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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급식소 ‘제주동물친구들’ 편

  • 승인 2015-11-09 14: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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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
고양이 급식소 ‘제주동물친구들’ 편

황금빛 억새의 물결이 한참을 출렁이더니 조금씩 잦아들며 가을의 끝을 알려주고 있다. 사계절 중 가장 많은 색의 변화를 느낄 수 있는 맑고 푸른 가을이 끝나가니 겨우내 밖에서 온몸을 꽁꽁 움츠리고 잠들게 될 어린 고양이들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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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의 갈 곳 없는 고양이들


최근 제주도에서는 유난히 많은 길냥이들과 마주치게 된다. 우리 집 주변에도 흰 바탕에 검은 점을 찍은 고양이가 매일 왔다 갔다 하기에 몇 번 사료를 챙겨줬더니 어느새 한 마리가 두 마리가 되고, 세 마리가 되어 지금은 사료를 내어 놓기만 하면 순식간에 비우고 사라져 버리곤 한다. 이렇게 밥을 챙겨줄 수 있다는 사실에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지만, 따뜻하고 편안하게 쉴 곳은 있는지 걱정도 앞선다.


얼마 전 지인이 눈도 뜨지 못한 아깽이(아기 고양이)를 구조했다는 소식을 듣고, 돌봐줄 수 있는 사람을 여기저기 수소문하다 우연히 제주동물친구들(이하 ‘제동친’)이란 인터넷 카페를 발견했다. 천천히 카페를 둘러보니 꽤 많은 사람들이 제주도의 유기묘 또는 유기견에 관심을 가지고 서로 도울 수 있는 일들을 찾아 활동하고 있었다. 지인이 구조한 그 아깽이도 ‘제동친’을 통해 돌봐줄 사람을 찾았다는 기쁜 소식도 전해 들었다. 그리고 그 카페를 통해 현재 총 20마리의 고양이를 보호하고 있다는 조은지 씨를 만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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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길이 꼭 필요한


카페에서 정보를 얻어 찾아가게 된 조은지 씨네 집에는 20여 마리의 고양이가 함께 살아가고 있었는데, 하나같이 아프거나 혹은 너무 어린 고양이들뿐이었다. 모두가 버려진 고양이로 카페 회원들을 통해 구조된 사연을 지니고 있었다.


8년째 임시보호를 해온 그녀의 집에는 다양한 사연을 가진 고양이들이 어우러져 살아가고 있었다. 현재 임시보호 중인 고양이는 모두 10마리로 절에서 한쪽 눈을 다친 채 구조된 용화, 시보호소에서 전염병이 돌아 데리고 온 아깽이 6마리와 그 아이들의 어미, 또 꼬리 수술이 잘못된 채 버려진 솔이 등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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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나머지 11마리는 임시보호를 하다 보낼 시기를 놓치거나 도저히 보낼 수 없어 함께 살아가고 있는 고양이들이라 한다. 작년 12월 자동차 본네트에서 구조한 본이는 얼굴에 느낌표 모양으로 까만 점이 있었다. 또 그녀의 어머니께서 집 앞에서 먹이를 주던 루비와 루비의 새끼 사랑이, 이날 실제로 보진 못했지만 첫째 딸이라는 치즈색 어진이, 몸무게가 9kg나 되는 뚱보 샴 샤몽이, 고등어색 진이 등의 고양이들이 강아지 4마리와도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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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기 위해선 먹어야 해


임시보호하고 있는 고양이들 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쓰이는 건 한쪽 눈을 치료 중인 용화와 꼬리 재수술 후 계속해서 약을 먹으며 가끔씩 목이 끊어질 듯 기침을 하곤 하는 솔이, 그리고 아깽이들 중에도 가장 약해보이는, 까만 털을 가진 아이라고 했다. 이 아깽이는 처음 구조됐을 당시 성묘 사료를 먹은 후 몸이 더욱 약해져 지금은 이유식을 하고 있는데, 잘 먹지도 못하고 그녀가 강제로 넣어줘야 그나마 조금씩 먹으며 생명을 유지해 가고 있는 중이었다.


고양이가 워낙 많다보니 스스로 서열정리를 하도록 두면 너무 큰 싸움이 될까봐 미리 서열정리를 해준다고 하는데, 그중 가장 친화력이 좋은 봉화는 수컷임에도 불구하고 아깽이들 엄마 역할을 맡고 있다고 한다. 그녀가 잠시 일을 하느라 봉화와 아깽이들을 함께 텐트에 들여놓으면 봉화가 아깽이들과 같이 공놀이도 하고, 젖을 물려 재우기도 한다고. 이렇게 사랑스러운 고양이들이 또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란다.


이렇듯 곧 죽을 수도 있었던 시한부 고양이들도 우여곡절 끝에 다행스레 구조되어, 은지 씨의 무한한 정성을 받은 덕에 다시 살아갈 희망을 얻어가고 있었다. 아직까지 제주의 많은 유기묘들을 모두 구조해 보살피기엔 어려움이 따르지만, 그녀와 같은 생각으로 누군가 한 마리, 두 마리씩 힘겨운 삶을 벗어날 수 있도록 돕다 보면 제주의 모든 길냥이들이 행복해질 수 있는 날도 언젠가는 올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CREDIT

글·사진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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