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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제 혹은 친구로, 같이 크는 고양이와…

  • 승인 2016-07-07 12:3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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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 N CAT

형제 혹은 친구로
같이 크는 고양이와 아기

아들 설이(만 17개월)는 걷기 시작할 때부터 친구들과 놀고 싶어 하는 아이였다. 키즈 카페에서 지켜보면 혼자서도 잘 노는 아이들이 있는 반면 주변을 기웃기웃 하는 아이들이 있는데 설이는 단연 후자. 놀이터 가서도 무리지어 노는 아이들을 보면 뭐가 그리 부러운지 한참을 가만히 서서 쳐다보곤 한다. 하지만 이맘 때 아이들에게 치명적으로 부족한 것이 바로 ‘배려심’과 ‘이해도’다. 친구를 보면 먼저 ‘안녕’을 해야 한다는 것도 알 리 만무하거니와 내 말을 알아듣지도 못하니, 설이는 형아나 누나들에게 다다다 뛰어가 장난감을 만지거나 어깨를 툭툭 치며 같이 놀자는 표현을 하고 있었다. 당연히 친구들은 도망가기 일쑤였고 나는 이걸 집에서 연습시켜 보기로 했다. 누구랑? 고양이랑!

결전의 날을 위한 사회성 도우미


우리 집에는 설이가 집에서 혼자 놀 때면 슬그머니 곁에 다가오는 착한 고양이가 있다. 바로 후디의 첫째 아들 ‘김씨앗’. 어느 날 저녁 씨앗이가 자동차 놀이를 하는 설이 앞에 와서 가만히 구경을 하기에, 나는 잘됐다 싶어서 설이에게 말했다.


“설아, 씨앗이가 설이랑 놀고 싶어서 왔네. 그치?”
“응!”
“그럼 설이도 씨앗이랑 같이 놀아볼까? 먼저 안녕 해줘~”


설이는 씨앗이에게 손바닥을 쫙 펴서 ‘안녕, 안녕’을 했다.


“그럼 이제 설이 장난감 하나 줘볼까? 친구랑 같이 놀자~”


그러자 설이가 자신이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씨앗이 앞에 톡 놔두고는 다시 신나게 노는 게 아닌가! 아… 이런 방법이! 나는 너무 기쁘고 설레서 한참 동안 그런 트레이닝(?)을 시켰다. 친구(고양이)에게 다가가서 ‘안녕~’을 하는 것이라든가, 친구(고양이)가 곁에 오면 내 장난감을 하나 나눠주는 것이라든가 하는 것들. 그리고 드디어 결전의 날. 기대하고 고대하던 키즈 카페 가는 날이 되었고, 난 조심스럽게 설이에게 말했다.


“씨앗이랑 놀던 거 기억나지? 가서 안녕 하고 같이 놀면 돼~”
“응!”


그리고 어떻게 되었냐고? 웬걸… 장난감을 나눠주는 설이는 이른바 ‘호구’ 취급을 당해 형아들의 장난감 심부름만 실컷 하고 왔다. 심지어 형아들이 장난감 차를 탈 때는 뒤에서 밀어주기까지! 본인은 형아들과 어울려 놀았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라 꽤 만족한 것 같지만.

고양이를 뭐라고 생각하는 걸까?


고양이와 같이 자라온 설이는 과연 ‘고양이’라는 존재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인식할까? 이것은 나의 큰 궁금증이지만 설이가 유창하게 말을 하기 전까지는 풀리지 않을 의문이다. 태어나면서부터 고양이 네 마리와 같이 자란 아기는 과연 이 동물들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밖에 나가 다른 동물을 대하는 태도를 보면 친구라고 생각하는 것 같기도 한데 말이다.


고양이를 장난감 취급하던 아주 아가 때와는 달리, 이젠 어느 정도 말이 통해서 둘이 털 뽑지 마’, ‘씨앗이 베개로 쓰지 마’, ‘후디 예뻐예뻐 해줘~’ 등등 말을 하면 다 알아듣고 따라주는 경지가 되었다. 하지만 최근까지도 고양이를 본인의 욕구 충족을 위해 쓰는 일은 빈번하게 목격된다. 최근 장난감 차에 푹 빠진 설이가 집안 여기저기 라인을 따라 장난감 차를 굴리다가 급기야 식빵 굽는 씨앗이의 척주 라인을 따라 장난감 차를 굴리던 것! 동글동글한 고양이 허리를 언덕 삼아 노는 설이를 보니 아, 이 아이에게 고양이란 그저 ‘여기 있는 것’이라고 여겨지는 존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설아, 넌 고양이를 어떻게 생각하니? 엄만 정말 궁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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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난감 차는 고양이 등에 밀어야 제맛이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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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동차 놀이에서 도망가는 씨앗이, 탐탁치 않은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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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난감 하나 줘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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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게뭐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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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나 더 가져~ / 이거 관심없다 냥

CREDIT

글 사진 강선혜 | 네일숍 '위드샨' 프로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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