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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눈을 잃은 유기묘 샴, 너는 마땅히…

  • 승인 2016-03-15 12: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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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 COMPANIONS

두 눈을 잃은 유기묘 샴
너는 마땅히 행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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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속 대세 고양이의 뒷모습


언제부터였을까. 몇 년 전부터 길에서 구조하는 고양이들 중 품종묘의 숫자가 증가하기 시작했다. 아마도 유기되었거나 혹은 집을 나왔거나, 각기 다양한 사연으로 전쟁 같은 길가에 나오게 되었을 것이다.

우연히 잡지 인터뷰를 하게 되어 사석에서 자리를 함께했던 CF 감독께서 이런 이야기를 꺼냈다. 5~6년 전만 해도 다양한 콘텐츠의 CF 속에 꼭 출연했던 건 어린 아이들이었는데 요새는 ‘딸바보’ 신조어 때문인지 광고주가 여자 아이로 콕 짚어 요청을 하기도 한다고. 하지만 그 와중에도 진짜 광고 속 숨은 대세는 바로 고양이라고 한다. 보드랍고 우아해 보이는 품종묘들이 CF에 등장하면 상품을 홀리는 무언가의 매력이 배가 된다고 한다. 그래서 가장 최고의 영상은 바로 딸 아이가 고양이와 함께 나오는 광고라는 것이다. 그 자리의 모든 사람들이 맞다고, 우리가 생각지 못하게 흘려봤던 영상들을 나열하기 시작했다.

대한민국 열 가구 중 한 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우는 ‘반려동물 시대’ 속에서 우리는 알게 모르게 언제나 동물들을 접하게 되었다. 유명 TV 프로그램마다 고정 출연자처럼 강아지나 고양이가 나오곤 하는 것도 바로 그런 영향이 아닐까 싶다. 하지만 화려하고 예쁘고 반짝이는 화면이 가지고 오는 여파는 결코 좋은 것만은 아니다. 인기 프로그램 속에 출연했던 품종의 강아지나 고양이들은 순간 인기가 치솟았지만, 프로그램이 끝남과 동시에 유기동물 보호소나 거리 위로 제2의 ‘밍키’, ‘상근이’들이 쏟아졌다. 너무 쉽고 가벼운 마음으로 반려를 하다보니 뜨거움이 식으면 푹 꺼지는 거품처럼 마음도 시들해지기 마련인 것이다. 그 가벼움이 결국 많은 유기동물을 만들어냈다. 마치 시즌 유행 상품들처럼, 어떤 연예인이 키웠던 품종의 개와 고양이들이 공장의 인형처럼 대량 생산되었다가 그대로 밀려나고 마는 사회가 되어버렸다. 생명을 소모품으로 바라보는 사회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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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파 위에 있어야 할 고양이가 왜


벌써 작년이다. 아주 추운 겨울날, 두 눈이 눈물로 메말라 붙은 채 갈 길을 잃은 샴 고양이가 위험한 차들 속에서 헤매고 있었다. 몸짓은 아직도 덜 자란 어린 고양이였다. 두 눈이 붙은 채로 이 추운 겨울을 겨우 버텨냈는지 뱃가죽은 말라붙고 앙상한 뼈만 도드라진 몸이었다. 품에 폭 안길 정도로 작은 샴은 온몸의 털이 삐죽 삐죽 빗자루 털처럼 거칠고 곰팡이 피부병 투성이었다.


살아있는 게 도리어 신기할 정도인 이 샴 아이를 구조하여 병원에 데려가 덕지덕지 붙은 눈물과 고름을 걷어냈지만… 한쪽 눈은 녹아 없어져 움푹 파였고 나머지 한쪽 눈조차 기능을 상실한 지 오래된 듯했다. 뿌연 안개 속처럼 변해버린 눈동자에서는 초점을 찾아볼 수 없었다. 펫 숍에서 언제나 잘 팔린다는 샴 고양이인데 소위 비싼 고양이가 어찌 이리 처참하게 되었을까. 다시 발견된 장소를 물어물어 찾아가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리 눈을 씻고 보아도 ‘고양이를 찾습니다’ 전단지는 어느 곳에도 없었다. 두 눈을 잃고 만 샴 아이를 아무도 찾지 않는 것이었다. 뭐가 잘못되었던 걸까… 너도 한때는 누군가와 함께 산다는 흥분과 기쁨을 감출 수 없을 만큼 행복했을 텐데 지금의 너는 너무 안타깝구나. 멀쩡한 품종 고양이들도 유기로 넘쳐나는데 두 눈이 안 보이는 샴을 품어줄 누군가가 있을까? 작은 몸집의 샴 아이를 보며 걱정들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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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살아가고 싶다


고된 길 생활에서 구조된 샴은 엄청난 회복력과 식탐 그리고 낙천적인 성격을 보여줬다. 보이지 않는 눈을 가졌음에 불구하고 쉼터 내 다른 고양이 친구들과 솜방망이 펀치 놀이도 하고 우다다도 하고 아슬아슬 줄타기 명인처럼 선반을 더듬더듬 걸으며 선반걷기 명수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심지어 선반에서 폴짝 내려올 때는 마치 “이것쯤은 아무것도 아니다냥~ 장애는 그저 조금 불편할 뿐이다냥~” 하고 느림의 미학을 잘난 척하며 말하듯 한다. 눈이 안 보이니 밥을 먹을 때도 물을 먹을 때도 샴이는 그릇에 손을 넣고 탁탁 얼마만큼 있는지 양을 가늠했다. 장애는 비록 불편하지만 결코 불행한 것이 아니란 걸 샴이가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샤미라 부르기 시작한 이 샴 아이는 쉼터에서 행복 전도사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매우 긍정적인 맹묘였다. 이리보아도 저리보아도 눈은 비록 안보이지만 성격과 애교짓으로 핸디캡을 커버하는 샤미를 보며 분명 네가 잃은 그 두 눈을 대신해줄 사람이 있을 거라 확신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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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증가하는 유기묘들이 좋은 입양자를 만나기란 하늘에 별 따기가 되어만 간다. 당연한 법칙이다. 번식되어 쏟아지는 고양이와 유기묘는 늘지만 그만큼 입양을 하려는 수요는 많지 않은 씁쓸한 공식이다. 하지만 행복전도사 샤미를 보고 어쩌면 샤미의 그 두 눈을 핸디캡이 아닌 최고의 매력으로 해석해줄 사람이 있을 거란 희망이 생겼다. 우리는 장애를 감추지 않고 오히려 더 부각시켜 샤미의 입양 홍보 영상을 제작했다. 그렇게 제작된 영상이 SNS, 각종 사이트 등에 퍼져나갔고 우리는 어느덧 기적을 만나게 되었다.

마침내, 행복전도사가 되어준 샤미


샤미에게 한 통의 입양 신청이 들어왔다. 한쪽 눈이 안 보이는 페르시안 한 마리와 유기묘 출신 고등어 고양이 한 마리를 키우시는 부부였다. 샤미의 엄마는 수의학박사였다. 샤미 영상을 우연히 유튜브에서 보셨는데 샤미의 얼굴을 보자 바로 데려와야 한다는 확신을 받으셨단다. 그렇게 샤미는 가족을 만나게 되었다. 가족을 만나러 비행기를 타고 가는 내내 샤미는 단 한 번도 울지 않았다. 마치 자기의 행복을 만나러 가는 걸 직감한 듯….


도착 후 사랑과 환영으로 반겨주시는 그 따뜻함에 내 맘 속에 있던 샤미에 대한 안타까움이 한순간 사라졌다. 그리고 수의학박사이신 샤미의 엄마께서는 샤미의 눈 치료가 아직 희망적이라는 말씀도 전해주셨다. 실제로 몇 주간 치료의 성과가 있었고, 샤미의 눈에 2시간마다 안약을 넣어야 해서 온 시댁, 친정 가족 분들이 총동원되어 샤미 안약을 넣기 위해 당번 스케줄을 짤 정도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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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정성 속에서 안개처럼 뿌옇던 눈동자는 기적처럼 개선되어 이제는 벽에 머리를 콩콩 부딪치는 일도, 물그릇에 손을 넣고 양을 재는 일도 사라졌다 한다. 샤미의 기쁜 소식에 목이 먹먹해져 감사하다는 말이 자꾸 흐려졌다. 샤미 엄마와 난 통화하는 내내 서로 감사하단 말만 했다. “이렇게 사랑스러운 샤미를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샤미를 행복하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러한 이야기를 전하며 이 세상에 있는 유기묘들에게 희망을 주고 싶다. ‘그들은 그렇게 오래 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를 봐야 안심을 할 수 있었던 어린 시절 동화책처럼, 샤미의 묘생에도 아름다운 결말이 있었으니 말이다. 입양자로부터 도착한 샤미의 모습은 마치 그 동화처럼 행복해 보였다. “고마워요. 나는 이제 슬프지 않아요.” 샤미는 그렇게 우리 모두에게 행복을 전해주었다. 진정한 행복전도사처럼 말이다.

CREIDIT

글 사진 박선미 | 한국고양이보호협회 대표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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