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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곶감 이사와 함께한 에이코믹스 …

  • 승인 2016-03-15 14: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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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근무 중
고양이 곶감 이사와 함께한
에이코믹스 신입사원 면접?

땀이 잔뜩 났는지, 손가락이 엘리베이터 버튼 위에서 미끄러졌다. 밤새 외웠던 면접 질문을 떠올렸지만 머릿속이 하얘졌다. 정신을 차렸을 때 엘리베이터는 이미 4층에 도착해 있었다. 떨리는 가슴을 부여잡고 살짝 열린 문을 두드리자 김봉석 편집장님, 김지혜 에디터님과 업계에서 유명한 곶감 이사님이 나를 맞아주셨다. 듣던 대로 근엄한 표정이었다. 곶감 이사는 사무실에서 가장 높은 책장 위에 앉아 내게 잘 왔다는 인사를 건넸다. 물론 사람의 말은 아니었지만, 왠지 그렇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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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계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웹진 에이코믹스


면접이 시작됐다. 나는 기합이 잔뜩 들어간 채 곧은 자세로 앉아 질문을 기다렸다. 편집장님의 첫 질문은 '에이코믹스에 지원한 이유는 무엇인가'였다. 이 순간을 얼마나 기다리며 에이코믹스 홈페이지를 들락날락 했던가! 자신감 있게 대답을 시작했다.

"요즘은 터치 두 번만으로 만화를 감상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웹툰이 업로드되고, 읽혀지고, 완결이 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만화의 시대가 도래된 것입니다. 저는 수많은 만화들 속에서 표류하는 히치하이커 같은 독자들을 위해, 세상의 모든 만화 이야기를 전하는 에이코믹스에서 일하고 싶습니다!"

나는 <미생>의 장그래 신이 내린 듯 유려하게 대답했다. 내 얘기를 듣던 곶감 이사의 고개가 끄덕거렸다. 그리고 눈을 천천히 깜빡이며 나를 바라봤다. 이건 말로만 듣던 눈 키스? 어쩌면 다신 자소서를 고치지 않아도 되겠다는 기대가 스쳤다.

"회사에 대해 궁금한 게 있으면 무엇이든 질문하세요."

기회다. 회사에 대한 질문은 곧 면접자가 회사에 얼마나 관심이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는 준비해왔던 질문 꾸러미를 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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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이코믹스는 어떻게 시작하게 되셨나요?

김봉석 편집장 : <미생>의 윤태호 작가가 '이제 만화에도 리뷰가 필요하다'고 제안해 왔어요. 특히 웹툰 시대가 되면서 인기순위에 있는 만화들 외엔 좋은 웹툰이어도 주목받기가 쉽지 않고, 인기작도 연재가 끝나고 나면 금방 잊히곤 했으니까요. 뜻을 모아 쏟아지는 만화들을 위한 가이드를 제시하자고 했죠. 윤태호 작가, 만화 기획자였던 양동석 씨, 그리고 저랑 기자 한 명이 함께 시작했어요.

곶감 이사 : … (그르릉)

김봉석 편집장 : 곶감 이사도 창립 멤버나 다름없죠. 회사를 만들기 위해 회의를 하던 와중에 고양이 한 마리를 영입하면 어떻겠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그때 양동석 공동대표를 통해 수원 쪽 상가가 폐쇄되며 남겨지게 된 고양이 이야기를 들었죠.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상의 끝에 데려올 거면 빨리 데려오자, 싶어서 바로 데려왔어요. 그런데 동물병원에 들러 건강 상태를 확인해보니 뱃속에 종양이 심각한 상태였어요. 결국 기백만 원의 수술비를 들여 치료한 뒤 이사로 영입했죠. 살이 찌면 건강이 악화될 수도 있어서 열심히 식이조절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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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이사는 처음 보는데, 주요 업무는 무엇인가요?

김봉석 편집장 : 곶감 이사는 직원들의 의욕을 북돋아줘요. 특히 열심히 회의하고 있으면 회의 테이블로 다가와 발라당 누워버리기도 해요. 처음 회사를 방문하는 손님들은 ‘이런 고양이는 처음 봤다’며 에이코믹스를 기억해 주시고요. 거의 홍보대사죠. 저쪽에 있는 선물들이 전부 곶감 이사 거예요. 업무 중엔 사무실에서 가장 높은 곳으로 올라가 직원들이 잘하고 있나 틈틈이 살피기도 합니다. 원고가 마음에 안 들면 키보드 위로 뛰어내려 원고를 반려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죠.


곶감 이사의 복리후생은 어떤가요?

김봉석 편집장 : 사료나 간식 등 고양이 생활에 필요한 금액은 필요할 때 직원들이 모아서 내 왔어요. 요즘은 그 금액이 회사 비용으로 포함 가능한지 알아보고 있어요. 어쨌든 직원을 위한 복리후생비니까요. 그런데 회사는 세무와 관련이 되니 복잡해져서 처리가 가능할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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곶감 이사는 회사에서 기거하며 일에 열정적이라고 들었어요.

김봉석 편집장 : 밤에 혼자 있는 곶감 이사를 걱정하는 분들이 있어요. 그런데 따지고 보면 직장인이 반려동물을 키우면 회사에 나가있는 시간이 길잖아요. 보통 저녁 늦게 들어가 아침에 일찍 나오고를 반복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 회사에서 함께하는 시간이 더 길죠. 공간만 갖춰지면 회사에 고양이를 영입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해요. 사람의 정서에도 기본적으로 도움이 되니까요.

곶감 이사 : … (발라당)

김봉석 편집장 : 곶감 이사는 건강 문제가 있어서 식이 조절과 운동이 필요한데, 게으른 편이라 걱정입니다. 함께 운동해서 건강하게 오랫동안 함께했으면 좋겠어요.

궁금한 질문을 모두 쏟아낸 뒤 기분 좋은 예감으로 문을 나섰다. 곶감 이사의 눈 키스가 아른거렸다. 그러나 며칠 뒤, 나는 에이코믹스 면접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곶감 이사가 신경 써서 뿌린 내 민트향 향수를 마음에 안 들어 했다나. 고양이를 사랑하는데 취향 하나도 몰랐다니, 난 한참 멀었다. 그렇다면 꼭 매거진C 면접에 합격해 반려동물 에디터가 되리. 곶감 이사, 취재하러 갈 때까지 건강해요!

(이 기사는 직접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가상으로 작성되었습니다.)

에이코믹스 웹사이트 www.acomics.co.kr

CREDIT

금교희

사진 박민성

사진협조 김지혜(에이코믹스)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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