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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커피농장 편

  • 승인 2015-07-01 12:4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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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라서 행복한 고양이
제주커피농장 편

제주에는 며칠 동안 비가 자주 내렸다. 추웠다 더웠다 하는 날씨 때문에, 어쩐지 정신도 오락가락한 한 주였다. 빗방울이 떨어지던 어느 쌀쌀한 아침, 맛있고 따뜻한 커피가 생각나 전국 최초로 커피나무 심기를 시도했다는 ‘제주커피농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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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나무, 제주땅을 만나다


‘제주커피농장’은 전국 최초의 커피 농장으로, 지난 2008년 첫 파종을 시작해 현재 10년이 된 커피나무가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곳이다. 요즘은 커피 생산 지역은 어디인지, 커피나무의 열매는 어떻게 생겼으며 어떤 색깔인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커피에 대한 관심이 크다. 통상적으로 지구에는 ‘커피 벨트’ 또는 ‘커피 존’이라 불리는, 커피나무가 자랄 수 있는 환경을 갖춘 지역이 따로 정해져 있다. 과테말라·브라질·에티오피아·베트남 등 우리가 커피 생산국으로 알고 있는 나라가 모두 이 벨트에 위치해 있다. 커피가 잘 자라려면 기온은 15~25℃, 강우량은 1,500~2,000mm가 되어야 하고, 흙은 배수가 잘되는 약산성 토양이어야 한다. 조건이 까다롭기 때문에 커피 존을 벗어나서는 키우기 힘들다고 알려져 있다. 그런 커피나무가 제주도에서 무럭무럭 크고 있다니, 참으로 신기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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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은 백만 빈


‘커피 농장의 커피는 어떤 맛일까?’ 생각하다 보니 어느덧 농장 입구에 도착했다. 주차가 가능한 넓은 공터와 쭉 이어진 나무 데크 끝자락엔 작은 카페 그리고 커피나무가 자라는 비닐하우스가 있었다.


천천히 걸어 카페 문을 여니 달콤쌉싸름한 커피 향이 흘러나왔다. 향기를 따라 테이블 옆 의자에 앉았는데, 그곳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며 창가를 하염없이 바라보고 있는 고양이 ‘빈’을 만났다. ‘어떤 커피를 시켜야 하는지’, ‘커피 향이 어떤지’와 같은 생각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아이라인을 진하게 그린 듯 예쁜 눈을 가진 빈이에게 빠져 버린 것이다.


한참을 빈이만 쳐다보며 사진을 찍는 모습에 카페 직원이 다가와 “저희 농장 식구가 된 ‘백만 빈’이예요”라고 말했다. 커피 농장이니 당연히 ‘커피콩(Bean)’이라 부르겠거니 생각했지만, ‘백만’이란 성은 어떻게 가지게 됐는지 궁금했다. 그러자 직원은 어떤 질문이 나올지 안다는 듯 “빈이는 처음 농장에 올 때부터 아픈 아이였어요”라고 운을 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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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고양이 빈이


때는 약 2년 전. 당시 제주커피농장에서 일하던 한 직원이 어느 날 아기 고양이를 한 마리 안고 왔다. 아기 고양이는 체구가 아주 작고 지쳐 보이는 데다 다리도 다친 상태였다. 아픈 다리 때문에 사람을 보고도 빨리 도망가지 못해 이곳으로 오게 된 것이다. 제주커피농장의 대표인 노진이 씨는 아기 고양이를 바로 병원으로 데려가 치료해 줬다. 그 후로 간병을 위해 카페 내에 잠시 묶어 두고 보살피게 됐다고 한다.


정성스러운 간호 덕분이었는지 건강을 되찾은 빈이는 줄을 풀어 놓아도 카페를 떠나지 않았다. 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빈이의 건강을 생각해 중성화 수술을 시켰는데, 다른 고양이들보다 허약했던 탓에 병원 신세를 지게 됐다. 그래도 며칠 후 회복해 한동안 밥도 잘 먹고 잘 놀더니, 갑자기 장이 아파 3주간 병원에 입원했단다. 그리고 며칠 전에는 동네 치즈 고양이와 싸워 또 병원 신세. 지난 2년 동안 빈이에게 들어간 돈이 백만 원이 넘어서, 약간은 짓궂지만 장난스럽게 ‘백만 빈’이라 부르게 된 것이다.


이렇듯 카페의 모든 사람들이 빈이에게 정성을 쏟고 있는데, 정작 빈이는 ‘도도한 빈이’로 통할 만큼 아주 새침한 고양이다. 하지만 빈이는 알고 있을 것이다. 운명적으로 만난 제주커피농장 사람들 덕분에 햇볕 가득한 창가에 앉아 편히 잠을 청할 수 있다는 걸. 카페 가운데 우뚝 서 있는 나무에 감긴 실로 손톱 정리를 하며 기지개를 켜고, 놀고 싶을 땐 농장에서 마음껏 뛸 수 있다는 걸. 진정 행복하게 살고 있는 고양이라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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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EDIT

?글·사진 조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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