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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어서기 위한 끊임없는 ‘시도’가…

  • 승인 2016-07-07 10:4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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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일어서기 위한
끊임없는 ‘시도’가
헛되지 않았기를

금교희 자료협조 안양 바하동물병원 최이향 원장

모처럼 따스한 날씨에 밤 산책을 나왔던 지난 3월의 어느 날, 문득 고양이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울음소리가 들리는 곳을 자세히 살펴보니 턱시도 고양이 한 마리가 온 힘을 다해 기어 나오고 있었다. ‘시도’를 발견한 캣맘은 급하게 입고 있던 옷을 벗어 고양이를 감싼 채 집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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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태는 최악, 의지는 최고
다음 날 아침, 알고 지내던 캣맘 이현주 씨에게 연락해 닿은 곳이 바로 안양 바하동물병원이었다. 최이향 원장이 평소 보호소나 길에서 지내던 아픈 아이들을 데려와 치료를 해주며 캣맘들과의 네트워크를 쌓은 지 햇수로 벌써 6년 째. 하지만 그간의 경험을 복기해보아도 ‘시도’ 같은 고양이는 처음이었다.
시도의 첫인상은 마치 ‘사체’ 같았다. 발바닥은 물론이고 다리, 배 등 몸 전체에서 고름과 진물이 흘러나왔다. 발바닥 패드는 완전히 사라졌고, 주변 피부도 마찬가지로 뼈가 보일 정도로 구멍이 뚫려 있었다. 뿐만 아니라 상처를 입은 채 오래 길을 헤맨 탓에 탈수 증세를 보였으며 근육이 딱딱하게 경직돼 몸을 가누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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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에 온 시도는 따뜻하다 못해 뜨거운 곳을 유난히 좋아했다. 몸을 녹일 곳을 찾아다니던 녀석이 온기가 채 가시지 않은 자동차 안으로 들어간 모양이었다. 시도가 식빵을 굽는 사이 몸 여기저기엔 뼈가 보일 정도로 심한 화상이 생겼다. 아마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채 거리를 돌아다니다 더욱 심해졌을 것이다. 처음엔 이 아이를 살릴 수 있을까, 의심부터 들었지만 그래도 해보자고 했다.
“상태가 심하고 안 심하고를 떠나서 동물들은 제각기 정해진 명이 있는 것 같아요. 살리겠다고 전부 살릴 수 있는 건 아니거든요. 그런데 시도는 온몸에 붕대를 하고도 엎드려 머리를 박고 열심히 밥과 물을 먹더라고요. 살아야겠다는 의지가 있는 것 같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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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일간의 긴 여정 끝에
처음엔 안락사 때문에 병원을 찾은 게 아닐까 생각했고, 주변에 자문을 구하자 다리를 절단하는 게 낫겠다고 했다. 하지만 최이향 원장은 슈가 테라피를 통해 살이 차오르도록 돕는 방법을 택했다. 덕분에 약 50일 간 매일매일 드레싱 치료를 진행하게 되었고 아주 느린 속도였지만 살이 차오르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바하동물병원을 거쳐 간 고양이들은 셀 수 없이 많았지만, 이렇게 오랜 기간 치료를 진행한 건 처음이었다. 화상 드레싱은 유난히 아프기에 초반엔 시도가 손을 물기도 했다. 하지만 놀라울 정도로 잘 버티고 견뎌주었다. 아마 자신을 치료해주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모양이었다. 애교가 많을 뿐더러 나중엔 무릎냥이처럼 최이향 원장의 무릎을 떠나지 않았다.
“초반엔 붕대한 채로 조금씩 걷곤 했는데, 치료한 지 약 40일이 넘자 한쪽 다리를 아예 쓰지 못하고 쭉 뻗고만 있더라고요. 신경이 손상된 모양인데, 늘 앉아만 있으니 한쪽 엉덩이가 욕창이 생기려고 해서 바닥을 푹신푹신하게 만들어주려고 노력했죠. 그 시기에는 정말 걱정이 많았어요. 얘가 걸을 수는 있어야 입양을 갈 텐데 싶었거든요. 그런데 다행히도 치료한 지 40일에서 50일이 넘어가는 기간에 일어서더라고요. 살짝 구부리면서 딛긴 했지만 지금은 잘 걷고, 뛰기도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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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반려인을 만나기 위한 ‘시도’
시도는 오랜 기간의 치료를 견디고 비로소 자신의 다리로 다시 설 수 있게 됐다. 비록 사라진 발바닥 패드는 다시 재생되지 않지만, 무리하게 딛지만 않으면 괜찮다. 처음엔 급해서, 이름을 공들여 정할 정신도 없었기에 그냥 턱시도 고양이라 ‘시도’라고 불렀다. 하지만 발바닥 패드가 사라져도, 다리가 뻣뻣하게 굳은 시간들 속에서도 시도는 끊임없이 일어서기 위해 시도했다.

그런 시도의 간절함 덕분이었을까, 시도를 입양하겠다는 사람이 나타났다. 고양이를 키운 경험이 없어 좀 걱정되기는 했지만, 가정집에서 행복한 묘생 2막을 맞이하기를 바라며 병원에 처음 올 때 들어갔던 이동장에 다시 들어가 인사를 나눴다. 시도는 집이라고 생각했던 동물병원에서 떠난다는 생각에 최이향 원장을 원망하듯 바라봤고, 그 눈빛이 마음에 걸려 눈물이 찔끔 났다. 그렇게 시도의 행복한 삶이 새롭게 펼쳐지는 듯했다.
하지만 다음 날, 입양자는 시도가 세탁기 뒤에 숨어서 나오지 않는다며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따뜻한 곳을 찾던 시도가 아들의 침대에 들어가 잠이 들었는데 너무 놀라 파양하라고 했다는 말도 덧붙였다. 이를 어찌해야 하나 싶었지만 하루 만에 파양 이야기가 나온 상황에 더 기다려볼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파양은 결정됐고, 임시 보호를 할지 다른 보호처를 찾아야 할지 고민하던 중이었다.
하지만 그 하루를 기다리는 게 어려웠을까, 다음 날 시도가 가출했다는 연락을 받았다. 캣맘 이현주 씨가 입양자의 집 근처에서 꼼꼼히 찾아본 결과 다행히도 뒷집 폐가 지하에서 발견됐다. 그리고 입양자는 ‘가출’이 아니라 ‘유기’했다는 사실을 털어놓았다. 유난히 아픈 화상 치료를 50여 일간 견뎠던 시도는 겨우 목숨을 건지자마자 또 다시 아픔을 겪어야만 했다. 시도는 그토록 오랜 시간을 기다렸는데, 조금만 참았다가 더 좋은 곳으로 보내줄 수는 없었던 걸까.
시도는 다시 바하동물병원으로 돌아가 호텔링 중이다. 부디 시도에게 살기 위한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알려줄 따뜻한 가정이 생기기를 바란다.

시도의 가족을 찾습니다!
이름 : 시도 | 나이 : 2~3살 추정 | 건강 상태 : 좋음
시도의 가족을 찾습니다. 시도의 반려인이 되고자 하시는 분은 바하동물병원(031-425-8875)이나 매거진C(edit@petzzi.com)로 연락 부탁드립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시도에게 행복한 묘생 2막을 선물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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