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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에서 피어난 구사일생 고양이, 내 …

  • 승인 2015-09-01 10: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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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생 2막

화단에서 피어난 구사일생 고양이
내 이름은 ‘똥꼬’

“똥꼬~ 이리와.” 조진형 씨 댁 막내 고양이의 이름은 똥꼬다. 똥꼬를 부르는 나지막한 목소리에 웃음이 터지고 혹시 별명이 아닌지 궁금해진다. 그것이 진짜 이름이란 걸 확인한 후엔 어쩌다 그리 불리게 되었을까 의아함이 고개를 내민다. 어찌 보면 귀엽고 어찌 보면 너무한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장난스러운 이름, 똥꼬. 하지만 그 안에 담긴 인연들은 놀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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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첫 만남


조진형 씨는 강아지와 고양이 총 일곱 마리의 대가족을 보살피고 있는 반려인이다. 배곯는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캣맘이기도 하다. 여태껏 수많은 고양이를 구조해온 그녀이기에 길고양이의 험한 생태엔 익숙할 터였다. 하지만 업무 중 날아온 한 고양이의 사진은 그런 진형 씨의 평정심을 무너뜨리기 충분했다.


“원래 업무 중엔 휴대폰을 보지 않는데 그날따라 신경이 쓰이더라고요. 문자를 봤더니 글쎄, 화단에 껴서 옴짝달싹 못 하는 새끼 고양이 사진이 있는 거예요. 전화해서 무조건 살려내라고, 그 뒤는 내가 맡을 테니까 어떻게 해서든 살려내라고 소리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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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는 비좁은 시멘트 사이에 끼어 굳어가고 있었다. 폭이 너무 좁아 바닥에 닿지도 못하고 공중에 떠 있던 광경은 충격 그 자체였다.

대리석 벽을 제거하고 고양이를 구출하기 위해 평소 마음이 잘 맞는 네 명의 캣맘, ‘간석동 패밀리’가 힘을 합쳤다. 주민 센터를 통해 화단 철거 절차를 알아봤다. 반드시 구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고 구조 후엔 원상 복귀시켜야 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주민 센터와 구청 어느 쪽도 직접 도와주긴 곤란하다는 말도 덧붙여졌다. 급한 대로 민간 업체를 수소문했지만 연달아 거절당했다.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고 사람들은 어찌할 도리 없이 발만 동동 굴렀다. 그사이 새끼 고양이의 울음소리는 점점 희미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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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를 포기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그렇게 전화를 돌리길 얼마나 지났을까.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한 철거 업체가 도움의 손길을 뻗어온 것이다. “거의 반 포기 상태였어요.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 보고자 부탁을 드린 건데 너무나 적극적으로 도와주셨어요. 심지어 다른 작업 하러 가시는 도중에 차를 돌리신 거래요.”


전문가들이 현장에 도착함과 동시에 작업이 재개되었다. 다 함께 대리석을 깨고 들어 올려 새끼 고양이 구조에 성공했다. 구조된 고양이는 며칠 동안 한 자세로 있었던 탓인지 굳어진 팔다리 그대로 뻣뻣했다. 어찌나 울었는지 목은 쉴 대로 쉰 상태여서 안쓰럽기 그지없었다. 선뜻 도움을 준 업체 사장님은 작업을 끝내면서 부서진 화단을 원상 복귀시키고 다른 고양이가 빠지지 않도록 틈까지 메워주셨다. 그리곤 단 한 푼의 돈도 받지 않겠다고 했다. 이유는 단 하나, ‘생명’을 구하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이후 찾아간 병원에서도 똥꼬는 큰 도움을 받았다. 구조 당시 똥꼬는 탈수와 마비 때문에 생명이 위태로운 상태였다. 겨우 건강을 회복했지만 갇힌 당시 용을 쓴 탓에 두 번이나 탈장이 일어나 항문을 꿰맸다. 고비를 넘겼나 싶었더니 이번엔 배에 복수가 찼다. 거진 한 달간 의료진도 사람들도 가슴을 졸이며 똥꼬의 상태를 지켜봤다. 그 마음이 전해졌는지 대견하게도 똥꼬는 살아줬다. 병원 측은 똥꼬의 치료비 전액을 면제해 주기로 했다.


“화단을 해체해 주신 업체 사장님께 비용을 계산해 드리려고 하니, 신경 쓰지 말고 곧바로 병원으로 가라 말씀해 주셨어요. 병원 원장님께서도 병원비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된다 하셨고요. 세상에 그런 분들이 계시더라고요. 한때는 어떻게 되나 싶었는데… 정말로 감사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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똥꼬의 새로운 이름


그렇게 건강해진 새끼 고양이는 진형 씨에게 입양돼 ‘똥꼬’라 불리게 됐다. 항문을 두 번 꿰매 붙여진 귀여운 이름이었다. 현재 완전히 건강을 회복한 똥꼬는 진형 씨의 집에서 비타민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녀가 블로그에 연재하고 있는 반려묘들의 나날, ‘냥툰’은 똥꼬발랄한 아깽이의 등장으로 한층 더 풍성해졌다. 그런 진형 씨의 블로그에 들려온 최근 소식은 다름 아닌 똥꼬의 개명 이야기다.
“귀여운 이름이지만 성묘가 되어서도 그렇게 부르긴 조금 힘들 것 같더라고요. 게다가 어쨌든 아픈 과거가 깃든 이름이니까 더 좋은 것으로 바꿔주고 싶어요.”


괜찮은 이름이 뭐가 있을까 공모도 받고 딸과 함께 상의도 하고 있단다. 현재 가장 유력한 후보는 ‘봉팔’이라고. 아이의 장수를 위해 토속적인 이름을 지어주듯, 봉팔이라는 이름엔 고양이가 건강하게 자라주길 바라는 진형 씨 가족의 바람이 듬뿍 담겨있었다.
“구조 하다 보면 사고당한 고양이를 많이 보게 돼요. 하지만 모두 도움을 받는 건 아니거든요. 똥꼬는 굉장히 이례적인 경우죠. 그런 걸 보면 아직 세상은 살만한 것 같아요.”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선 하나의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그건 작은 생명에게도 마찬가지 아닐까. 여러 명이 보탠 따스한 마음은 새끼 고양이 한 마리에게 행복한 묘생 2막을 선물해 주었다. 새로운 이름을 얻을 똥꼬의 앞길이 이젠 더 이상 아프지 않길.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홀로 외로움을 견디고 있을 다른 길고양이들도 이처럼 따뜻한 도움의 손길을 받을 수 있길 간절히 바라본다.


CREDIT

이수빈

사진 박민성

자료협조 조진형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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