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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

  • 승인 2016-01-05 16:3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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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끝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곳
유어스페이스

지유 사진 박민성 사진협조 유어스페이스

길고양이들의 겨울을 위해 직접 스티로폼 집을 만들어 길가에 놓아주는 캣맘들이 많다. 문제는 길고양이 집은 툭 하면 망가지거나 없어진다는 점이다. 박스 모으는 분들이 가져가기도 하고, 길고양이를 마땅찮아하는 이들이 일부러 치워버리기도 한다. 좀 더 단정하고, 도시의 미관을 파괴하지 않으면서도 튼튼한 길고양이 집이라면 어떨까? 길고양이 집에도 디자이너의 손길이 필요한 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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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양이 집, 치우지 말아 주세요


디자인 가구 브랜드 유어스페이스의 이정혁 실장은 실제로 예전에 길고양이 집을 설치해 두었다가 없어진 경험이 있다. 그야 박스로 간단하게 만들어 눈비에 쉽게 젖고, 언제 누가 가져가도 어쩔 수 없는 것이기는 했다. 그 후로 길고양이를 키우고 가구를 디자인하며 내심 생각하고 있었던 프로젝트가 바로 골목에 어우러질 수 있는, 튼튼한 길고양이 집 만들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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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 궁디팡팡마켓에 참여한 것을 계기로 수많은 캣맘들의 마음을 모아 정말 제대로 된 길고양이 집이 탄생했다. 한 30개 정도 만들면 어떨까, 가볍게 시작했는데 생각 이상으로 반응이 좋아 본업도 뒤로한 채 길고양이를 위한 겨울맞이를 시작하게 된 참이었다.


“길고양이 집은 유어스페이스만의 것이라고 할 수 없고, 정말 많은 분들의 아이디어가 모인 덕분에 더 좋은 결과물을 만들 수 있었어요. 스티로폼 집보다는 조금 더 체계적이며, 눈에 거슬리지 않으면서도, 눈과 비에 강하도록 고민을 했죠. 예쁘고 단정하게 생기면 도난 방지에도 효과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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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길고양이들의 쉼을 위해서는 집에서 직접 만드는 스티로폼 집도 좋다. 혹은 더 튼튼한 집을 직접 만들고 싶은 분들을 위해 작업 과정을 공개해두기도 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유어스페이스를 통한 길고양이 집을 요청했고, 어쩌면 이것이 길고양이들의 겨울나기를 돕는 작은 한 걸음이 되고 있을지도 몰랐다. 눈에 띄지 않고, 깔끔하며, 따뜻한 도시의 쉼터에 대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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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모, 동그라미, 세모 집


룸메이트랑 함께 지내던 시절, 길고양이 한 마리를 구조했는데 룸메이트가 달가워하지 않아 공간 분리를 위해 마당에 직접 고양이 집을 만든 것이 고양이 가구의 시작이 됐다. 마당냥이로 키웠지만 어떨 땐 거실에도 들어오게 되고, 그러다 보니 사막화 때문에 화장실도 필요해졌다. 예쁜 건 비싸고, 저렴한 건 눈에 안 차고, 해서 또 화장실을 만들었다. 그렇게 하나씩 손이 닿다 보니 어느새 고양이 가구는 늘어났다.


“어떻게 보면 반려동물 가구 시장에 뛰어든 후발주자이기 때문에, 조금 더 특별한 디자인을 하려고 노력해요. 기존에 있는 것과 똑같은 것보다는, 내가 어떻게 좀 더 예쁘게 만들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하죠. 네모난 집이라고 하면, 네모로 된 스피커, 박스, 테이블 등등 다 떠올려 보며 그 안에서 구현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찾고 상상해요. 그렇게 컨테이너 박스를 모티브로 한 ‘유어큐브’도 탄생했죠. 어쩌다 보니 네모, 동그라미, 세모까지 고양이 집의 도형 시리즈가 됐네요.”


이를테면 동그란 구 형태를 한 ‘루나 하우스’는 친구 집에 놀러갔다가, 창문의 블라인드 사이로 밖을 내다보고 있는 고양이의 모습에 착안했다. 사이사이로 빼꼼 보이는 고양이의 얼굴이 너무나 귀여웠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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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목재, 가까운 디자인


이정혁 실장의 원래 직업은 노인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위한 유니버셜 디자이너이었다. 장애의 형태가 다양하기 때문에 반드시 친환경 재료를 사용해 매우 섬세하게 만들어야 했다. 반려동물 가구를 만드는 지금도 마찬가지.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친환경 목재의 허용 기준치가 없지만, 유럽의 허용 등급을 따라 인체유해성분 포름알데히드 방출량이 세계 환경 허용치에 비해 매우 낮은 자작나무 합판을 사용한다. 결이 예뻐서 기본적으로 아름답고 강도가 세다는 것도 장점. 디자인이나 재료의 만족도를 채우면서도 상식적인 고양이 가구 가격의 상한선을 정해둔다는 것도 그의 방침이다.


“가구는 아무래도 DIY 제품으로 발송되는데, 최대한 조립하기 쉽게 보내드리는 게 저의 끊임없는 숙제라고 생각해요. 제일 마음이 아픈 게, ‘제가 조립 능력이 없나 봐요’ 하고 스스로를 탓하시는 후기예요. 아무래도 여성분들이 많이 구매하시다보니 조립을 어려워하시는 분들도 있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게 할 수 있게끔 하는 데에 가장 공을 들여요. DIY 가구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잘 조립하셔서 완성된 모습만 봐도 뿌듯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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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사용하는 이를 위한 배려는 유어스페이스의 출발점이다. 추위를 피할 곳을 찾아드는 길고양이들이, 더 안전하고 따뜻한 겨울을 나길 바라는 마음도 결국 마찬가지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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