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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자매의 ‘숑숑터널’

  • 승인 2015-09-01 10:4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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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가 내 집인지 고양이 집인지 모를 집사들을 위해
홍자매의 ‘숑숑터널’

독립을 꿈꾸는 많은 청춘들처럼, 나 역시 나만의 공간을 갖게 되자 이곳을 어떻게 내 취향대로 꾸며나갈지 인테리어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예산은 충분치 않았지만 한정된 경제력 내에서 시간 날 때마다 가구 사이트들을 뒤져 퍼즐 맞추듯이 인테리어 조각을 맞춰나갔다. 그렇게 이사한 지 채 두 달도 되지 않은 어느 날, 내게도 묘연이 왔는지 철부지 아깽이 한 마리를 입양하게 되었고, 나는 지난 한 달 동안의 집 꾸미기가 얼마나 부질없는 일이었는지 깨달아야 했다. 우리 집에 온 첫 날부터 소심함 1%도 없이 집안을 활보하던 이 활기찬 고양이는 미친 듯이 우다다를 하기 시작했고, 넘치는 에너지를 소진시키기 위해 흔들어준 장난감들은 일주일도 못 가고 운명하기 일쑤였다. 그러다 보니 집안은 온통 고양이 장난감 천지. 치워도 다시 꺼내고, 망가지면 새 장난감을 꺼내고. 색색의 화려한 깃털과 방울들은 화이트와 그레이 톤으로 맞춘 내 집을 수시로 상큼 발랄하게 물들였다. 정녕 귀여움 하나에 모든 걸 정복당하고 마는 걸까? 역시 예쁜 집과 캣초딩은 공존할 수 없는 것인가 하고 나는 상심에 빠지고 말았다.

지유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홍성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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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사의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구멍
애묘인들 사이에서 급 인기를 얻으며 장만해주고 싶은 핫 아이템으로 떠오른 숑숑터널의 매력이 뭘까? 일단 마끈으로 곱게 두른 포장과 서로 다른 크기로 숑숑 뚫려 있는 구멍이 고양이들의 본능을 자극한다면 세련된 색상과 펠트 재질은 인테리어의 조화를 유지하고 싶은 반려인의 마음을 달래준다. 구멍 사이로 숑숑 튀어나오는 솜방망이가 봐도봐도 귀여운 걸 보면 집사들에게는 태생적으로 팔불출 피가 흐르는지도 모르겠다. 구멍 안으로 얼굴이나 앞발을 내밀 때마다 찍은 사진이 벌써 몇백 장. 귀엽게 곱게 쓰는 아이들도 있지만 가끔 터널을 깔고 눕거나 박박 긁어대는 아이들도 있다. 택배 상자를 사줬더니 비싼 캣타워가 같이 왔다는 우스갯소리가 남 얘기 같지 않은 반려인들에게는 스크래치로 쓰든 하우스로 쓰든 고양이가 200% 활용해주기만 하면 그저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것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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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테리어를 망치지 않는 장난감은 없을까?
홍성숙, 홍연희 자매는 원래 디자인을 전공했고, 고양이 장난감을 만들게 될 줄은 자신들도 몰랐다. 다만 반려묘 수리에게 사주고 싶은 캣터널이 마땅히 보이지 않았다. 터널 크기나 모양 특성상 집안에 턱 두면 시선을 끌 수밖에 없는 존재감인데, 이왕이면 집안과도 어울릴 만한 고급스러운 디자인은 없을까? 비슷한 디자인의 부직포 재질의 터널을 보고 아이디어를 얻어, 결국 그녀들이 직접 예쁜 재질과 색상, 튼튼한 단추까지 달아 숑숑터널을 만들었다. 다섯 가지 색상을 마음대로 조합할 수 있고, 덩치가 큰 아이들은 세 조각을 연결해 더 큰 사이즈로 쓸 수도 있다. 블로그 이웃들과 공동구매로 하나 둘 공유하기 시작한 것이, 각 집의 고양이들에게 단번에 합격점을 받으며 입소문을 타 조금씩 더 업그레이드된 숑숑터널이 탄생했다. 국산 소재 중 가장 비싼 펠트를 사용해 가능한 보풀이 일어나지 않도록 했고, 직접 사용하면서 더욱 가공 과정이나 디테일을 신경 썼다. 단순해보이지만 그 안에 들어간 고민은 깊고 신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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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은 구멍에 채워 보낼게
홍자매의 반려묘인 노르웨이숲 고양이 수리는 내 고운 털에 손대지 말라며 앙탈을 부리는가 하면, 은근히 관심을 끌려고 옆을 서성거리기도 하는 그야말로 고양이다운 성격이다. 우아하게 앉아 눈을 깜빡거리며 미모를 뽐내다가도 터널 안에 쏙 들어가면 영락없이 구멍 사이로 숑숑 솜방망이를 뻗는 사냥꾼이 된다.
오랫동안 성남시의 캣맘협회에서 유기묘를 돌보거나 구조하고 입양하는 일을 해온 그녀는 말 없는 고양이들의 이야기에 마음이 아프면서도 그들에게 귀 기울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어릴 때부터 오랫동안 키운 17살짜리 강아지는 작년에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반려동물이 곁에 있는 것이 익숙한 사람들에게서는, 마음속의 악기에서 같은 코드 줄 하나씩을 누르고 있는 것 같은 비슷한 소리가 들려온다.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 홍자매도 그랬다.
구조한 아이들을 입양 보낼 때 이제 숑숑터널을 들려 보낸다. 같은 목적으로 매번 재구매하는 주변 캣맘들도 있다. 고양이들이 만족스러워한다는 뜻이라 당연히 기쁘고 보람 있다고. 신나는 장난감이자, 기대고 안심할 수 있도록 보살피는 마음까지 숑숑 구멍으로 전달되길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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