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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쪽 눈으로 보는 세상은 어떤 색깔로 …

  • 승인 2016-05-12 10: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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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생 2막

한쪽 눈으로 보는 세상은
어떤 색깔로 그려져 있을까

사람이 고양이를 고르는 것이 아니라 고양이가 집사를 선택한다는 말처럼, 먼저 다가와 마음을 열어주고 먼저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들이 있다. 뭐라고 설명할 수는 없지만 묘연은 고양이가 만드는 것도 같다. 나와 맞는 주파수를 만났을 때 마음속에 있는 전구가 반짝, 켜지는 것을 고양이는 알아볼 수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한 쪽 눈이 없고, 다른 한쪽은 원래 호박색이었을 예쁜 눈이 뿌연 막으로 가려져 있는 고양이 조이는 아마 자신의 손을 잡아줄 그 불빛을 발견했던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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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발견을 요청한 고양이


처음 만났을 땐 그냥 붙임성 좋은 고양이라고 생각했다. 이 동네로 이사 온 지 얼마 안 된 낯선 사람에게도 덜컥 다가와 발치에서 애교를 부리는 고양이였다. 그때는 밤중이라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지만 귀여운 길냥이네, 라고 생각한 초롱 씨는 간식을 나눠주었다.

며칠 뒤 밝을 때 다시 마주치고서야 눈에 심한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한쪽 눈은 아예 안구가 없이 고름이 흐르고 있고 다른 쪽 눈은 백탁이 심해 앞이 보이기는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등에는 오백 원짜리 동전만 한 상처까지 가지고 있었는데, 아마 주변의 다른 길고양이들과의 영역 다툼으로 인한 것이 아닐까 짐작됐다. 가뜩이나 그 골목이 바로 찻길과 인접해 있어 차 사고의 우려도 있는지라 당장 도움이 필요할 것 같은 아이였다. 그 와중에 사람에게 온갖 애교를 부리는 해맑음은 대체 어디서 온 건지. 덥석 아이를 구조해 병원에 데려갔더니 수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얘가 눈이 보이네요. 기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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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묘를 구조한다는 것


길고양이들을 ‘냥줍’ 하고 싶은 마음은 한가득이라도, 고양이를 키운다는 게 어떤 것인지 아는 이들은 머뭇거리게 된다. 먼저 구조가 필요한 아이인지, 데려온다면 내가 키울 수 있을지, 입양을 보낼 수 있을지, 건강 상태에 따른 비용은 얼마나 들지…. 그러나 초롱 씨에게 조이는 그 모든 망설임을 뒤로하고 기꺼이 책임을 결심하게 되는 인연이었다. 기백만 원의 치료비가 들 수도 있겠다는 예상을 하면서도 초롱 씨는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이상하리만큼 쉽게 조이에게 손을 내밀었다.

“심각한 고민은 없었고, 이미 입양에 대한 확신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아요. 조이를 보는 제 마음이 괴롭거나 무겁지 않고, 오히려 즐거웠거든요. 제 눈에는 조이가 불쌍하고 안쓰러운 고양이가 아니었어요.”

안구가 없는 한쪽 눈은 예상대로 다른 고양이의 발톱 등에 의한 상처로 보였고, 다른 한쪽도 수정체가 탈구된 상태였다. 적극적인 치료 차원에서는 안구 적출을 할 수도 있지만, 조이가 아파하지 않고 시력도 남아 있는 듯해 수의사 선생님과 상담 후 그냥 두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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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여운 고양이, 키우실 분?


이후 조이의 입양처를 찾는 데에는 서너 달의 긴 시간이 걸렸다. 입양 문의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조이를 진심으로 귀엽고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가족을 끈기 있게 기다렸다. ‘우리 조이 입양 갈 수 있겠지?’, ‘그럼!’ 남자친구와 가벼운 대화를 주고 받으면서 근거 없는 확신이 생기곤 했다. 조이를 불쌍하게 보는 것이 아니라 그저 가족으로, 귀여운 고양이로 받아들이는 인연이 틀림없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별 생각 없이 벚꽃 여행을 검색하던 조항미 씨가 우연히 블로그에서 조이의 사진을 발견했다. 그녀는 임시보호 중인 초롱 씨가 올린 조이의 사진과 일상을 읽어 내리다가 남편을 향해 말했다. “우리가 얘를 데려와야겠어.” 남편 최규승 씨는 조이의 사진을 묵묵히 보고는 두말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날 바로, 초롱 씨에게 연락을 취해 조이를 만나러 갔다. 조이는 실제로 보니 사진으로 보는 것보다 훨씬 더 귀여웠다. 다만 이미 집에 있는 첫째 티거와의 합사가 유일하게 걱정되는 점이었다. 티거도 원래 있던 곳에서 다른 고양이들과 잘 지내지 못해 옮겨오게 된 아이였기 때문에, 혹 합사가 잘 안 될 경우 이미 장애를 가지고 있는 조이와의 다툼도 걱정이었다. 확신은 있으나 조심스럽게 접근한 조이의 입양, 다행히 뒷모습이 형제처럼 꼭 닮은 티거와 조이는 문제없이 잘 지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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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이가 한쪽 눈으로 보게 될 세상


고양이와 인연이 없을 줄 알았던 조항미 씨는 남편과 제주 여행을 가서 우연히 고양이를 처음 접했다고 했다. 무릎 위로 먼저 다가온 고양이를 만져보는 순간 동물이란 게 이런 거였구나 하고 느낀 놀라움이, 첫 고양이 티거를 키우는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또 불현듯 이끌리는 마음을 따라, 조이를 만나게 된 것이다.

고양이의 가장 큰 매력 포인트라고도 할 수 있는 아름다운 눈, 양쪽 눈 모두 온전하지 않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지는 않았을까? 인연을 이어주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작용했던지, 조항미 씨 부부에게 그 점은 조이의 매력을 반감시키지 못했다. “만약 시력이 아예 없었어도 조이는 우리의 고양이가 되었을 것 같아요. 장애와 상관없이 조이는 귀엽고, 사랑스럽거든요.”

고양이를 만난 덕분에 조항미 씨 부부의 세상이 달라진 것처럼, 이 가족을 만나 조이가 보게 될 세상도 완전히 달라졌다. 그리고 포근한 그 세상은, 온전한 두 눈으로 보는 것과 다름없이 아름다울 것이다.

CREDIT

지유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박초롱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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