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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떼 ‘캣토토&뿡어집’

  • 승인 2015-11-09 14:2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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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 집에 고양이가 산다
뽀떼 ‘캣토토&뿡어집’

그저 아름답기만 한 것을 잘 된 디자인이라고 말하진 않는다. 좋은 디자인은 관심으로부터 시작한다. 사랑하는 이가 다리를 자주 꼬는지 꼬지 않는지, 치마를 즐겨 입는지 바지를 편해하는지 눈여겨본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만들어내는 의자는 모양새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 대상이 사람이 아닌 고양이라 해도 마찬가지. 반러묘의 눈빛, 자세, 꼬리짓부터 파르르 떨리는 귀의 움직임까지 관찰해 빚어낸 가구라면 누구라도 한눈에 알아볼 수밖에. 그래서 뽀떼의 가구는 잘 디자인된 사랑이다.

이수빈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박상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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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요로 시작하다, 캣토토
반려동물 가구 브랜드 ‘뽀떼’엔 단 세 개의 용품만이 등록되어 있다. 화장실, 하우스, 그리고 스크래처다. 그런데 한 손에 꼽을 만큼 적은 제품들이 어째 하나같이 비범한 모양새다. 그중에서도 고양이 화장실 캣토토. 우체통을 닮은 외양도 그렇지만 사용하는 방식도 남다르다. 마치 캣타워처럼 화장실 위를 누비고 다니는 고양이들의 모습이 그렇다.


뽀떼의 박상남 대표는 길고양이와 함께 복순이와 복덩이, 두 마리의 반려묘를 돌보고 있는 캣대디다. 과거 ‘고양이는 요물’이라는 이야기를 들으며 살아왔던 그. 하지만 여느 집사들이 이야기하듯, ‘고양이의 간택’은 마치 교통사고처럼 어느 날 갑자기 들이닥치는 것이었다. 담장 사이에 빠져있던 길고양이 복순이를 구출하게 된 박상남 씨는 정해진 듯 묘연을 맺게 되었고, 초보 집사가 된 그의 손에 곧 나무와 연장이 쥐어졌다. 시중 화장실로는 복순이가 만들어내는 무지막지한 모래사막을 막을 수 없었던 탓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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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막화를 완벽히 잡는 고양이 화장실을 만들자는 다짐은 그의 본업이 디자이너였기에 더욱 의욕이 넘쳤다. 날카로운 눈썰미로 화장실 제작에 들어간 박상남 대표. 2층 구조로 모래를 잡고 벌집매트를 깔아 나머지 모래알갱이를 제거했다. 창살 사이 쏟아 들어오는 햇볕으로 위생과 더불어 고양이들에게 재미있는 놀이 공간을 만들었다. 집안의 가구와 자연스레 어우러지도록 좋은 원목 자재를 사용한 건 물론이다. 비록 과정은 험난했지만 그렇게 완성된 화장실, ‘캣토토’는 그의 첫 반려생활에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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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으로 완성하다, 뿡어집
편안한 화장실은 가졌지만 정작 잠은 소파 밑에서 자던 고양이를 위해, 박상남 대표는 곧 하우스 제작에도 착수했다. 처음엔 단순히 고양이의 먹이인 ‘붕어’를 모티브로 하면 재밌겠다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스케치가 완성되어 가며 그는 붕어뼈 모양 하우스가 고양이의 습성에 걸맞은 최적의 집이라는 걸 깨닫게 되었다.


박상민 대표가 관찰한 반려묘의 귀는 늘 까딱까딱 움직이고 있었다. 영역동물인 고양이는 자신의 보금자리에 들어앉아 바깥을 경계하는 걸 즐긴다. 밀폐된 여느 하우스와 달리 창살이 나 있는 뿡어집은 보는 각도에 따라 내외부가 보이기도 하고 감쪽같이 안 보이기도 한다. 뚫려있는 창살 사이로 말똥말똥 빛나는 고양이의 눈과 마주칠 때면 왠지 녀석에게 감시받는 듯한 기분에 사로잡힐지도 모르겠다. 물론, 경계심 많은 고양이에겐 최적의 하우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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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은 입구와 다르게 내부는 의외로 넓다고. 두 마리의 고양이가 굳이 엉겨들어 자리를 잡는 걸 보면 ‘고양이들이 사다준 집은 안 쓰고 박스에서 살아요!’ 같은 넋두리 걱정은 없을 듯하다. 고양이 가구를 판매해 보라는 권유를 받은 것도 이때쯤부터였다. 해외 디자인 사이트에서 인정받은 것도 그의 마음에 불을 지폈다. 자신의 고양이들과 조금 더 안락하게 살고 싶어 시작했던 일이 어느새 삶의 중심에 들어와 있었다. 박상남 대표는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반려동물 가구 브랜드 뽀떼의 문을 열었다. 두 마리 반려묘를 향한 애정이 그를 새로운 길의 입구에 다다르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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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구는 과학이 아니다, 문화다
박 대표의 고양이 사랑에 공감한 나머지 설레는 마음으로 뽀떼를 찾은 당신은 조금 놀라게 될지도 모른다. 뽀떼의 반려동물 가구는 가격이 꽤 나간다. 사실상 웬만한 사람 가구 수준의 원목과 정성이 들어가니 어쩔 수 없는 노릇이기도 하다. 뿡어집을 발견한 각종 매거진의 반응은 놀라웠지만 구매로 이어지진 못했다. 한때는 정말 망할 뻔도 했었다고. 하지만 몇 년이 지나도 좋은 제품을 만들고 싶기에 타협은 하고 싶지 않았다는 그다. 마치 장인정신에 가까운 자존심은 디자인이 문화를 만든다는 그만의 철학에서 나온다. 반려동물의 용품이 집안의 흉물이 되지 않고 자연스럽게 어우러졌으면. 그래서 ‘단짝 친구’를 뜻하는 뽀떼라는 이름처럼, 반려동물과 반려인이 진정한 가족이 되었으면 한단다.


‘제대로 된’ 길고양이 급식소를 만들고 싶다는 소망도 연장선이다. 캣토토처럼, 뿡어집처럼 튼튼하며 도시의 오브제가 될 만한 근사한 길고양이 급식소를 만드는 게 오래된 꿈이라고 했다. 그러면 길고양이들이 있는 풍경도 자연스레 받아들여지지 않을까 한다고. 길고양이가 못마땅한 누군가의 발차기에도 끄떡하지 않을 그의 급식소는 단순한 길고양이 밥집을 넘는 변화를 가져올 것은 물론이다. 디자인은 문화를 만든다. 문화는 변화를 일으킨다. 박상남 대표가 반짝이는 눈빛으로 말하는 것은 단순한 상품 그 이상이기에, 뽀떼의 다음 신제품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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