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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한 고양이에서 극성 엄마가 된 내 …

  • 승인 2016-05-16 11:37: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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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BY & CAT

도도한 고양이에서
극성 엄마가 된 내 딸 후디

글·사진 강선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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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 고양이 후디는 내가 2011년에 분양받은 첫째 딸이다. 올해 6살이 되는 두 아들의 엄마기도 하다. 처음 데려왔을 때, 집에 있는 어떤 물건도 후디보다는 컸을 만큼 작디작은 아가였다. 엄마밖에 모르는 훌륭한 변태 청소년으로 성장했다가, 지금은 도도한 차도맘냥이 되었다.

b845d14e8bcf268bd056a9122b5f7be7_1463366▲ 엄마 후디는 아기들이 간식을 먹으면 모른 체한다

엄마는 위대하다


후디는 말을 잘 하지 않는다. 내가 부를 때면 ‘냐아’ 하고 대답하는 게 전부다. 심지어 화장실이 더럽거나 밥이나 물이 없어도 와서 비비적거리기만 할 뿐 나에게 잔소리 한 마디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 일요일 오후, 후디가 옷방 문 앞에 서서 ‘냐아앙 냐아앙’ 하며 날 불러댔다. 생전 안 하던 짓을 하기에 아기를 낳더니 목청도 커지고, 아줌마가 다 됐다고 생각하며 다가갔다. 그런데 후디는 손을 뻗는 내게 안길 생각은 않고 계속 울기만 했다. 뭔가 수상쩍어 옷방 문을 열자 후디의 첫째 아들이 스핑크스처럼 가만히 앉아 나를 올려보고 있었다. 이 녀석, 도대체 언제부터 여기에 있었던 걸까. 아마 후디는 아들을 찾아 온 집안을 돌아다니다가 옷방 문 앞에서 아들의 체취를 맡고 날 부른 것 같았다. 그토록 얌전하고 도도하던 후디도 아들이 방에 갇히자 별 큰일이 아님에도 목 놓아 울었던 것이다.

b845d14e8bcf268bd056a9122b5f7be7_1463366 ▲ 나중에 와서 혼자 먹는 후디

우리 아들 기를 죽이고 그래요


나에겐 후디가 영원한 ‘첫째 고양이’다. 그래서 더 어린 고양이들이 있어도 언제나 ‘어린 내 딸’ 같았다. 후디가 출산을 한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모유수유를 할 때도 이제 막 태어난 생명의 귀여움보다 지친 몸으로 젖을 주는 내 딸이 더욱 걱정됐고, 안쓰러웠다.


후디는 내 말을 잘 알아듣고, 한 번 하지 말라는 것은 곧바로 기억하는 똑똑한 고양이다. 나와 규칙을 공유하며 함께 생활해왔다. 하지만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자란 캣초딩 두 마리에게 규칙이란 없다. 한 번은 안 된다고 수도 없이 말을 해도 듣지 않기에, 화가 나서 코를 살짝 때린 적이 있다. 그러자 녀석은 ‘야아아!’ 하고 울었고 베란다에 있던 후디가 내 쪽으로 쏜살같이 달려왔다. 후디는 안절부절 못하며 아들을 핥아주다가 내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세상에, 내가 얼마나 나쁜 사람이 된 것 같던지!

억울한 마음에 상황을 설명하며 정당방위임을 토로했지만, 후디는 줄곧 불쌍한 자기 아들을 핥기에만 바빴다. 신기한 것은 그 사건 이후 아들들이 사고를 치면 후디가 쪼르르 달려온다는 거다. 싱크대에 있는 컵을 일부러 깬다던가, 올라가지 말아야 할 곳에 올라가서 무언가 떨어트리기라도 하면 후디는 나보다 먼저 그곳에 와 있다. 이것 참, 눈치 보여서 혼낼 수가 있나….

고양이든 사람이든 자기 새끼 귀한 건 다 똑같은 것 같다. 그런데 후디야, 너 만약 사람이었으면 내 자식 기죽이는 거 절대 못 보는 아줌마 됐을 거 같아. 농담 아니고… 진짜로.

b845d14e8bcf268bd056a9122b5f7be7_1463366 ▲ 후디의 둘째 아들

b845d14e8bcf268bd056a9122b5f7be7_1463366 ▲ 장난감으로 놀고도 싶지만 첫째 아들이 좋아하기 때문에 엄마 후디는 항상 지켜만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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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혼자 데리고 방에 들어와서 놀아주면 이렇게 잘 노는데….

글쓴이·강선혜
셀프 네일러들을 위한 네일숍 ‘위드샨(http://www.withshyan.com)’ 프로듀서. 10개월 된 아기 설이와 네 고양이 가족을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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