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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별’ 김영준 작곡가

  • 승인 2015-09-01 10:3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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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가 그리운 고양이들이 기다리는 곳
‘고양이 별’ 김영준 작곡가

무지개다리 너머의 고양이에게 말을 거는 것처럼 담담하고 진솔한 목소리의 주인은 어떤 사람일지 궁금했다. 음악도 목소리도 많이 꾸미지 않아 이야기에 더 집중하게 되는 노래. 춥고 힘든 시련을 겪으면서도 잊지 못할 사랑을 남겨주고 떠나는 고양이들에게 바치는 노래.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를 곡으로 쓰고 목소리로 전하기도 하는 김영준 작곡가의 네 마리 반려묘는 모두 이 동네 길고양이 출신이라고 했다. 길 위의 세상이 으레 그렇듯, 매일 보다가 갑자기 사라진 고양이들도 있었다. 그의 품을 거쳐 간 고양이들 중의 몇몇은 반짝이는 고양이 별에 무사히 도착했을까.

지유 사진 박민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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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별’이라는 곡으로 처음 알게 되었어요. 그 외에도 고양이에 대한 곡을 많이 쓰셨는데, 원래 고양이를 키우셨나요?
고양이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2010년이었어요. 그 전에는 고양이에 대해 잘 몰랐는데, 익숙한 길고양이들이 어느 날 없어지고 동물병원에서 갈 곳 없이 머무는 걸 보면서 길고양이의 삶이 참 힘들구나 하는 걸 알게 되고, 돌보기도 하게 되었죠.

그때부터 길고양이에게 관심을 갖게 되신 건가요?
제가 이름을 붙여준 첫 번째 길고양이가 어느 날 사라졌어요. 그때 쓴 ‘달려라 고양이’라는 곡이 고양이에 대한 첫 번째 곡이네요. 다시 나타나지 않을까 하고 생각했지만 보이지 않았고… 그 후에 만난 노랑이와 하양이라는 길고양이들에게 삶은 닭 같은 것을 집 앞에서 주곤 했어요. 그런데 주변 시선이 곱지가 않더라고요. 그 다음 해부터는 그냥 제 차 밑에 고양이 급식소를 만들어 매일매일 본격적으로 챙겨주게 되었어요.

본격적으로 캣대디가 되셨네요.
네. 제 차 밑이 제일 안전하더라고요. 주변에서 뭐라고 해도 그나마 할 말이 있고. 먹으러 오는 애들이 많아요. 주변에서 싫어하시면 이런 방법도 괜찮은 것 같아요.

그때 만난 길고양이를 입양하여 키우게 되신 건가요?
동물병원에서 데리고 있던 길고양이를 입양하기도 하고, 돌보다가 주변에 입양을 보내기도 하고요. 밥 먹으러 오는 길고양이들 중에 몸이 안 좋아 구조한 아이도 있어요. 저기 캣타워 위에 있는 쩔뚝이는 작년에 새끼를 낳았는데 다들 잘못됐어요. 출산 후엔 새끼를 돌보지 않고 사라지더니만 어디에서 치였는지, 원래 쩔뚝이었는데 또 다쳤더라고요. 그래서 병원에서 치료를 하고 저희 집에 구조했어요. 새끼 중에서 여기 있는 쪼만이만 건강하게 컸어요. 지금 집에 있는 네 마리 고양이는 다 근처에 있던 길고양이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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쩔뚝이에게 굉장히 마음이 쓰이시겠어요.
처음에 굉장히 사나웠어요. 만지는 것도 허락하지 않고요. 수의사 선생님도 일 년이든 이 년이든 자신이 먼저 다가오기 전까지 놔둬야 한다고, 사람이 뭔가 하려고 하지 말고 기다려야 한다고 하시더라고요.

아무래도 현실의 어려움을 곁에서 지켜보시다 보니, 곡에서도 밝고 사랑스러운 내용보다 힘을 주고 응원하는 메시지를 노래에 담으시는 것 같아요.
제가 고양이 노래를 통해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 중 하나가 고양이에 대한 편견을 바꿔보고 싶은 것이거든요. 그래서 물론 행복한 고양이의 모습도 즐겁게 이야기할 수 있겠지만, 조금은 슬프더라도 그런 아이들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걸 전하고 싶어요.

‘고양이 별’은 이곳에서는 비록 힘든 삶을 살지만 그곳에선 행복하고 편안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가 담겨져 있는데, 어떻게 만들게 되셨나요?
이 동네 길고양이들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 것 같아요. 정말 어떻게 버텼을까 싶을 정도로 힘들게 지내는 아이들도 많거든요. 아무래도 노래라는 게 그냥 언어보다는 전파력이 있잖아요. 물론 더 유명하고 실력 있는 분들은 더 힘이 있겠지만, 노래를 발표하면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더 길고양이들의 힘든 삶에 대해서 알아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있었어요. 나중에는 ‘고양이 별’ 같은 곡이 나오지 않을 정도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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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별은 어떤 모습일까요?
제가 어디서 본 글인데, 고양이 별은 같이 살던 반려인을 너무나 그리워하기 때문에 주변 별보다 더 환하게 빛난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상상하는 고양이별은 그런 곳이었어요. 함께했던 사람을 그리워하기도 하고요. 사람이 죽으면 반려했던 고양이들을 제일 처음 만난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노래를 통해 세상이 조금은 변할 수 있을까요?
아주 미약하지만 조금은 관심이 생길 것 같아요. 제 노래를 듣고 고양이에 대해 다른 눈으로 보게 되고 애정이 생겼다는 말씀을 해주시는 분들이 꽤 있거든요. 물론 저 혼자만의 힘으로는 어렵지만 언젠가는 고양이에 대한 오해가 풀렸으면 좋겠어요. 노래 외에도 여러 가지 문화가 자연스럽게 사람들에게 스며들면 고정관념도 조금씩 바뀌지 않을까요? 고양이도 결국 생태계를 이루고 있는 아이들인데 여전히 너무나 힘든 일들이 많이 보여요. 강동구처럼 길고양이 급식소를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민원을 넣어도, 사람들이 꺼려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답변이 돌아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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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조용하게 말씀하시는 스타일이신데 고양이에 대한 활동에는 적극적이신 것 같아요.
활동적이고 외향적인 분들은 말로 다 표현을 하실 텐데, 저는 할 말을 다 안에 간직하는 스타일이라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말보다는 음악을 통해 표현하게 되는 것 같아요. 노래뿐만 아니라 고양이를 돕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잖아요. 저는 2년 정도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다가 직접 입양을 하거나 구조해서 입양을 보내게 되었는데, 옆에서 케어해주는 등의 실질적인 도움은 계속할 생각이에요.

고양이에 대한 밝은 분위기의 곡, ‘다행이도 크리스마스’에 대해서 좀 소개해 주세요.
역곡역에서 역장을 하고 있는 다행이라는 고양이에게 제 노래 ‘고양이 별’을 들려주고 동영상을 찍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역곡역 쪽에서 얼마 후에, 다행이를 위한 캐롤이 있으면 좋겠다는 팬들이 있었다며 저에게 요청을 하셨어요. 당시 재능기부로 곡을 만들어 크리스마스 100일 전에 발표했는데 많은 분들이 좋아해 주셔서 저도 정말 기분이 좋았던 작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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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체로 곡이 다 이야기하듯이 진솔한 느낌이에요.
제가 가지고 있는 이야기를 그냥 풀어놓는다고 생각해요. 제가 글을 무척 잘 쓴다면 좀 더 표현적인 면에서 임팩트를 줄 수 있겠지만, 그저 제가 가지고 있는 감성을 표현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어요. 음악은 사람들에게 무척 가깝고 손쉽게 다가갈 수 있는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다행히 그쪽 일을 하고 있다 보니 고양이에 대한 이야기도 좀 더 쉽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된 것 같아요. 제 노래가 화려하기보다는 담담한 편이에요. 제 식으로 뭔가를 풀어보다 보면 저만의 음악이 나오지 않을까 하면서 연습을 해 와서, 뛰어난 건 아니지만 제 스타일의 느낌을 살리게 된 것 같아요. 그때그때 인기 있는 장르뿐 아니라 다양한 장르는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고양이가 삶에 들어온 후 달라진 점은 뭔가요?
꼭 아기 키우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저의 손길이나 케어가 필요한 존재에게 도움을 주거나 사랑을 받는 것 자체가 즐겁고 행복한 느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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곡 작업하실 때 고양이들도 관심을 보이나요?
성향이 다 다른데요. 제가 뭘 하고 있으면 어김없이 들어오기는 해요. 가장 음악을 잘 듣는 건 애플이. 다른 고양이들은 음악보다는 장비에 관심이 더 많죠.

앞으로도 고양이에 대한 음악을 기대해도 될까요?
고양이에 대한 주제로 음악을 하는 일은 계속할 것 같아요. 길고양이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일들, 음악뿐 아니라 여러 방면으로 계속해서 손길을 나눠주고 싶은 마음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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