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나란히 서서 한 방향으로, 고양이 책방…

  • 승인 2016-09-19 10:01:16
  •  
  • 댓글 0

FOLLOW

나란히 서서 한 방향으로

고양이책방 슈뢰딩거

사랑하는 것들에 대해 실컷 이야기하고 싶은 마음으로 가득 찬, 달뜬 입을 닫고 있는 일은 힘겹다. 유난은 아닐까, 예의가 아니지 않을까, 혹시나 강요하게 되는 것은 아닐까. 그런 몇 가지 종류의 조심스런 망설임 앞에서 눈치를 보게 되는 것이다. 고양이책방 슈뢰딩거는 그런 걱정들이 걱정 없이 녹아내리는 공간이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 순간, 이 책방에 있는 우리들은 보드랍고 유연한 생물을 온 몸으로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될 테니까.

0665e48f07913f490c2caae0bc6b5b2f_1474246


성공한 덕후의 사심 가득한 공간


슈뢰딩거는 고양이가 소재로 다뤄지거나 주제가 된 도서로 소담하게 채워졌다. 소설, 에세이, 사진집, 만화 등 분야를 가리지 않고 여기도 고양이, 저기도 고양이다. 늘여놓은 책 사이사이, 혹은 선반 귀퉁이에는 고양이 굿즈들이 천연덕스레 자리를 차지했다. 책을 좋아하고 고양이를 사랑하여 스스로를 책방지기로 채용했다는 미정 씨의 취향이다.

미정 씨가 자택에서 키우는 고양이들이 있다. 첫째 ‘조르바’와 둘째 ‘미오’다. 그들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이 책방의 탄생에 일조했다. 그리고 본인이 좋아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어딘가에는 있을 거라는 마음을 담아, 취향대로 골라온 책과 굿즈로 책방을 채웠다. 여기에 고양이를 키우거나 그렇지 않은, 그러나 각기 다른 색채, 다른 농도로 고양이를 사랑하는 방문객들이 책방을 완성했다. 책방지기와 책방손님은 첫 만남에도 고양이와 삶에 대해 몇 시간이고 이야기 할 수 있다고, 미정 씨는 사심 가득한 미소로 고양이책방 슈뢰딩거를 소개했다.


0665e48f07913f490c2caae0bc6b5b2f_1474246



어느 우연들이 기꺼이 충돌해서는


“좋은 고양이 플랫폼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여기는 고양이 책 좋아하는 분들이 오시는 곳이잖아요. 다양한 직업과 성향을 가진 분들이 고양이를 좋아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 거죠. 서점을 기반으로 해서, 고양이를 좋아하시는 분들이 만나 서로의 영역에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나중엔 넓은 곳으로 매장을 옮겨서, 워크샵 공간도 크게 내고 싶어요. 입양카페도 겸해, 안전한 환경에서 고양이 임시보호를 할 수 있었으면 하구요. 셋째 고양이를 입양하고 싶기도 해요. 그럼 아마 고양이의 이름은 ‘슈뢰딩거’가 되겠죠?”

책방지기의 희망과 방문객들의 바람이 일치해서일까. 아담한 책방의 한쪽 벽에는 드로잉이 담긴 액자들이 걸렸다. <상자 속 고양이전>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작가들의 드로잉전이 진행되고 있다고 했다. 그 벽은 책방을 열 때 기념으로 진행했던 에세이 사진집 <무심한 듯 다정한> 사진전이 지나간 자리다. 액자 속 드로잉들은 수줍고도 용감하다. 전시 중이던 드로잉 한 점은 책방의 방문객과 눈이 맞아 입양을 갔다. 책방 어느 한편에서는 순천에서 책 사업을 하는 이와 일러스트레이터가 마주했다. 우연한 만남에 초면이었지만, 그들은 명함을 교환했다.

0665e48f07913f490c2caae0bc6b5b2f_1474246



발꼬랑내가 좋아


고양이가 안다면 변태 취급을 할지도 모르겠다. 슈뢰딩거에서 가장 인기 있다는 사진집을 들춰보니, 온통 고양이 ‘뽕알’ 사진밖에 없다. 건강한 생명력이 재잘대는 느낌이다. 고양이의 고환 말고도, 고양이의 특정 부위만을 모아놓은 사진집들도 시선을 곧잘 받는다. 고양이를 의인화해 쓴 독일의 추리소설도 있다. 고양이가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인테리어 전문 책과 고양이 포토 에세이집, 고양이의 언어로 쓴 시집은 애교다. 책방에 발 딛을 수 있는 모든 땅이 ‘냥냥길’인 느낌이랄까. 고유의 개성과 독특한 체취를 갖고 있는, 온통 고양이로 범벅인 책들 사이에서, 품 안에 넣고 책방을 나설 보물을 발굴하는 공간은 흔하지 않으니.

0665e48f07913f490c2caae0bc6b5b2f_1474246?

INFO

고양이책방 슈뢰딩거

서울특별시 종로구 숭인동길 68

tel. 070-5123-2801

CREDIT

김나연

사진 박설화

?

본 기사는 <매거진C> 9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본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Tag #펫찌
저작권자 ⓒ 펫찌(Petzz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