난하고 의지할 곳 없는 할머니를 떠올렸다. 마녀 소동이 일어나자 집 없는 할머니들이 흑색 마술을 부리고 있다는 의심을 제일 먼저 받았고, 그들의 친구인 검은 고양이까지 대학살을 당하고 만다. 이후 루이 13세가 고양이 살육을 금지할 때까지 매달 수천 마리의 고양이가 불타 죽었는데 그 중 대부분이 검은 고양이었다. 그 후에도 검은 고양이는 아주 오랫동안 전염병과 죽음의 상징이란 오명을 벗지 못했다. 그러니까 지금 양지 아래서 늘어지게 단잠을 자는 당신의 검은 고양이가, 산전, 수전에 화전까지 겪어낸 불굴의 존재란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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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컬러 bicolor


바탕색과 얼룩색의 두 가지 색을 갖는 경우를 말한다. 솔리드의 심플함과 삼색의 화려함을 겸비해 가장 대중적인 사랑을 받는 패턴이기도 하다. 클래식 턱시도 고양이는 묘종에 관계없이 기품이 흐르고, 젖소처럼 큰 점이 박힌 바이컬러의 경우 무늬 자체가 신분증이 되어 세상 어디에도 없는 반려묘가 되어 준다. 얼룩색은 코나 턱, 꼬리 등 다양한 포인트에 자리할 수 있는데, 위치에 따라 이미지의 차이가 커 집사들의 취향이 크게 갈리곤 한다. 패턴의 고유한 성격이라 볼 수는 없겠지만 바이 컬러 고양이는 줄곧 장난기와 호기심이 많은 고양이로 묘사되어 왔다. 제리와 매일 신경전을 벌이는 톰, 조선 3대 화가 김득신의 ‘파적도’에서 병아리를 물고 도망가는 고양이의 무늬가 바로 바이컬러다. 우리 생활 주변에 가장 많이 보이는 패턴이니만큼, 고양이에 대한 당대의 전형적인 인식을 담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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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리코 calico

검은색, 빨간색, 흰색이 확실한 구분되어 이뤄진 무늬. 흔히 삼색 고양이라고 뭉뚱그려 불리는 칼리코는 정확히는 삼색 털 패턴 중 하나다. 고양이털의 색소는 블랙, 레드 두 가지고 멜라닌의 수나 밀집도에 따라 털의 색이 다르게 발현되는데 이 중 레드는 성염색체 중 X에만 존재하기 때문에 레드 톤의(대개 주황) 털을 가진 칼리코 고양이는 모두 암컷일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수컷으로 태어난다면 성기능에 문제가 있는 불임이다. 이런 슬픈(?) 사연 탓에 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칼리코를 복의 상징으로 여겨 귀히 다뤘다. 쥐를 잡기 위해 배에 태우는 함재묘를 수컷 칼리코로 넣으면 안전까지 지켜준다고 믿었으며, 복을 부르는 고양이 입상인 마네키 네코 중에서 바로 이 칼리코 패턴을 제일로 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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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비 tabby

호랑이나 얼룩말 같이 줄무늬를 띈 형태. 마치 지문처럼 태비 고양이의 줄무늬는 개체마다 상이한데 크게 클래식 태비, 마크렐 태비, 스포티드 태비로 나뉜다. 클래식은 등고선이나 기압도 같은 줄무늬 패턴으로 옆구리 쪽에 황소의 눈bull’s eye이라 불리는 선명하고 둥그런 반점 문양이 나타난다. 마크렐은 단어 뜻 그대로 고등어처럼 가느다란 선이 가지런히 배열되어 있는 모양이다. 뱅갈, 옥시캣에서 자주 보이는 스포티드는 줄무늬가 끊어져 마치 점처럼 박혀 있는데 그 독특함과 희소성 때문에 가치가 크다. 털 한 올에 층이 나뉘어 색이 교차하는 경우, 겉으로 보기엔 솔리드지만 이 또한 태비로 묶인다. 이를 틱드 태비라고 하는데 아비니시안에서 자주 발견된다. 태비는 역사 이래 유독 왕의 총애를 듬뿍 받아 왔다. 숙종의 무덤에까지 같이 묻힌 고양이 ‘금손’과, 링컨이 백악관으로 들인 퍼스트 캣 역시 태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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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터셀 tortoiseshell

태비 같이 뚜렷한 무늬가 나타나지 않고 서로 다른 여러 털색이 뒤섞여 있는 패턴으로 삼색 고양이 중에서 색의 구분이 모호한 경우가 바로 이 토터셀이다. 흔히 ‘카오스’라는 별칭으로 불리는데 혼돈이라는 그 말뜻처럼 매력적으로 자라난 토터셀 패턴의 털에선 고유한 그로테스크함이 흠씬 뿜어져 나와 마니아층이 단단히 형성되어 있다. 관리가 안 돼 막 자란 털조차 ‘더티 섹시’한 매력이 그득하다. 최근 토터셀 고양이는 겉만 무섭지 속은 그렇지 않다며 항변하던 마니아 집사들이 경악할 만한 연구가 나왔는데, 솔리드보다 토터셀 고양이가 본성적으로 좀 더 사납다는 것이다. 집사를 할퀴거나 무는 횟수 등으로 추산한 결과인데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비교적 그렇다는 것이고, 그러거나 말거나 당신의 토터셀 사랑은 변치 않을 테니 결국 사족에 불과한 이야기. ?

CREDIT

? 김기웅

사진 박설화

촬영협조 JML멀티미디어연구소

본 기사는 <매거진C> 11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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