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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

  • 승인 2016-03-16 17:2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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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
중아트갤러리 편

지난겨울 제주도에는 32년 만의 폭설과 강풍이 닥쳤다. 평소엔 잘 얼지 않던 해안마을까지 꽁꽁 얼어붙으며 차들은 물론 사람들까지 밖에 나갈 수 없었던 자연재해를 겪었다. 이런 자연재해가 오면 항상 걱정되는 것은 무엇보다 바깥에서 살아가는 수많은 생명들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연약한 존재인 아깽이들을 떠올리면 마음까지 시려온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그렇게까지 추웠던 날이 길지 않았다는 것.

글·사진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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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안내하는 인테리어숍
그 짧은 추위가 찾아왔을 때, 하필 그 시기에 집에서 함께 지내던 고양이 한마리가 산책하러 나갔다가 길을 잃었는지 눈이 펑펑 내려 발목까지 쌓이는데도 돌아오지 않아 밤새 애가 탔다. 다행히 이틀 만에 아주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오긴 했지만, 다시는 외출시키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힘든 시간을 보낸 기억이 선명하다. 지금은 그날에 눈이 얼마나 왔었고, 얼마나 추웠는지 곰곰이 생각을 해봐야 겨우 느껴질 정도로 아주 따스한 바람을 타고 봄이 성큼 다가왔다. 드디어 한겨울 추위를 잘 견뎌낸 길냥이들도 우아하게 뛰어다니며 나무 아래 볕이 잘 드는 곳에 누워 일광욕을 즐길 수 있는 계절이 돌아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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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온 평화 속에서 따뜻한 빛이 가득 내리쬐는 창가에 앉아 커피를 마시다보면 집안 구석구석 아기자기한 소품을 놓고 멋지게 인테리어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가끔씩 있다. 이 날이 그런 날이었던 것 같다. 커피를 마시다 뭔가 소품을 구입해야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집을 나섰던 날이…. 어디로 가야할지 정한 곳도 없이 아기자기한 가게만 보면 들락날락하다 우연히 들린 ‘중아트갤러리’. 이곳에서 소품보다 더 아름다운 자태로 손짓하는 고양이를 본 순간 ‘인테리어 소품 구입’이란 계획은 온데간데없고 내 눈은 오로지 고양이만 따라 다니고 있었다. 갤러리 앞에서 발견한 고양이라 이곳에서 지내는 아이라는 걸 바로 알아차리고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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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줍으로 처음 만나다

갤러리 내에는 다양한 인테리어 소품을 비롯해 멋진 가구들까지 아주 다양하게 진열되어 있었다. 마침 점심시간이라 식사를 하시던 주인장네 옆에서 천하태평하게 잠이 든 ‘까망이’를 만나게 됐다. 너무나도 편안하게 잠든 ‘까망이’를 한참 쳐다보고 있으니, 주인장이 까망이를 쓰다듬으며 우리 집 복덩이들이라고 흐뭇한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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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주인장네 아들이 초등학교에 다닐 때였다. 방과 후에 친구들과 놀던 아들이 놀이터 구석에 놓여있던 작은 박스 안에서 울고 있는 아기 고양이를 발견한 것이었다. 평소에도 동물을 엄청 좋아했던 아들은 가여운 마음에 집으로 데리고 왔다고 한다. 그때 박스 안에서 울고 있던 고양이가 바로 지금 난로 옆에서 천하태평하게 잠든 까망이의 할머니인 ‘행운이’였다.


처음 집으로 왔던 행운이는 가족들의 사랑을 무척이나 많이 받았단다. 가족들에게 의지하는 마음이 컸던지 출산이 임박했던 행운이는 참고 참다가 주인장이 집에 오고 난 뒤에야 배를 쓸어달라며 벌러덩 누운 채로 까망이 엄마를 낳았다. 지금 행운이는 곁에 남아 있지 않지만, 행운이가 낳은 고양이들과 또 그 고양이가 낳은 까망이 형제들로 갤러리는 물론 주인장 집까지도 온통 고양이 천국이다. 지금 갤러리에는 수컷 3마리, 집에는 암컷 3마리가 있는데 이렇게나눠둔 이유는 더 이상의 번식을 막기 위해서라고 한다. 또 이곳엔 고양이뿐만 아니라 강아지도 함께 지내고 있다. 이 강아지는 남편분이 길에서 졸졸 따라오던 강아지가 가여워 데려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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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르지 않았지만 인연은 온다
사람이 와도 경계심이란 단어는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편안하게 잠든 고양이 덕분에 난로 주변은 한층 더 훈훈했다. “어쩌다 보니 분양받지도 않은 강아지랑 고양이와 함께 살고 있지만, 이 아이들은 모두 우리 가족이 되기 위해 지금껏 기다려온 아이들인 것처럼 너무나 잘 맞는 것 같아요. 처음엔 우리가 이 아이들을 보살펴주는 보호자 역할을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우리 가족이 이 아이들을 통해 배운 게 더 많아요. 제 자식들은 동물을 통해 모든 생명을 사랑하는 방법을 알게 되었고, 고양이가 출산하는 과정을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 지켜봄으로써 성교육을 따로 시킬 필요도 없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생명에 대한 소중함과 책임감을 아이들이 스스로 느끼게 됐다는 거예요.” 그리고 덧붙여 “앞으로 더 많은 일들을 함께 겪으며, 같이 살아갈 수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행복함을 느껴요”라고 말하는 주인장의 표정은 한없이 맑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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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을 사랑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꾸밈’이 없는 순수함을 느낄 수 있을 때가 많다. 아마 사람의 마음을 편하게 해주는 이런 순수함은 동물로부터 전해지는 것이 아닐까. 그래서 그들이 이토록 편안하게 잠들 수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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