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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 ‘실내포차 추억…

  • 승인 2016-07-07 10:4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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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

‘실내포차 추억여행’ 편

후덥지근한 기운이 제주도 전체를 감싸며 산뜻하던 봄바람을 모두 날려버리고 무더운 여름을 맞이하고 있다. 유난히 많은 꽃이 피었던 올 봄은 상큼한 꽃향기 때문에 기분이 좋았는지 길 위에서 도망치는 고양이보다 편안하고 느긋하게 놀고 있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더 많이 보였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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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따라오라는 것처럼


항상 외곽으로만 돌아다녀 막상 동네를 걸어볼 일이 별로 없었는데, 간만에 아무 할 일이 없던 오후에 운동 삼아 동네를 천천히 누볐다. 가끔씩 밥 먹으러 가는 식당과 간단하게 맥주를 마시던 호프집, 그리고 구석구석 작은 골목들까지 매일 차를 타고 지나다니는 곳이지만 걸어가면서 보니 또 새롭게 느껴졌다.


차 안에선 볼 수 없었던 다양한 풍경들과 동네에서 풍겨오는 여러 향기들을 온몸으로 느끼며 걷다보니, 가끔 우리 집 고양이들과 실랑이를 벌이던 동네 고양이들이 낮잠 자는 모습도 보이고, 사람들 눈을 피해 빠르게 뛰어다니는 고양이들도 몇몇 보였다.


그러다 그중에서 가장 표정이 여유롭고 마음이 편안해 보이는 치즈색 고양이를 만났는데, 꼭 따라오라는 듯 천천히 쳐다보면서 걸어가기에 한번 따라가 보았다. 그 고양이가 들어간 곳은 바로 가끔씩 신선한 생선과 술이 생각날 때 찾던 ‘실내포차 추억여행’이란 이름의 식당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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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부터 같이 살게 된 고양이


천천히 고양이를 따라 문이 열린 식당 안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갑자기 고양이는 사라지고 까맣고 키가 작은 강아지가 꼬리를 흔들고 있는 것이 아닌가? 너무 당황스러워 강아지만 한참을 쳐다보고 서 있으니 옆에서 낮은 목소리로 “아직 영업 시작 안 했습니다~”라며 식재료를 준비하던 주인장이 나를 의아하게 쳐다봤다. 그가 혹시 고양이를 싫어하진 않을까 걱정되어 “혹시 이쪽으로 고양이 한 마리 들어오는 거 못 보셨나요?”라고 물으니 “아, 저기 안에 들어갔어요” 하며 안내해주었다. 주인장이 안내해준 곳은 식당 안쪽 작은 창고였는데, 이 창고 안에서 편안하게 그루밍 중인 녀석을 발견할 수 있었다.

너무나도 순하고 사람을 좋아하는 이 고양이와의 묘연은 약 7년 전, 식당 앞을 서성이던 고양이 한 마리에게 먹이를 주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당시 식당을 운영하던 주인장이 며칠 동안 굶주린 표정으로 식당 앞을 오가던 고양이가 안쓰러워 손질하고 남은 생선을 던져 주었더니 어느 날부터는 식당 안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마침 시장 주변에 위치한 식당이라 쥐가 너무 많아 걱정을 하던 찰나 구세주처럼 나타난 고양이였단다. 그렇게 고양이에게 생선을 주며 몇 달의 시간이 흘렀는데, 고양이의 배가 점점 불러왔다. 몸이 아픈 건 아닌지 걱정을 하던 중 뱃속에 새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임신한 녀석을 더욱 정성으로 보살펴 처음으로 태어난 고양이가 바로 지금 나를 식당 안으로 데려온 ‘멍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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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행복이 대물림 되기를


‘멍이’를 낳은 고양이는 요즘은 식당 안으로 들어오지 않고 밖으로만 돌아다녀서 얼굴을 보기 힘들다고 한다. 하지만 많은 새끼들 중에서도 유일하게 ‘멍이’는 이 식당을 집으로 생각하는 듯 6년째 매일 산책한 후엔 돌아와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한다고. ‘멍이’는 작년에 한 번, 또 올해 한 번 새끼를 낳아 올해 초에는 식당에 무려 15마리의 고양이가 있기도 했다. 그러다 너무 많은 고양이가 감당이 되질 않아 이곳저곳 입양시키고 지금은 ‘멍이’만 남아 있다.


고양이 이름이 ‘멍이’라니 참 독특하단 생각을 했는데, 가끔씩 아주 사람처럼 넋을 놓고 있는 모습이 보여서 이름을 ‘멍이’라고 지었다고 한다. 지금 식당에는 ‘멍이’와 다리가 짧고 튼튼하고 귀여운 강아지가 함께 지내고 있는데 강아지와 고양이가 함께 장난을 치는 모습이 참 평화로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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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이’를 촬영하다 보니 다른 고양이들에 비해 너무 움직임이 적고 계속 잠만 자려고 하는 모습이 보여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을 하며 살며시 배를 만져봤는데, 역시나 또 뱃속에는 생명이 자라고 있는 듯했다. 매일 동네 고양이들과 여기 저기 함께 놀러 다니고 집으로 돌아와선 양질의 생선을 먹으며 주인장과 강아지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살아가는 ‘멍이’. 앞으로도 이 행복한 순간이 오래도록 지속되길 바란다.



CREDIT

글·사진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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