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찌로고

서랍을 타고 찾아온 사랑, 고양이 조수…

  • 승인 2015-07-01 12:51:38
  •  
  • 댓글 0


묘생2막

서랍을 타고 찾아온 사랑
고양이 조수 ‘서라비’

“미야옹….” 쏟아지는 빗줄기 사이로 가느다란 울음소리가 새어 나왔다. 유난히 추웠던 작년 설날. 새끼 고양이는 낡은 서랍장 속에 버려졌다. 가족과 함께여야 할 날에 가족을 잃은 가혹한 운명이었다. 고양이는 추위에 몸을 웅크리면서도 끊임없이 소리쳤다. 어디선가 자신을 기다릴 또 다른 가족을 위해. 그리고 씩씩하게 살아낼 묘생 2막을 위해서였다.

d024e1821b20ca6b938e94b65d801e26_1435722

첫눈에 반하다


반려동물 상담 블로그를 운영 중인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권보민 씨. 그녀는 총 세 마리의 고양이와 살고 있다. 첫째 고양이 랑이와 둘째 탕이, 그리고 겨우 한 살 반이 된 셋째 서라비다. 발랄한 매력으로 특히 눈에 띄는 고양이 서라비는 그 이름만큼이나 각별한 첫 만남의 주인공이었다.


“작년 설날 연휴 즈음, 고양이 커뮤니티에 글이 올라왔어요. 아기 고양이가 수건에 감겨 서랍장 안에 버려져 있었다는 글이었지요. 당시 가까운 곳에 계셨던 회원분이 구조하셨고 입양공고를 올리셨어요. 그게 라비와의 첫 만남이었죠.”


그녀는 공고에 올라온 고양이에게 홀딱 반해 그날로 입양을 결심했다. 상처가 있을 새끼 고양이를 향한 조심스러움으로 무려 두 시간 동안 신청서를 썼다 지웠다 반복했지만, 결국 감격스러운 묘연을 맺었다.


그녀에게 온 노란빛의 개구쟁이는 ‘서라비’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었다. 한겨울 서랍장 안에서 발견된 고양이 서라비. 배 쪽에 조그만 탈장이 있었고 그게 유기의 이유가 아니었을까 보민 씨는 추측했다. 당시 수건에 돌돌 말려 있던 기억 때문인지, 1년 넘게 지난 지금도 수건만 보면 신경질적으로 물어뜯는다. 하지만 그걸 제외하면 라비는 유기된 고양이라는 걸 몰라볼 정도로 밝고 씩씩했다.

d024e1821b20ca6b938e94b65d801e26_1435722

d024e1821b20ca6b938e94b65d801e26_1435722

복덩어리 고양이


보민 씨의 집엔 이미 두 마리의 고양이가 살고 있었지만 라비는 특유의 쾌활함으로 무리 없이 적응했다. 유기된 과거를 가진 동물과의 교감도 진행하는 보민 씨는 버려진 고양이들 대다수가 우울함과 자폐 증상을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밝은 성격의 라비는 온 집안에 긍정 에너지를 흩뿌리고 다녔다. 덕분에 그녀의 집은 순식간에 라비의 사랑스러운 애교로 가득 찼다.


“라비가 오고 난 뒤 많은 변화가 있었어요. 우선 다른 고양이들이 굉장히 살가워졌죠. 원래 무뚝뚝한 아이들이었는데, 라비가 워낙 애교가 많으니 영향을 받는 것 같아요. 또 라비가 오면서 교감과 힐링에 대해 더 깊게 관심 가지고 공부하게 됐죠.”


그녀가 블로그에 공개하는 반려묘와의 유쾌한 일상 덕분에, 라비는 이웃들에게 제법 인기를 얻고 있다고 했다. 라비를 보러오는 많은 사람들과 그로 인해 만나게 되는 수많은 동물들. 라비와 같은 처지였던 동물들과 교감하고 힐링하며 함께 위안받는 보민 씨다. 이 모든 게 라비가 이어 준 소중한 인연이었다.


“얘 안 만났으면 어쩔 뻔했나 싶을 정도로 예쁜 행동을 많이 해요. 라비 덕분에 오히려 제가 위로를 받았죠. 정말 복덩어리 고양이 같아요.”

d024e1821b20ca6b938e94b65d801e26_1435722

고양이 조수 서라비


애니멀 커뮤니케이션은 감정 소모가 심한 작업이지만, 교감 중 든든하게 곁을 지켜 주는 라비 덕분에 지칠 겨를이 없다는 그녀. 인터뷰 중 보민 씨는 라비와 눈을 맞췄다. 사랑과 신뢰가 뚝뚝 떨어지는 시선이었다.


“이제 라비는 없어선 안 되는 존재가 됐죠. 절 치유해 주는 힐러라고나 할까요. 교감할 때도 항상 함께하죠. 일명 고양이 조수예요(웃음).”


이대로 세 고양이와 건강하게 함께하고 싶다는 보민 씨. 올해 중순 즈음엔 오프라인 반려동물 상담소를 열 계획이라고 했다. 그녀가 정한 상담소의 이름은 ‘라비야, 놀자’. 상담과 힐링을 통해 더 많은 반려동물이 라비처럼 행복하게 살길 바라며 지은 이름이란다. 무려 가게 이름까지 차지한 라비는 분명 성공적인 묘생 2막을 살고 있는 게 틀림없어 보인다.


추운 겨울날 서랍 안에서 발견된 새끼 고양이. 빗소리 그리고 무관심에 묻혀 세상에서 사라질 뻔했던 서라비는 다른 동물을 돕는 조수 고양이로 다시 태어났다. 라비는 앞으로도 보민 씨와 함께 자신과 같은 일을 겪었던 동물들의 상처를 보듬어 줄 것이다. 그날 세차게 내리던 비는 이미 그쳤다. 갠 하늘에 뜬 무지개만이 보민 씨와 라비의 앞길을 아름답게 수놓고 있었다.

d024e1821b20ca6b938e94b65d801e26_1435722



CREDIT

이수빈

사진 박민성?

본 기사는 <매거진C>에 게재되었습니다.

콘텐츠의 무단 도용, 전재 및 복제, 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Tag #펫찌
저작권자 ⓒ 펫찌(Petzzi)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0

추천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