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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좋은 남매 고양이 만두와 두부의 집

  • 승인 2016-09-19 10:2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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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WITH CATS

의좋은 남매 고양이

만두와 두부가 사는 집

만두와 두부의 사연을 접한 건 세 달 전, 본사 객원 기자의 취재를 통해서다. 말괄량이 고양이 두부가 엄마가 되는 과정과 그런 두부를 옆에서 든든히 지키며 힘을 실어준 오빠 만두의 이야기였다. 이번에 직접 방문한 만두와 두부의 집은 고양이를 위한 소소한 아이디어로 가득 차 있었다. 아기 고양이들을 좋은 반려인의 품으로 보낸 후, 오롯이 두 남매만의 아늑한 거처가 된 공간. 그 속에 얽힌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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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가 달라도 우리는


“얘네들이 정말 순해요. 발이나 배를 만져도 가만히 누워 있고 사진기를 피하지도 않고.” 자식 자랑에 여념이 없는 반려인 주현 씨는 결코 팔불출이 아니었다. 그의 말마따나 만두와 두부는 처음 본 사람을 경계하는 기색이 없었고, 눈길 한번 쓰윽 주고는 캣폴 위에서 아침잠을 마저 자는 여유로운 고양이였다. 평온한 가정에서 부모의 너그러운 배려 속에 자라난 아이처럼, 모난 데가 보이지 않는 만두와 두부는 정말 한배에서 태어난 남매인 양 많이 닮아 있었다. 특히 만두의 성미는 두둑한 체구답게 차분했는데 주현 씨는 이게 다 신랑의 유난한 애정 표현 때문이라 웃으며 말했다. “만두를 신랑이 되게 좋아해요. 늘 끌어안고 졸졸 따라다녔더니 만두가 어느 샌가 얌전해졌더라고요. 포기한 거죠.” 고양이의 성격까지 변화시킨 이들의 남다른 애정은 집안 곳곳에도 묻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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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코 얹혀사는 게 아니니까


결혼 2년차 주현 씨의 첫 집은 이 아파트가 아니었다. 결혼 후 반년 정도를 투룸 주택에서 살았는데 공간이 넉넉지 못해 고양이를 위한 편의 공간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고. “그게 한이 맺혔다”는 주현 씨는 이곳으로 이사 오며 처음부터 고양이를 염두에 두고 인테리어를 꾸몄다. 거실의 한 구석을 넉넉히 차지하는 캣폴과 키티벙크는 사전에 공간 계획을 세우지 않았다면 배치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아예 고양이에게 방을 하나 내주기도 했다. 거실 끝 쪽 ‘고양이 방’엔 고양이 용품이 가득했고 다양한 간식과 비상 약품까지 갖추고 있었다. 문 옆에는 분수처럼 물이 뿜어져 나오는 자동 급수대가, 창 아래엔 롤 카펫이 깔린 큼직한 화장실이 자리했다. 화분 둘레, 방석, 벽 등 고양이가 다다를 수 있는 거의 모든 곳엔 발톱 관리를 돕는 스크래쳐가 설치됐다. 주현 씨네 고양이들은 객식구가 아닌 어엿한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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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친 마음을 치유해주는


“둘이 있으니 확실히 서로 의지를 많이 해요. 위기 상황이 닥쳤을 때 함께 있으면 적응을 빨리 하더라고요. 병원엘 같이 데리고 가면 따로 갈 때보다 금방 안정을 취해요.” 남매 중 정신적 지주는 오빠 만두다. 집안의 맏이 노릇을 톡톡히 한다. 주현 씨의 결혼 기념사진에도 당당히 등장하더니, 다른 고양이를 만나 두부가 긴장하는 기색을 보일 때면 심드렁한 표정을 풀고 용감히 앞으로 나와 동생을 보호해준단다. 믿음직한 만두에게 주현 씨도 신세를 좀 졌다. 만두를 입양할 즈음 경미한 우울증 증세가 있었던 주현 씨는 만두와 생활하며 말끔히 회복할 수 있었다. 고양이를 키우고 난 이후로 “행복지수가 부쩍 올랐다”는 주현 씨. 동물에게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는 것은 이미 증명이 된 사실이다. 다만 그 힘의 효과는 그들에게 마음을 연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일 거다. 두 고양이의 힐링 하우스를 살뜰히 꾸려 나가는 여기 주현 씨처럼.

* 만두와 두부의 이야기는 네이버 블로그 ‘만듀네 소소일기’를 통해 더 자세히 만나볼 수 있습니다.

CREDIT

김기웅

사진 박설화 이주현

본 기사는 <매거진C> 9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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