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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수 고양이 예삐와 신혼부부가 함께하는…

  • 승인 2016-07-07 12:4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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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VING WITH CATS

장수 고양이 예삐와
신혼부부가 함께하는 집

인테리어의 완성은 고양이라는 말이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아름다운 인테리어 속 고고한 자태를 뽐내는 고양이는 가히 화룡점정에 가깝다. 하지만 직접 그린 고양이 그림을 벽에 걸어놓고, 고양이가 스크래치를 내도 무방한 와일드한 가구를 선택하는 인테리어라면? 인테리어의 시작이야말로 고양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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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살 장수 고양이 예삐와의 동거


고등학교 2학년 때였다. 율리아 씨는 버스 정류장에 있던 고양이 한 마리를 만났다. 유심히 보고 있는데 스님 한 분이 나타나 이 고양이를 데려갈 수 있겠냐고 물었다. 절에는 큰 개들이 많아서 안 될 것 같으니, 데려가 키우면 대학에 붙을 거라고 했다. 묘한 제안이었다. 율리아 씨는 아기 고양이였던 예삐를 품속에 숨겨 몰래 방으로 데리고 들어왔다. 어머니는 거실에서 김장 중이셨다. 뭐하느라 도와주지도 않느냐며 방으로 들어오신 어머니께 예삐를 들키고 말았다.


처음엔 몰래 데리고 들어왔지만, 지금은 누구보다 어머니가 예삐를 좋아하신다. 결국 율리아 씨는 대학에 붙었다. 심지어 수시로 붙어서 편하게 갔다. 하지만 예삐는 대학을 보내준 고양이였을 뿐만 아니라 귀족 같은 성향의 아이였다.접시는 물론 소품을 깨거나 사고를 치는 일도 없었고 용변도 알아서 화장실에 가서 봤다. 늘 얌전했던 예삐는 2년 전 결혼한 율리아 씨와 새로운 가정을 꾸려 살아가고 있다. 율리아 씨의 남편 또한 어릴 때 고양이를 키운 경험으로 예삐를 자연스레 가족으로 받아들였다. 어느새 15살 노령묘가 된 예삐는 잠이 늘었고, 이빨이 몽땅 빠져 사료를 가루로 만들어줘야 하지만 여전히 건강하다.


율리아 씨에게 예삐의 장수 비결을 물었더니 ‘최대한 귀찮게 하지 않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리고 아마 자기보다 오래 살아 기네스북에 오를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 말이 마치 바람처럼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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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와 강아지의 케미스트리


사람을 누구보다 좋아하는 여섯 살 강아지 바비는 의외로 고양이 예삐와 잘 맞는다. 나이가 있어서일까, 가만히 있는 걸 즐기는 예삐는 가끔 바비와 놀아주기 위해 장단을 맞춰주기도 한다. 잘 맞는 성격 덕분에 강아지와 고양이의 동거는 그리 어렵지 않았다. 강아지 바비가 다리를 다쳐 침대 옆에 계단을 놔주었는데, 예삐가 거기에 앉아 있다가 흥분한 바비에게 자꾸 밟히는 걸 빼면 말이다. 율리아 씨는 계단 위에 페이크 퍼를 올려두었고, 그러자 예삐는 그곳에 더 이상 올라가지 않았다. 안 된다고 혼내는 것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 해결 방법을 찾는 것. 예삐와 율리아 씨는 누구보다 서로를 잘 아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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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의 시작은 반려동물


이 집에 이사 온 지는 약 반 년이 됐다. 처음엔 원룸에서 결혼 생활을 시작했지만, 바비와 예삐에게 독립적인 공간을 마련해주고자 1.5룸으로 이사했다. 하지만 굳이 방문을 닫고 공간을 구분해두지 않아도 아이들은 알아서 자신의 영역에서 생활하고 있다. 예삐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거실 소파 위인데, 털 때문에 세탁이 용이한 매트리스용 커버를 씌웠다. 쿠션만 따로 세탁하기 쉬운 벤치 소파를 선택한 것도 아이들 때문이었다. 또한, 거실 벽엔 예삐를 그린 그림을 함께 걸어두었다. 예삐에 대한 율리아 씨의 애정이 듬뿍 담겨있는 그림이다. 비싼 가구를 구입할땐, 아이들이 스크래치를 내더라도 문제없는 와일드한 느낌의 가구를 택한다. 율리아 씨의 집에는 고양이 예삐와 강아지 바비가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다. 한 공간을 공유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만큼 서로의 삶을 잘 나눌 수 있는 방법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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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금교희

사진 박민성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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