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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급식소 ‘모이세해장국’ 편

  • 승인 2015-09-01 10:4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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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
고양이 급식소 ‘모이세해장국’ 편

유난히 무더웠던 여름의 뜨거운 열기도 조금씩 앞당겨지는 일몰과 함께 저물어 가고 있다. 제주도는 지난 70년 만에 최고 온도에 달하며 그 어느 때보다 ‘HOT’한 여름을 보냈다.

글·사진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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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보다 털도 많고 체온도 높은 고양이들은 말할 것도 없이 모두들 그늘을 찾아 여기저기 숨어 있기 바쁜 여름을 보냈을 것이다. 해가 쨍쨍한 대낮에는 인적이 드문 지하실이나 나무가 우거진 숲 속에서 낮잠을 청하곤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낮에도 가끔씩 돌아다니는 아이들을 보긴 했지만 왠지 걸음걸이도 조금씩 느려진 것 같고, 눈도 풀린 듯 지쳐보였다.

지난여름 제주도에는 유난히 밤에 공연을 하는 곳이 많았다. 각각의 해변에서 열리는 축제로 한 달 내내 시끌벅적했고, 도심에서는 열대야를 날려버리기 위한 신나는 문화예술 공연이 끊이지 않았다. 그중 최근 자주 오가는 제주 원도심의 예술인들이 입주한 삼도동에서 신나는 공연을 보고 있었는데, 흰색의 아깽이가 자동차 바퀴 옆에 가만히 앉아 쉬고 있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한 마리가 눈에 보이기 시작하니 주변에 있던 다른 고양이들도 천천히 눈에 띄었다. 꽤 많아 보이는 고양이들, 사람을 보면 경계를 하긴 하지만 다들 그 주차장 주변을 맴돌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대부분이 하얀 고양이들로 전부 가족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주차된 자동차 밑에 있는 고양이, 주차장의 돌로 된 담벼락에 앉아 쉬는 고양이 등 이 고양이들이 여기에 머무는 이유는 바로 구석진 곳에 놓인 밥그릇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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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제주시 중앙로에 위치한 ‘모이세해장국’이라는 해장국 체인점이다. 식당 안으로 들어가 고양이에 대해 얘기했더니 얼굴에 웃음이 가득한 한 아주머니가 나오셔서는 “벌써 10년이 다 됐네요”라며 고양이들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이 고양이들은 자그마치 10년이나 함께한 아이들로 현 모이세해장국의 주인인 박순자 씨네 가족이 치킨 가게를 운영할 당시 처음 만나게 됐다고 한다. 고양이를 유난히도 좋아하는 가족들에게 어느 날 어미에게서 버림받은 치즈색 아기 고양이가 눈에 띄었다. 배가 고팠던지 힘도 없고 지친 아기 고양이에게 가족들은 먹이를 주기 시작했고, 그 후로 동네 고양이들이 조금씩 몰려들기 시작하며 이곳이 마을 고양이들의 급식소가 되어 버린 것이다.

처음 이곳을 찾아온 치즈 고양이와 그 뒤로 찾은 고양이들은 처음에는 심하게 경계를 했다고 한다. 같이 밥을 먹기도 하고 서로 다툼도 있었으나 조금씩 경계를 풀며 사이좋게 지냈다. 그러던 어느 날 치즈 고양이가 다른 고양이와 심하게 싸웠는지 몸에 피도 나고 엉망인 채로 돌아온 적이 있었는데, 그 후로 고양이가 갑자기 보이지 않아 여기저기 찾아봤더니 주차장 담벼락의 풀 속에서 영원히 잠이 든 채로 발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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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몸이 약해지면 어딘가로 몸을 숨기곤 하는데, 이 풀 속이 자신이 생각하기에 가장 안전하다 여겼던 모양이다. 좀 더 오래 함께하지 못해 아쉬웠던 가족들은 치즈 고양이를 풀이 우거진 담벼락 아래에 묻어 주었다. 그 후로도 2마리를 더 묻어 주었다고 한다.

현재는 이 동네의 모든 고양이들이 밥을 먹으러 오는 곳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이곳은 동네 고양이들의 유명한 급식소이자 쉼터가 됐다. 가끔씩 수컷 냥이들의 영역 다툼으로 밥을 먹지 못하는 고양이들도 있지만, 그래도 심하게 싸우는 일은 많이 줄어든 것 같다고 한다.

지금은 하얀 고양이들이 주차장을 점령하다시피 앉아 있는데, 이 고양이는 가족들도 모르게 가게 안쪽의 마루 밑에서 새끼를 낳았다. 그만큼 이곳은 고양이들에게 경계가 없는 지역이기도 하며, 배불리 먹을 수 있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안식처가 되어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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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고양이들이 좋아서 먹이를 내어주고 쉴 곳을 마련해주는 가족들의 도움이 어떻게 보면 아주 작은 것일지도 모르지만, 고양이들에겐 이곳이 자신들의 세상 전부일 수도 있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작게나마 주변에 손길을 뻗어, 더 많은 고양이들에게 안심할 수 있는 작은 세상을 만들어주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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