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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사랑을 바라는 인하

  • 승인 2016-09-07 16:2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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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생 2막?

여전히 사랑을 바라는 인하

이제는 꽃길만 걷기를

얼마 전 엉망진창인 몰골로 누워있는 고양이 사진 하나가 인터넷에 올라왔다. 누군가에게 유기되어서 6년간 길거리를 떠돌았다는 샴 고양이였다. 사람들은 사진 속 고양이의 생존을 걱정했으나, 사실 그 고양이는 생존보다는 따뜻한 손길을 갈구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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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절이 몇 번이나 바뀌었을지


고양이는 인하대 근처에서 살았다는 이유로 ‘인하’라 이름 지어졌다. 인하는 구조되어 병원에 오자마자 산소실로 직행했다. 검사를 받아본 인하의 몸은 방광을 제외하고 모두 상한 상태였다. 지방간과 황달, 구내염과 인두염, 심각한 빈혈, 부신의 팽창 등, 몸 상태는 처참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전염병은 걸리지 않은 상태였다. 인하에게 밥을 주던 이의 말을 따르면 일 년 전까지만 해도 크게 아프진 않았다고 했다. 그러나 갑작스레 아프기 시작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다. 길에서 보낸 시간이 인하를 야금야금, 천천히 갉았을 것이다. 윤기가 흐르던 털이 상해버리기까지 6년은 충분한 시간이니까. 인하는 병원에서 한 달의 집중치료를 받았고, 인하를 위해 모금된 몇백만 원의 병원비가 서운하지 않게 정말 빠르게 몸을 회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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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고난 사랑꾼, 인하


샴은 애교가 많은 품종이라고 알려져 있다. 인하도 그랬다. 옆의 사람을 냥! 하며 우렁찬 목소리로 불러댔다. 수다쟁이였다. 사람의 몸에 스스로의 몸을 닿게 하는 것으로 애정을 표시했다. 다다다 달려와서 호감을 표시하는 인하는 유기묘 출신이라기에는 엄청난 사랑꾼이었다. 한 사람의 손길을 받고 나서는, 다른 이에게 다가가 눈을 맞추었다. 어서 나를 따뜻하게 만지라고 이야기하는 것처럼. 인하의 목덜미에 손을 대면 골골거림이 만져졌고, 무릎에 올라탄 인하의 무게는 참 설렜다. 어쩔 수 없이 밀어버린 바닐라라테 빛의 털이 온전히 자라고 몸에 살이 고루 붙는다면, 매력적인 외모의 접대냥이가 될 것임이 분명했다. 그동안 외로웠을 만큼 사랑하고, 사랑받을 준비가 되어 있는 고양이. 인하는 그런 얼굴을 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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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시절의 후유증


앞으로 인하가 물을 마시지 않아 병에 걸릴 걱정은 전혀 없겠다. 인하는 사료도 곧잘 먹고, 간식 또한 사랑했으며, 눈에 띄도록 물을 참 잘 마셨다. 마른 몸에 배만 눈에 띄게 볼록 튀어나온 배가 안쓰러웠는데, 위가 장기를 다 밀어올릴 정도로 먹어 응급상황에까지 이르기도 했다. 또 하나, 인하는 남성을 무서워했다. 길거리에서 남자에게 호되게 해코지당한 기억이 있는 걸까. 인하에게 호의적인 남자들 앞에서도 인하는 서둘러 몸을 숨겼다. 기쁘게 여자를 반기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더 빨리 도와줬더라면 인하의 몸과 마음의 상처도 덜할 수 있었을까. 채 손 내밀지 못한 시간들이 괜스레 야속하다.

네 삶을 응원할게


놀라울 정도로 빠른 회복속도를 보여준 인하였지만, 최근 심근 비대증(HCM)을 진단받았다. 심근 비대증은 치료가 되는 질병이 아니다. 하지만 사망선고인 것도 아니다. 먹는 약으로 질병의 진행을 늦추고, 증상의 완화를 위한 관리를 할 수 있다. 그래도 어떤 이가 일곱 살 난 고양이의 간병을 기꺼이 도맡아 줄까 싶었는데, 어느 부부가 인하의 보호자를 자청했다. 과거 까만 고양이 금자를 업어간 부부였다. 그들이 가족이 되고자 내민 손을 아는지, 그 마음이 어딘가에서 다가와 가슴께로 닿았는지, 길거리에서 자던 모습 그대로 불편하게 자던 인하는 그 날 처음으로 몸을 편하게 뉘이고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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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금동아


인하의 새 이름은 금동이라고 했다. 살아남았고, 힘든 치료를 버텼고, 앞으로도 넘어야 할 산들이 많은 아이에게는 든든한 이름이다. 금동이의 새로운 가족들은 병원 주의치의 소견도 직접 듣고, 차트 복사까지 해서 품에 넣었다. 애정이 담뿍 담긴 이름으로 불리며 살아갈 날이 이미 시작했음을 금동이는 알까. 길에서의 삶이 금동이에게서 온전히 다 지워지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끈질긴 사랑꾼의 다정한 애정에 누군가가 답을 해주고, 꼬박꼬박 정성스런 손길로 약을 먹게 되는 삶, 먹는 것 하나하나에도 섬세한 관심이 가득한 생활은, 금동이의 삶을 사랑으로 가득 차게 만들어 줄 것이다.

CREDIT

김나연 사진 박설화 자료협조 로마맘


본 기사는 <매거진C> 11월호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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